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사이언스] 우리 은하에서 시작된 '오징어게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70년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800개의 별을 직접 찾는 프로젝트 시작

2021.10.04(Mon) 11:54:18

[비즈한국]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게임에 참가했다가 죽은 사람들은 바깥 세상에서 실종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 우주에서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별이 통째로 갑자기 실종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불과 50년 사이에 800개 가까운 별들이 우리 은하에서 종적을 감췄다. 게다가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그 원인을 모르고 있다. 우주에서 비밀의 ‘오징어게임’이라도 펼쳐지고 있는 걸까? 

 

우리 은하에서 별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 확인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인류는 이제 수십 년에 걸쳐 밤하늘을 지속적으로 관측하는 문명이 되었다. 과거에 관측한 밤하늘과 최근의 밤하늘을 비교하면 그 사이에 우주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과거에는 관측 기술이 지금보다 부족했기 때문에 과거에 발견하지 못한 어둡고 희미한 별들이 나중에 새로 발견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과거의 관측 기기로도 찍었던 밝은 별이 오히려 최근 관측에서 사라지는 경우는 설명하기 어렵다. 

 

천문학자들은 1949년에 관측을 시작한 미해군 천문대(U.S. Naval Observatory, USNO)가 찍은 밤하늘과 최근 2010년에서 2014년 사이에 Pan-STARRS 프로젝트로 관측한 밤하늘을 비교했다. 이 둘을 비교해서 지난 70년 사이에 우리 은하에서 갑자기 새로 나타나거나 사라진 별들이 있는지,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는지를 비교했다. ​​VASCO(Vanishing & Appearing Sources during a Century of Observations; 한 세기에 걸쳐 사라지거나 나타난 별 관측) 프로젝트다. 그리고 놀랍게도 800개가 넘는 별들이 이 사이에 사라졌다! 70년은 물론 인간에겐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우주 관점에선 찰나에 불과하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별들이 종적을 감춘 것이다! 

 

방대한 밤하늘 전역을 관측하는 Pan-STARRS 프로젝트의 천문대. 사진=Rob Ratkowski

 

이번 분석에서 확인된 종적을 감춘 별 중 하나. 파란 사각형 안에 있던 별이 최근 관측 사진에선 보이지 않는다. 사진=Vasco Project


실종된 별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을까? 우선 별 자체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시야에서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는 보통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별이 움직이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확인된 실종된 별들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그냥 갑자기 자기 자리에서 사라졌다. 따라서 별의 움직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단순히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보통 변광성은 밝기가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별들은 별 자체가 사라지다시피 어두워졌고 이후로 다시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가능성은 별이 진화를 끝내고 초신성이나 신성이 되어 폭발한 경우다. 보통 이런 별의 폭발은 주변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다. 거대한 초신성 잔해 가스 구름과 다양한 파장으로 관측되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방출한다. 하지만 이 별들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그 어떤 항성 진화로 인한 폭발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별 자체가 잠시 밝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하게 어두워진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태양도 11년 주기의 활동 주기가 있듯이, 우주에 있는 많은 별들도 폭발적으로 활동성이 높아졌다가 다시 급격하게 낮아지는 모습을 주기적으로 보인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도 표면에서 폭발적인 플레어와 폭발이 벌어진다. 빈번한 플레어와 항성 폭발로 인해 별이 밝게 보였다가 갑자기 활동성이 잠잠해지면서 시야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하필 800개나 되는 별들이 동시에 1950년대를 넘어가면서 활동성이 줄어들었다는 설명도 자연스럽지는 않다.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도 강렬한 플레어를 터트리며 잠시 밝기가 밝아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이미지=S. Dagnello, NRAO/AUI/NSF

 

거대한 적색 거성이 초신성 폭발 단계를 거치지 않고 혼자 붕괴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콜랩서(Collapser)’라고 한다. 아주 흔한 현상은 아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중성미자와 같은 흔적을 남긴다. 만약 이번에 발견된 실종된 별들 대부분 콜랩서라면 이후 추가 관측을 통해 별이 실종된 자리에서 중성미자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가장 급격한 밝기 변화 현상으로 감마선 폭발 천체 또는 전파 폭발 천체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중성자별끼리 충돌하는 등 폭발적인 현상이 벌어질 때 분출되는 에너지 제트를 곧바로 목격하면서 보게 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보통 이런 현상은 아주 순식간에 포착되고 사라진다. 그런데 과거 1950년대 관측에선 분명 밝아졌다가 사라지는 섬광이 아니라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빛나는 제대로 된 별, 점광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역시 별들의 실종을 설명하지 못한다. 

 

감마선 폭발 천체는 아주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한다. 이미지=NASA, ESA and M. Kornmesser


결국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분명 50년대까지 존재한 일반적인 별들이 갑자기 지난 70년 사이에 사라졌는데 그 원인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실종 사건을 설명할 수 있을 만한 이유를 생각해봐도 깔끔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70년 사이에 별들을 감싸는 외계인들의 거대한 인공 물체라도 건설이 된 것일까? 갑자기 우리 은하에 사는 외계인들 사이에서 신도시 개발 붐이라도 있었던 걸까? 아니면 미지의 블랙홀을 통해 별들이 사라지는 일이라도 생긴 걸까? 이런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별들의 실종은 미스터리하다. 

 

과거 관측 기기가 좋지 못해서 실제로는 별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착각했을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선별된 실종된 별 후보들이 찍힌 과거 사진을 보면 우주선 입자나 먼지에 의한 오류가 아닌 아주 보편적인 깨끗한 점광원의 형태를 하고 있다. 즉 관측 기기의 오류(Glitch)가 아니라 분명 당시까지 존재하던 별이란 뜻이다. 대체 우리 은하 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천문학자들은 실종된 별들의 사례를 더 찾기 위해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링크를 통해 들어가면 동일한 영역의 하늘을 찍은 과거 사진과 최근 사진 두 장을 임의로 보여준다(http://user.it.uu.se/~kripe367/MLblink/#/). 우리도 직접 사진 두 장을 움직이고 포개어서 과거 사진과 최근 사진의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 있던 별이 최근에 보이지 않거나, 반대로 과거에 보이지 않던 별이 갑자기 최근 사진에 찍혀 있는 경우 이에 투표하고 천문학자들에게 보고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처음으로 또 다른 새로운 실종된 별의 사례를 발견한다면, 당신은 그 별의 실종을 처음으로 확인한 사람이 되어 천문학적 발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우리 은하 실종된 별들을 선별하고 찾아내는 우주 속 ‘오징어게임’에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3881/ab570f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0arXiv200910813V/abstrac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핫클릭]

· [사이언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갈릴레이의 손가락이 박물관에 전시된 까닭
· [사이언스] 지구를 발견할 수 있는 외계행성은 몇 개나 될까
· [사이언스] 별을 감싼 거대 인공 구조물 '다이슨 스피어'를 찾는 방법
· [사이언스] 우리가 숨쉴 수 있는 건 지구의 자전이 느려진 덕분이다
· [사이언스] '우주 엘리베이터'는 인류의 미래일까, 헛된 망상일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