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증권형 토큰 규율체계 초안 공개, '제도권 편입'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한국거래소에 디지털 자산 시장 개설, 증권사 거래 맡아… 가상자산 업계 "증권성 기준부터 확정해야"

2022.09.08(Thu) 10:45:00

[비즈한국] 금융당국이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ST)의 규율체계 정비 방향 초안을 발표했다. 증권형 토큰의 발행과 유통이 자본시장 규제 내에서 작동하면서 시장은 한국거래소와 증권사가 주도하게 되는 그림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4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8월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인공지능 활용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장내는 한국거래소, 장외는 증권사가 맡아

 

6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자본시장연구원과 ‘증권형 토큰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향’ 정책 세미나를 열고 증권형 토큰 규율체계 초안을 공개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자본시장법의 기본을 지키면서 증권형 토큰이 디지털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다양한 시범 사업 기회를 부여하고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증권형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을 뜻한다. 토큰 투자자는 이와 연동된 자산의 수익을 배당받는 권리가 주어진다. 뮤직카우(음악 저작권)나 카사(부동산)처럼 실물자산과 연동된 수익증권을 토큰화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가상자산 중에서 비트코인처럼 발행인이나 투자자 권리가 없는 것은 증권형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행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거나 정형화하지 않은 증권의 유통을 인정하지 않지만, 이론적으로는 자본시장법상 모든 증권이 토큰 형태로 발행될 수 있다. 증권형 토큰의 글로벌 시가총액은 7월 기준 약 23조 원에 달한다.

 

지난 4월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 이후, 조각 투자 등의 신종증권 가이드라인이 나오며 증권형 토큰을 자본시장법에 포섭하는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금지됐던 증권형 토큰 발행(STO)도 자본시장법 규율하에 허용할 방침이라고 5월에 밝혔다.

 

금융당국이 밝힌 증권형 토큰 발행·유통체계 초안에 따르면 증권성 토큰은 한국거래소에 개설한 디지털 증권 시장에서 유통한다. 장외 시장에서 거래하는 경우에는 증권사가 매매 중개를 맡는다. 투자자 보호와 규제차익 방지를 위해 기존 증권과 동일한 유통체계를 적용하는 것. 증권형 토큰 발행에 대해선 예탁결제원이 등록심사와 발행량을 관리하고, 토큰 생성과 이전은 증권사·은행 등 계좌관리기관이나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 맡는다. 현재 법상 증권형 토큰은 전자증권에 해당하지 않지만 향후 전자증권법을 개정해 전자증권 제도에 포섭한다.

 

이처럼 증권성을 가진 가상자산과 신종 수익증권의 유통을 한국거래소와 증권사에서 맡게 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지 주목된다. 증권성 판단 원칙이 수립된 후 국내서 유통하는 가상자산이 얼마나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될지에 따라 거래소 행보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원칙에 조각 투자 가이드라인의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형식이나 기술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의 구조, 비용, 수익배분 등 권리의 실질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규율체계 초안을 발표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형 토큰이 지금은 적지만 여러 장점이 있고,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과 연결된 측면도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크게 성장한 만큼 증권형 토큰 교육과 체계가 중요해졌다”라고 설명했다.

 

9월 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형 토큰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향 세미나의 패널 토론 현장. 사진=심지영 기자

 

#거래소 “증권형 토큰 분류 기준부터 확정해야”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는 규율체계 초안은 나왔지만,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A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형 토큰 분류 기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선 대응 방안을 세우기 어렵다”라며 “업권법이 제정되고 시행령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형 자산을 자본시장법에 편입한다는 이야기는 4~5년 전에도 나왔다. 새로운 논의는 아니다”라며 “솔직히 최근 몇 년간 시장 상황을 봐서는 얼마나 많은 가상자산을 증권형으로 분류할지 의문이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도 리플의 증권성 여부를 두고 소송을 하고 있지 않나. 해외에서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 국내에선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체계에 맞춰 증권형 토큰의 공시, 불공정거래, 사업자를 규제한다. 일반 증권처럼 발행 시 공모에 해당하면 증권신고서가 필요하고, 발행처가 상장 법인이라면 사업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를 막기 위해 불공정거래에는 일반 사기죄 특별규정을 적용한다.

 

증권형 토큰을 매매 및 중개하는 사업자는 금융투자업자(금투업자)로서 규제받는다. 당분간은 규제 샌드박스로 증권형 토큰 거래를 ​현행대로 ​허용하지만, 체계 수립 후에는 증권형 토큰에 특화한 금투업자가 법망 안에서 사업을 영위하게 된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자본법상 금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C 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업자를 규제하기 시작하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증권형 토큰을 취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하기엔 이른 것 같다. 증권사나 은행과 협업하는 건 없다”라고 답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도 앞으로 토큰 거래를 어떻게 중개할지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라며 “기존 거래 시스템을 활용할 것으로 추측하지만, 공식적으로 진행 상황이 나올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가상자산 업계가 불신과 침체의 악순환에 빠진 만큼 자본법에 따른 규제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회장은 “디지털자산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제도화가 시급하다. STO가 풀리고 가상자산이 산업계·경제계로 흘러가야 실물경제에 쓰이고 투자자가 늘어난다”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국내에서 유통하는 알트코인 90% 이상이 증권성을 가진다고 본다. 하지만 이 중 제대로 된 코인은 10%도 안 될 것이다. 알트코인 백서 중에는 사기성이 짙거나 법적 책임을 피하는 것이 많다. 코인을 발행하는 재단이 실체가 있는 곳인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숱하다. 시장 발전을 위해 공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디지털자산법이 만능은 아니다. 실제 시행은 2024년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 공백을 하루빨리 줄이기 위해 발의된 개정안이라도 시행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핫클릭]

· '시맨틱 에러' 흥행에도…자금줄 찾아나선 왓챠, 매각 성공할까
· 떼인 보증금 '역대 최대'…깡통전세, 전세사기 속에서 내 보증금 지키는 법
· '승객만 답답' 기차 지연 안내, 미흡한 이유 뭔가 봤더니…
· 물적분할·공매도 대책에 발끈, 자본시장 국정과제 추진에 '개미들' 반발 왜?
· [대선 공약 점검②] 코인 투자했다 빚더미…'금융선진화' 하면 달라지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