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에 1250억 원을 추가 투자하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 바이오 신사업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리가켐바이오는 후기 임상과 자체 개발 단계에 진입하면서 자금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오리온이 제과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신약 개발에 지속 투입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성장펀드와 함께 총 5000억 원 조달
오리온은 지난 24일 자회사 팬오리온(PAN ORION Corp. Limited)을 통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주식 391만 5321주를 약 1250억 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후 지분율은 25.53%로 늘어난다. 오리온은 이번 주식 취득 목적에 대해 “국민성장펀드가 리가켐바이오를 바이오 분야 1호 직접투자 기업으로 선정하면서, 대주주인 오리온의 지분 참여가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리가켐바이오가 추진하는 5000억 원 규모 자금조달의 일환이다. 전환우선주(CPS)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이 가운데 2500억 원은 국민성장펀드의 재원인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출자한다. 나머지 2500억 원은 최대주주인 팬오리온과 산업은행, 민간 기관투자가 등이 분담하는 형태다. 정부 정책자금과 민간 자금이 합작해 후기 임상 개발에 투입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암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다. 암세포에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ADC 기술을 보유한 대표 기업으로 꼽히며, 이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성장해왔다. 현재 유방암 치료제 임상 3상을 포함해 총 8건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며, 최근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과 임상시험을 최종 제품화 단계까지 끌고 가기 위해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섰다.
오리온은 2024년 자회사 팬오리온을 통해 약 5458억 원을 투자하며 리가켐바이오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오리온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로, 바이오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적 행보였다. 오리온은 식품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산업을 낙점한 바 있다.
2020년 중국 국영 제약사 산둥루캉의약과 합작계약을 체결하며 바이오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고, 2022년 오리온홀딩스 산하에 그룹 바이오 사업을 총괄하는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이후 2024년 리가켐바이오 최대주주에 오르며 항암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현재 오리온의 바이오 사업 전략에서 핵심 축으로 꼽힌다. 특히 오리온그룹 오너 3세인 담서원 오리온 부사장이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를 겸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담 부사장은 리가켐바이오 인수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담서원 부사장은 전략경영본부장으로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바이오를 비롯한 미래사업을 맡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에서는 사내이사로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오너 3세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리온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리가켐바이오의 성과가 담 부사장의 신사업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제과로 번 현금, 바이오 투자 부담 떠안나
오리온은 K-푸드 열풍 속에서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조 3324억 원, 영업이익 5583억 원으로 전년보다 성장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 9304억 원, 영업이익 1655억 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문제는 오리온의 본업 실적이 견조한 상황에서도 바이오 투자 부담이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과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신약 개발 자금으로 장기간 투입될 경우, 본업 성과가 바이오 부문의 불확실성을 떠받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416억 원으로 전년(1259억 원)보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1065억 원으로 전년(209억 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916억 원을 기록하며 2024년 흑자에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59억 원, 영업손실 374억 원, 당기순손실 333억 원을 기록했다.
리가켐바이오는 후기 임상과 자체 개발 단계에 진입하면서 현금 소모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25년 말 986억 원이던 현금성자산은 올해 1분기 말 635억 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신약 연구개발 관련 외주용역비만 464억 원에 달했다. 후기 임상이 본격화될수록 연구개발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시장에서는 오리온의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신약 개발은 상업화 시점과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꼽힌다. 임상 단계가 진행될수록 투입 비용은 커지는 반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리온의 바이오 투자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 규모로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오리온도 리가켐바이오의 투자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리온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후기 임상, 허가, 글로벌 생산 및 상업화 단계로 갈수록 자금 소요가 크게 증가하고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분간 추가적인 자금 지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성장펀드 투자 유치를 통해 리가켐바이오가 대규모 개발 자금을 확보한 만큼 당장 자금 부담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국민성장펀드 투자와 기존 보유 현금 약 4500억 원을 합쳐 약 1조 원 규모의 개발 자금을 확보했다”며 “현재로서는 추가 투자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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