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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해진 배달시장, 배달기사와 자영업자 '시간 싸움'으로 번져

건수 줄고 단가 낮아지자 예민해진 라이더들 욕설에 살해 협박까지…라이더 자질 문제 대두

2022.08.11(Thu) 10:05:04

[비즈한국] 배달 기사와 자영업자 사이에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1분, 1초를 아끼려는 배달 기사들은 음식 조리가 늦어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영업자는 고작 몇 분을 기다리지 못한다며 불만이다. 감정이 격해져 욕설을 퍼붓고 살해 협박을 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배달 시장의 ‘시간 싸움’이 배달 기사와 자영업자의 다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배달 기사의 모습으로 기사의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최준필 기자

 

#조리 시간 못 맞춰 말다툼, 살해 협박까지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한 배달 기사와 크게 다툰 뒤 스트레스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너무 크다. 배달 기사와 다투는 것을 옆에서 본 아내는 너무 놀라 아직도 떨고 있다. 그날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전 10시 A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배민1 주문 건이 접수됐다. 음식 조리를 하던 중 콜을 잡은 배달 기사가 식당에 도착했고, 아직 조리 완료 전이라 기사는 잠시 대기했다. A 씨는 “배달 기사가 식당으로 들어와 ‘조리 완료 시간이 됐으니 음식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아직 음식이 완성되지 않아 ‘5분 내로 나온다’고 말했다”며 “배달 기사는 ‘그럼 다른 기사가 올 거다. 본인은 다른 배달을 하러 가겠다’면서 돌아섰다”고 말했다. 

 

식당을 나서던 배달 기사는 출입문에서 A 씨를 돌아보며 중얼거렸고, 때마침 음식 조리가 완료됐으나 음식을 픽업 하지 않는 기사 때문에 언짢았던 A 씨도 혼잣말처럼 불만을 토로했다. 이를 들은 배달 기사는 화가 나 식당으로 다시 들어서서는 A 씨에게 욕을 퍼부었다. 

 

A 씨는 “음식을 가져가던가 그냥 가라고 말했지만 계속 화를 냈고 기사와 함께 언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다투다가 배달 기사가 ‘자신은 항상 오토바이에 ‘연장’을 넣고 다닌다’며 ‘○○○를 쑤셔 버리겠다’, ‘○○을 파버리겠다’ 등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근처에 살고 있으니 언제든 다시 찾아와서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경악했다”며 “이후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생각에 장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스트레스로 며칠째 잠도 자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배민 측에 해당 사건을 접수하고 배달 기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그는 6~7차례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고, 5일이 지난 9일에서야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대면하는 것이 불가해 직접 사과는 어렵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A 씨의 설명에 따르면 배민은 해당 라이더가 A 씨의 식당 주문 건을 픽업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인근 식당의 픽업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A 씨는 “픽업 시간보다 늦게 오는 배달 기사도 많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불만이 있어도 늦게 온 기사들에게는 한마디도 못 한다. 와주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배달 기사들은 음식을 포장하는 중에도 본인을 기다리게 했다며 배달 플랫폼에 컴플레인을 건다. 배달 플랫폼도 라이더가 음식 픽업을 늦게 하는 것에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서 가게에서 음식 포장이 조금만 지연되면 바로 연락이 온다. 라이더 눈치 보기에 바쁘다”고 푸념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1, B마트 배달업무 수행에 대한 계약을 맺은 라이더가 배달업무 수행 과정에서 업주 및 고객에게 욕설·폭언·​폭행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정책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며 “상황, 행위의 수위에 따라 해당 라이더를 대상으로 재발 방지 서약 또는 계정 중지 조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도 라이더에게 경고 및 재발 방지 서약을 진행했다. 업주에게는 해당 지역 및 식당 배차가 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조처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발 방지 서약 후 유사한 경우가 재발하면 즉시 계정 중지 조치를 한다”고 덧붙였다. 

 

배달 수요가 줄고 할증 프로모션 등이 축소되면서 콜 단가가 낮아졌다. 수익을 내려면 더 많이 배달해야 하는 라이더들은 배달 시간이 지연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사진=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배달 시간 지연에 예민해진 라이더와 자영업자 마찰 잦아져 

 

이처럼 배달 시장의 ‘시간 싸움’은 배달 기사와 자영업자의 다툼으로 이어진다. 배달 시장에서 단건 배달 주문이 늘어나면서 라이더가 시간당 배달할 수 있는 건수가 줄었고, 음식이 준비되기까지 1~2분을 기다리는 것도 큰 손해로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배달 수요가 줄었고, 배달업계도 수익 문제로 할증 프로모션 등을 축소하면서 콜 단가가 낮아졌다. 라이더들은 콜 단가가 낮아진 탓에 더 많이 배달해야 수익이 유지되는 상황이라 배달 시간이 지연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좋은 배달 기사도 많지만 가끔 너무하다 싶은 분들도 있다”며 “가게에 들어오면 본인 소속이나 주문번호 등도 말하지 않고 음식만 휙 들고 나가버린다. 가끔 다른 배달 건을 잘못 들고 나가는 경우가 있어 주문번호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면 대뜸 화를 내거나 욕을 해 고객센터에 신고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도 “음식을 픽업 하고도 다른 배달 건을 잡겠다며 배달 출발을 하지 않는 기사도 있었다. 빨리 배달을 가달라고 하니 화를 내고 욕을 해 크게 다퉜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더 수급 문제로 누구나 배달을 할 수 있게 만들다 보니 배달 교육, 서비스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라이더가 많아진 것 같다. 배달비만 올릴 것이 아니라 배달 기사에 대한 교육이 좀 더 충실히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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