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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위법행위 막을 책임, 대표에 있다"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대표에게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및 배상책임 물어…주주들 소송 이어질 수도

2021.11.29(Mon) 17:44:15

[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행보에 대법원이 힘을 실어주는 판결을 내놨다. 기업 간 담합행위에 대한 대기업 대표이사의 책임을 넓게 보고 손해배상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1심과 2심 재판부가 “대표이사가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을 뒤집고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최근 공정위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담합이나 내부거래 등으로 제재를 하는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공정위가 ‘책임’을 윗선(대표이사)으로 확대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대법원이 최근 기업 간 담합행위에 대한 대기업 대표이사의 책임을 넓게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려 관심이 쏠린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대법원, 처음으로 대표이사 책임 인정

 

대법원 민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주주 오 아무개 씨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장세주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소송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씨는 동국제강의 계열사 유니온스틸의 주주였는데, 유니온스틸은 2013년 공정위로부터 냉연강판과 아연도강판 등의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세 차례에 걸쳐 320억여 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이후 2015년 1월 유니온스틸은 동국제강에 흡수 합병돼 해산됐다. 장세주 회장은 2004년 3월부터 2011년 3월 유니온스틸 대표도 지냈는데, 오 씨는 이에 대한 책임을 장 회장 등이 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거부당하자 2014년 12월 “장 회장 등은 회사에 319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 다수 예측대로 1심과 2심은 장 회장 측이 이겼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장 회장(대표이사)이 담합행위에 관여했거나 위법행위임을 알면서 감시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특히 “유니온스틸이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을 이용한 회사 운영의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부통제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담합행위에 대한 장 회장의 감시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오 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1심·2심처럼 장 회장이 담합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대신 담합행위에 대한 장 회장의 감시의무 위반을 받아들였다. 기업 담합행위에 대한 대표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판결문 등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이러한 시스템을 통한 감시·감독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 등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방지하지 못했다면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공정거래법은 담합을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시정조치 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 형사처벌 규정까지 두는 등 엄격하게 제재를 하고 있음에도 유니온스틸은 가격담합 등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장 회장이 구축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며 장 회장에게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공정위 제재 힘 실리나 

 

최근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담합이나 내부거래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동안 공정위의 잇따른 제재에 기업들은 “대표이사가 알지 못했다, 결정하지 않았다”는 방식으로 변론을 펼쳐왔는데, 이번 대법원 판단대로라면 ‘회사 전반에 대한 감시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취지로 함께 제재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 특히 대법원이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의무로 보고 이에 대한 책임 역시 대표이사에게 물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공정위에서 벌금만 부과하는 게 아니라 회사 법인과 임직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탓에 지금 공정위의 처분을 놓고도 다투는 소송이 여럿 있다”며 “이번 판결은 민사의 영역에서 ‘대표이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작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최근 법원이 준법경영과 관련해서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는 큰 틀에서도 해석이 가능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 서울고법은 지난 9월 대표이사 외에 사내·외 등기이사들 역시 준법감시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게을리한 경우 주주들에게 배상책임을 진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는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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