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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비싸도 투 트랙' 북한은 왜 같은 미사일을 두 종류 만들까

크기와 모양이 다른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위험성 줄어들지만 비용 과다 '걸림돌'

2022.01.06(Thu) 10:54:26

[비즈한국] 북한이 새해 벽두인 1월 5일에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2021년 9월 28일 발사한 ‘화성-8’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지만 달랐다. 쉽게 말하자면 북한은 같은 목적과 기술적 수준을 가졌지만, 크기와 모양이 다른 디자인을 한 번에 두 가지씩 만들어서 더 큰 비용 지출을 감행했다.

 

우선 1월 5일 발사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발표를 정리해 보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발사는 국방과학원(한국의 ADD와 유사) 주도로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등 실무자들이 참가했으며, 초기 발사방위각으로부터 목표방위각으로 120㎞를 측면기동하여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하였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KCNA 제공

 

또한, 지난 9월 28일 화성-8 미사일 발사와 달리 당 중앙이 시험 발사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였다고 하면서 성공이라는 표현을 했다. 이 발표는 아마도 지난 9월 28일 발사한 화성-8형 미사일이 속도가 느리고 비행거리가 짧아서 실패했다는 한국과 외국 군사전문가들의 평가에 대해 내심 자존심이 상한 북한이 명예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성공 발표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9월 발사된 화성-8형 미사일의 시험발사에서 미사일이 불과 200km만 날아가고 속도도 마하 2.5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번 시험에서 700km 비행에 성공한 것은 기술적 완성도를 더 크게 높인 것으로 충분히 평가된다. 다만,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진짜 극초음속 속도인 마하 5 이상에 도달했는지, 직선이 아니라 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측면기동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는 군의 분석을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같은 극초음속 미사일이지만, 지난 9월 28일 발사한 화성-8형과 거의 모든 부분의 디자인이 다른 미사일이라는 점이다. 같은 미사일을 두 종류 동시에 개발하는 사례는 미국 등 여러 국방 선진국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이것은 자유경쟁 시장에서 무기를 개발하는 국가들이 업체 자체 예산을 들여서 시제품을 만들어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1당 독재국가인 북한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화성-8형과 신형 미사일을 비교하자면 그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우선 크기가 다르다. 둘 다 바퀴가 12개인 이동식 발사대(TEL)를 사용하지만 지난 10월 11일 ‘자위-2021’ 전람회에서 공개된 모습을 보면 이번 신형 미사일이 화성-8형 극초음속 미사일보다 훨씬 짧은 길이를 가지고 있다. 발사대 또한 크기는 같지만, 차량 모양이 달라 의문을 자아낸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모양도 완전히 다르다.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은 로켓으로 발사된 다음 HGV(Hypersonic Glide Vehicle)라는 비행체가 분리되어 마하 5 이상으로 비행을 하는 것인데, 화성-8형의 경우 조종날개가 3개이고 바닥이 납작한 삼각형 뿔 형태로 양력을 가진 날개(Winged) 형상이다. 반면, 이번 신형 미사일은 4개의 날개를 가진 원뿔(Conical) 형상으로 그 비행 특성이 화성-8형과 크게 다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화성-8형은 비행체가 떠오르는 힘인 양력(lift)이 커 더 멀리까지 활공할 수 있는 대신, 모양이 복잡해서 방향을 바꾸거나 비행을 제어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고, 신형 미사일은 방향을 더 잘 바꿀 수 있고 안정적이지만 양력이 적어 활공 거리가 더 짧은 특징이 있다.

 

북한이 공개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은 과거 미사일과 기술적 수준은 비슷하지만 크기와 모양이 다르다. 사진=KCNA 제공

 

즉, 최대한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투자는 중복투자인 측면이 분명히 있고, 이를 통해 얻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매우 클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이번 신형 미사일이 시험발사에서 성공해도 지난번 실패한 화성-8형을 보완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긴 어렵다. 둘 중 하나가 개발이 실패해도 크기와 모양이 다르니 나머지 하나가 실패한 것을 쉽게 대체하기도 어렵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중앙집중식이 아닌, 각 연구소나 공장별로 경쟁하는 체제라는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북한은 대구경 조종방사포와 초대형방사포(KN-25)처럼 크기와 역할이 비슷한 로켓을 만든 적이 있고, 북한의 탱크 역시 비정상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여러 모델이 존재한다. 이런 방식은 경쟁을 통한 기술개발에는 적합하지만, 통일되지 않은 규격화로 양산할 때 비용이 상승하고 개발비용도 늘어나는 비효율적인 단점이 있다. 아무리 북한이 자체적으로 거의 모든 물자를 개발하고, 인건비가 적다고 해도 비상식적인 부분이 있는 점은 명백하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와 개발에 대해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고, 군사적으로도 국산 미사일 방어체계 완비 및 다층 방어체제 구축 등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북한의 다종다양한 ‘미사일 백화점’의 의도와 전략에 대해서 생각할 시점이 온 것도 분명하다. 북한은 지난 30년간 신형 미사일 개발로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대단히 노력했으며, 어쩌면 ‘전쟁을 위한 미사일’을 만들어 실전에서 쓸모있는 미사일, 전쟁이 났을 때 고장 나지 않는 미사일을 만드는 것이 아닌 미사일을 만드는 자체에 주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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