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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임스 웹의 뒤를 이을 거대한 우주 망원경의 이름은?

칼 세이건 탄생 100주년 기념, 2034년 발사 예정 '칼 세이건 천문대'

2022.12.05(Mon) 10:47:55

[비즈한국]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되면 제임스 웹은 발사 1주년을 맞이한다. 불과 1년도 안 돼 제임스 웹은 놀라운 발견을 쏟아냈다. 그런데 성질 급한 천문학자들은 벌써 제임스 웹의 ‘다음’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허블 망원경은 지름 2.4m의 거울을 갖고 있다. 제임스 웹은 금으로 코팅한 18개의 조각 거울을 모아서 총 6.5m의 더 커다란 거울을 갖고 있다. 그리고 최근 새롭게 발표된 그 다음 망원경 계획은 거울의 전체 지름이 무려 12m에 달한다! 제임스 웹의 거의 두 배 가까운 크기다. 

 

2034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 이 엄청난 망원경의 이름은 ‘칼 세이건 천문대(Carl Sagan Observatory)’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기려 붙인 이름이다. 제임스 웹이 올라간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그 다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천문학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소개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발사를 계획하는 새로운 우주 망원경, 칼 세이건 천문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주의 기원과 탄생 못지않게 인류에게 중요한 질문이 있다. 우주에는 과연 우리뿐인가? 그 답의 단서를 찾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지난 30여 년간 태양계 바깥 외계행성을 찾았다. 그 수는 벌써 5200개를 돌파했다. 아직은 확실치 않지만 외계행성으로 의심되는 후보 천체까지 생각하면 수만 개에 달한다. 그 중엔 당장 외계생명체가 살고 있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해비터블(Habitable) 지구형 행성'도 50여 개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뤄진 외계행성 탐색 방식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외계행성 자체의 실제 모습을 보는 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는 건 사실 외계행성이 앞을 가리고 지나갈 때 어두워지거나 미세하게 요동치는 중심 별빛의 변화일 뿐. 외계행성 자체의 모습을 본 건 아니다. 외계행성을 직접 찍는 것이 어려운 건 중심 별에 비해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그리고 밝은 별빛 주변에 파묻혀서 외계행성의 모습을 선명하게 확인하는 건 더욱 어렵다.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별 HIP 65426 주변 외계행성의 실제 관측 사진. 별 표시 왼쪽 아래 찍힌 얼룩이 실제 외계행성의 모습이다. 사진=IMAGE: NASA, ESA, CSA, Alyssa Pagan(STScI) SCIENCE: Aarynn Carter(UC Santa Cruz), ERS 1386 Team


외계행성을 실제 관측하기 위해선 더 어두운 것을 볼 수 있고, 더 작은 것까지 분해해서 볼 수 있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집광력과 분해능을 모두 키우려면 더 커다란 거울을 써야 한다. 그래서 제임스 웹은 허블보다도 2~3배 더 큰 거울을 달고 올라갔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임스 웹은 허블보다 더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하기 때문에 허블과 분해능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실제로 제임스 웹은 350광년 거리에서 태양보다 두 배 더 큰 밝은 별 HIP 65426 곁에서 외계행성의 모습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외계행성이 목성의 8배 수준으로 더 무겁고 덩치 큰 가스 행성이었기에 관측이 가능했다. 

 

우리가 찾고 싶은, 지구처럼 작은 암석 행성을 찍는 건 제임스 웹으로도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별 대부분은 우리 태양계처럼 주변에 여러 개의 행성을 함께 거느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변에서 7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된 TRAPPIST-1이 있다. 이렇게 별 주변 좁은 범위에 외계행성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함께 궤도를 돌고 있다면 이들을 하나하나 분해하는 건 더욱 어려워진다. 

 

허블보다 5배, 제임스 웹보다 2배 정도 더 커다란 거울을 사용한 망원경을 올릴 계획이다.

 

이 어려운 관측을 해내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또 다시 더 거대한 새로운 망원경 계획을 발표했다. 제임스 웹의 두 배나 되는 12m 크기의 거울로 이루어진  칼 세이건 천문대다. 허블 망원경에 비해선 거의 5배 크기다. 참고로 칼 세이건 ‘우주 망원경’이 아니라 칼 세이건 ‘천문대’라고 이름이 지어졌는데, 이 정도 규모면 망원경 하나라기보다는 사실상 천문대 하나가 통째로 우주에 떠 있다고 보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천문학자들은 가능하다면 칼 세이건 탄생 100주년인 2034년 이 역대급 망원경을 발사할 계획을 세웠다. 

 

거울의 전체 크기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제임스 웹과 마찬가지로 작은 육각형 조각 거울을 모아서 큰 거울을 구성한다. 칼 세이건 천문대의 주경은 총 36조각의 거울로 이루어진다. 계획에 따르면 칼 세이건 천문대는 제임스 웹처럼 적외선을 보는 게 아니라, 허블 망원경처럼 가시광선으로 관측할 예정이다. 그래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에 더 가까운 실제 컬러 이미지로 머나먼 외계행성의 진짜 모습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또 허블 망원경보다 5배가량 더 큰 거울을 달기 때문에 허블보다 5배 더 높은 분해능으로 외계행성을 찍을 수 있다. 

 

27광년 거리 별에서 칼 세이건 천문대와 동일한 성능의 망원경으로 태양계를 바라봤을 때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예를 들어 27광년 거리에 떨어진 태양과 비슷한 별, 사냥개자리 베타별 카라(Chara)에서 칼 세이건 천문대와 동일한 성능의 망원경으로 우리 태양계를 바라본다고 생각해보자.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여러 행성의 모습을 충분히 볼 수 있다. 실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단 하루 동안의 노출만으로도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덩치 큰 토성과 목성뿐 아니라, 태양에 훨씬 바짝 붙어 있고 크기도 더 작은 지구, 금성, 화성까지도 어렴풋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다.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서 태양 주변을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소행성과 부스러기들로 이루어진 먼지 띠의 모습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망원경 크기와 성능에 따라 태양계 주변 어느 정도 거리의 외계행성까지 촬영할 수 있을지를 비교한 결과.

 

망원경 거울이 커질수록 더 어두운 별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먼 거리의 외계행성도 찍을 수 있게 된다. 즉 더 넓은 범위에서 더 많은 외계행성 관측을 시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태양계 주변 가까운 우주 속 외계행성의 분포를 바탕으로 망원경 거울 크기에 따라 1년 간 관측 가능한 별의 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단순 비교해보자. 망원경 거울 크기가 4m라면 태양계 주변 74개 별에서 외계행성 촬영을 시도할 수 있다. 8m 크기 망원경으로는 291개의 별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이번 계획처럼 12m 크기 망원경이라면 582개의 별까지 시도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12m 크기 망원경이 우주로 올라간다면 우리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법한 작은 암석형 외계행성을 해마다 최소 25개에서 최대 80개까지 직접 찍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물론 우주 자체가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설령 칼 세이건 천문대가 올라가더라도 외계행성 표면의 대륙과 바다까지 선명하게 보는 건 불가능하다. 외계행성은 그저 흐릿한 점으로 보일 것이다. 태양계를 갓 벗어나는 보이저 탐사선이 촬영한 우리 지구의 모습, 창백한 푸른 점처럼 말이다. 하지만 전혀 실망할 필요 없다. 외계행성의 그 작고 희미한 얼룩 속에는 그곳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학적 징후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이 살고 있을 숲과 바다를 볼 수는 없겠지만, 그 얼룩 속 외계행성의 대기권에 퍼져 있는 외계생명체의 숨결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첫 아이디어가 나온 건 198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당장 실현할 수 없는 공상일 뿐이었다. 그 공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무려 30여 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제임스 웹의 두 배나 되는 더 거대한 망원경을 어떻게 불과 10년 뒤에 실현하겠다는 걸까? 다음 망원경을 위한 모든 기술적 테스트를 이미 이번 제임스 웹을 올릴 때 해봤기 때문이다.

 

계획에 따르면 칼 세이건 천문대도 제임스 웹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구동된다. 여러 조각 거울을 모아 하나의 매끈한 주경을 구성하고, 접었던 거울과 태양열 차단막을 우주에 올라 계획대로 정확히 펼친다. 이 모든 복잡한 공학적 테스트를 이미 제임스 웹에서 거쳤다. 그리고 제임스 웹은 긴 기다림 끝에 이 어려운 과제를 단 첫 번째 시도만에 완벽하게 해냈다. 제임스 웹의 성공은 뒤이어 올라갈 ‘제임스 웹류’ 미래 망원경들도 더 빠르게 실현될 거란 희망을 준다. 

 

어쩌면 이제 제임스 웹을 기점으로 인류가 생각하는 망원경의 개념 자체가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다. 기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육중한 디젤기관차에서 날렵하고 뾰족한 고속철도로 바뀌었듯 말이다. 아직 우린 망원경 하면 두꺼운 깡통 모양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지만, 먼 미래에는 망원경 하면 제임스 웹처럼 거대한 돛단배 모양이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1990년대 계획 초기에 제안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다양한 디자인안. 사진=NASA/ESA


1995년 페가수스자리 방향에서 최초로 태양과 같은 별 주변을 맴도는 첫 번째 외계행성이 발견되었다.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된 바로 그 발견이다. 참 절묘하게도 그다음 해 1996년 칼 세이건은 세상을 떠났다. 외계행성의 존재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최대한 죽음을 미루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칼 세이건의 아내 앤 드류안의 인터뷰에 따르면, 죽기 직전 투병 생활을 하던 칼 세이건은 이 발견 소식을 듣고 아주 기뻐했다고 한다. 그 첫 발견 이후 앞으로 인류가 더 많은 외계행성을 꾸준히 발견해나갈 것이라 기대했다. 

 

태양과 같은 평범한 별 주변에서 최초로 발견된 Pegasi 51b 외계행성 상상도. 사진=ESO/M. Kornmesser/Nick Risinger


외계생명체는 오랫동안 그저 SF 같은 망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외계생명체를 아주 진지한 과학의 영역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해주었고, 우주 생물학(Astrobiology)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정말 다행히도 칼 세이건은 외계행성이 실제로 존재하며, 인류가 그것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눈을 감았다. 이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이후 인류는 케플러 우주 망원경, TESS, 그리고 제임스 웹을 통해 더 많은 외계행성을 발견하고 관측하고 있다. 

 

칼 세이건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그의 열망을 계승한 우주 망원경 칼 세이건이 우주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사진=NASA


칼 세이건은 인류가 이렇게나 많은 외계행성을 발견할 거라 상상했을까? 오늘날 얼마나 다양한 환경의 외계행성이 발견되었는지, 그리고 제임스 웹으로 직접 촬영한 외계행성의 이미지를 봤다면 칼 세이건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칼 세이건은 비록 오래전 별 먼지가 되어 우주로 돌아갔지만,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외계생명체와 우주에 대한 그의 열망을 계승한 우주 망원경 칼 세이건이 그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우주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참고 

https://www.nasa.gov/topics/universe/features/sagan-20080903a.html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this-report-could-make-or-break-the-next-30-years-of-u-s-astronomy/

https://science.house.gov/news/press-releases/chairs-johnson-beyer-and-stevens-statement-on-release-of-decadal-survey-on-astronomy-and-astrophysics-2020

https://www.planetary.org/articles/the-2020-astrophysics-decadal-survey-guide

https://cor.gsfc.nasa.gov/copag/aas_jan2015/HDST_PAGs_AAS_Tumlinson.pdf

https://assets.pubpub.org/q51s85xw/21598545491312.pdf

https://www.quantamagazine.org/why-nasas-james-webb-space-telescope-matters-so-much-20211203/

https://asd.gsfc.nasa.gov/luvoir/design/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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