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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도 피지컬 AI 열풍 "AI가 설계하고 로봇이 24시간 실험"

단순 자동화 넘어선 자율화 시대 돌입…한국형 공용 인프라 구축 이뤄져야

2026.06.30(Tue) 11:24:25

[비즈한국] 지난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바꿀 거대한 청사진이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피지컬 AI’를 국가 대도약을 이끌 3대 핵심축으로 공식 선포했다. 그동안 AI 기술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가상 탐색에 집중돼 왔는데 이제는 AI(인공지능)가 로봇과 결합해 실제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행동하며 결과를 검증하는 피지컬 AI가 국가 전략 과제로 격상된 것.

 

피지컬 AI가 국가 핵심 과제로 주목받으면서 제약·바이오 업계도 자율실험실 구축을 통해 차세대 K-바이오 R&D 경쟁력 제고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생성형AI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피지컬 AI가 연구개발의 생산성과 재현성을 높일 신약 개발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인실리코 메디슨은 생성형 AI가 설계한 약물로 임상 2상까지 최초 성공​했다.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가 임상 2a상에서 유의미한 폐 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해 후속 임상을 준비하면서 AI 신약의 상용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넘어, AI가 예측한 결과를 실제 실험실에서 신속하게 검증하고 실측 데이터를 다시 AI 모델에 반영하는 피지컬 AI 기반 자율실험실로 진화하는 게 필연적인 수순이자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율실험실은 연구자가 사전에 설정한 프로토콜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기존의 고속스크리닝(HTS) 등 단순 자동화 장비와 구분된다. AI와 로봇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연계돼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 가설 수립, 실험 수행, 데이터 분석, 모델 업데이트를 하나의 폐루프(closed-loop)로 연결함으로써 스스로 탐색하며 최적의 결과를 신속히 도출하는 자율화 시스템이다.

 

글로벌 선도국에서는 자율실험실을 개별 장비나 단일 연구실 수준을 넘어 여러 기관이 연계된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캐나다의 액셀러레이션 컨소시엄(AC)은 의약 화학부터 인체 장기 모사, 스케일업까지 연구개발 전 주기를 연계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단기간에 21개 이상의 후보군을 도출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도 로봇과 AI 기반의 자율실험실(SDL)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에 약 5년이 소요되던 촉매 개발 기간(최적의 조성·반응 조건 탐색 및 상용화까지의 R&D 전 과정)을 6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중국 크리스탈파이(XtalPi)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크리스탈파이는 세계적으로 300개 이상의 로봇 워크스테이션을 가동하며 실험을 24시간 연속 수행하는 대규모 연구 체계를 구축했다. 이들은 자동화 장비에 500여 개의 자체 AI 모델과 양자역학 알고리즘을 결합해 ‘설계-합성-검사-분석’으로 이어지는 신약 탐색 주기를 초고속으로 반복한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크리스탈파이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최대 2억 5000만 달러(3873억 원) 규모로 혁신신약 발굴 연구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 중이다. 국내 제약사 JW중외제약의 C&C신약연구소와도 그동안 개발 성공 사례가 없던 ‘STAT6’ 단백질 표적 항염증 치료제의 선도물질을 최적화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 생태계는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 격차가 뚜렷하다. 국내는 아직 개별 연구실 단위의 초기 개념 증명(PoC)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옥토퍼스(OCTOPUS) OS’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연세대 K-NIBRT 사업단의 실습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했지만 개별 장비 간 연계성이나 데이터 표준화 측면에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하드웨어 확충이라는 양적 전략에서 벗어나, 데이터 흐름과 실험 절차를 통합 관리하는 운영체제(OS) 중심의 질적 고도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비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표준 포맷과 메타데이터 체계로 통합하고, 실시간 실험 피드백을 통해 AI 모델의 의사결정 역량을 고도화하는 구조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김민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SDL은 단순히 정해진 프로토콜을 반복하는 기존 자동화와 달리, 실험 결과를 학습해 다음 조건을 스스로 탐색·조정하는 폐루프 체계가 핵심”이라며 “이제 경쟁력은 개별 장비 성능보다 데이터 표준화, 상호 운영성, 운영 소프트웨어 완성도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술적·제도적 전환을 위해선 정부·지자체 주도의 ‘개방형 공용 자율 실험 허브’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제언도 나온다. 초기 구축 비용이 높고 AI와 로봇, 데이터, 실험 전문성이 복합적으로 요구되기에 제약사나 연구실 단독으로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연구 데이터 보안, 지식재산권(IP) 관리, 민관 합동 운영 모델 등의 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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