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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맨틱 에러' 흥행에도…자금줄 찾아나선 왓챠, 매각 성공할까

기업가치 과거 절반 이하로 뚝…단기 자금 수혈 나섰지만 인수합병 불가피, SKT 웨이브·리디 인수 검토

2022.09.06(Tue) 17:59:55

[비즈한국]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왓챠(WATCHA)가 위기에 봉착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가치 5000억 원이 거론되며 1000억 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추진했던 왓챠가 단기성 자금 조달에 이어 지분(구주) 매각과 인수합병(M&A)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는 지난해 매출 708억 원, 영업손실 248억 원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와 유동성 축소로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줄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왓챠를 둘러싼 공기가 급변했다. 왓챠는 최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 모집에 나섰고, 국내 OTT 업체를 접촉해 인수 의향을 타진 중이다. 왓챠는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프리 IPO에 실패한 왓챠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사진=각 사 제공


#투자로는 한계…‘생존형’ 인수합병 불가피 

 

왓챠는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구독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왓챠 2.0’ 구상을 제시했다. 영상 콘텐츠를 넘어 음악·웹툰 등을 포괄하겠다는 계획인데 올해 말 목표였던 기업공개(IPO)를 위한 초석으로 해석됐다. 당시 박태훈 왓챠 대표는 “빠르면 올해 중 IPO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프리 IPO 라운드의 경우 전략적 투자가 일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리 IPO를 포기한 왓챠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투자금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는 왓챠의 설명대로 자금을 유치해 재기를 노리거나 ‘생존형 M&A’라는 동아줄을 잡는 것뿐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은 녹록지 않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플랫폼 특성상 초반에는 적자를 감수하고 외형을 키우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게 맞지만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 등으로 투자 기조가 보수적으로 변한 상황에서 업계 선두도 아닌 기업에 대규모 자금 투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왓챠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99만 명으로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OTT 중 6위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6만 명이 빠진 수치로, 비교적 선방한 또 다른 토종 OTT들과 대조적이다. SK텔레콤의 웨이브는 7월보다 28만 명 증가한 452만 명으로 2위, CJ ENM의 티빙은 38만 명 증가해 450만 명으로 3위였다. 티빙에 합병될 예정인 KT의 시즌도 이용자 177만 명을 확보해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박태훈 대표는 투자업계에 “가을부터 월 단위 흑자를 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단기성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유상증자 참여 권한을 부여한 개인투자를 통해 급한 자금을 융통하고 추후 기관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회사 인력 약 210명 중 100명 이상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지난 2분기부터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는데, 프리 IPO 실패로 신사업이 보류되자 관련 제작 인력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고강도 인력 감축 전략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맞춰 경영 정상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악재 누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업계 관심

 

많은 벤처가 동시다발적으로 자금 유치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왓챠는 결국 인수합병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사들의 자금 회수(엑시트) 시점이 다가오는 데다 단기성 자금만으로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끌고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장기적인 그림을 가지고 목적이 기재된 단기 자금을 조달해 주요 사업에서 성과를 낸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왓챠의 경우처럼 인력 감축과 사옥 이전 등의 급박한 조치와 함께 단기성 자금 수혈에 집중하는 그림은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며 “인수합병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왓챠는 ‘시맨틱 에러’로 성공을 거두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현재 ‘최종병기 앨리스’ 이후 기획·제작 단계에 있던 오리지널 콘텐츠 진행을 중단한 상태다.

 

최대주주인 박태훈 대표(15.8%)를 포함해 주주 다수는 보유 지분 매각을 위해 인수자들을 찾고 있다. 1500억~20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0년 시리즈 D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몸값 3000억 원을 크게 밑돌고, IPO 유치 시 책정 받으려던 500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인수 후보로는 웨이브와 콘텐츠 플랫폼 리디 등이 거론된다. 게임사, IT 회사 등이 잠재 투자자로 언급됐으나 사업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들이 인수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웨이브의 인수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다. OTT 3위인 티빙이 4위인 시즌을 인수합병하면서 2위 자리를 내준 웨이브로서는 외연 확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OTT 간 합종연횡 속 왓챠가 매물로 나온 것이 웨이브에게는 시기적절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 시즌 자체의 영향력은 미미했지만, 티빙은 시즌 인수로 KT와 함께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게 됐다. 웨이브는 모회사 SK텔레콤이 탄탄하지만 차별화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트업 출신 왓챠의 젊은 콘텐츠 역량과 이용자를 품는 방안이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흥행을 이끈 왓챠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맨틱 에러’(위)는 리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사진=각 사 제공


2023년 이후 상장에 도전할 계획인 리디도 왓챠 인수자로 언급된다. IPO를 위해서는 추가 동력이 필요한데 리디의 원천 IP와 왓챠의 플랫폼을 결합하면 콘텐츠 시너지가 발생하고 이용자 규모도 확대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리디와 왓챠 지분을 맞교환하는 거래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전통적인 전자책 플랫폼을 벗어나 웹툰·웹소설에 집중하며 올해 초 유니콘 반열에 오른 리디는 앞으로 매년 30% 이상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분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박 대표를 포함해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표는 경영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유치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 M&A는 최종 가격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격이 중요하다. 리디는 이미 자사 투자자에 대한 자금 회수 부담을 가지고 있다. 웨이브의 경우 SK텔레콤의 자금력을 지니고 있지만 위기 상황에 놓인 왓챠의 가치가 어느 선에서 책정되면 설득력이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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