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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가에서 시작된 CJ-쿠팡 '햇반대첩', 이제는 자존심 싸움으로

CJ, 쿠팡 경쟁사와 잇단 협력 '눈길'…CJ는 매출, 쿠팡은 갑질 이미지 등 양쪽 모두 손해

2023.03.14(Tue) 13:24:19

[비즈한국] 쿠팡 견제에 들어간 CJ제일제당이 쿠팡의 경쟁사로 꼽히는 네이버, 컬리와 연이어 손을 잡았다. 지난해 시작된 ‘햇반대첩’이 올 상반기 중에는 해결될 것이라 예측했던 업계 분위기가 무색하게 갈등은 지속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익을 따지던 협상이 이제는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납품단가 협상 과정에서 사이가 틀어진 CJ제일제당(사진)과 쿠팡의 갈등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비즈한국 DB

 

#CJ제일제당, 컬리·네이버와 동맹

 

9일 CJ제일제당이 컬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 협약(JBP)을 체결했다. 두 업체는 신선식품을 비롯해 가공식품, 가정간편식(HMR) 등 전반적인 식품 개발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이 상품 기획을 할 때 컬리 MD(상품기획자)가 함께 참여해 연내 ‘컬리 온리’ 단독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컬리의 손을 잡은 것이 쿠팡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지난해 쿠팡과 CJ제일제당 사이에 벌어진 ‘햇반대첩’이 좀처럼 해결될 분위기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이 보란 듯 쿠팡의 경쟁사인 컬리와 동맹을 맺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쿠팡에서 CJ제일제당의 상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됐다. 쿠팡이 비비고 만두, 김치, 햇반 등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 발주를 중단했기 때문. CJ제일제당과 쿠팡이 다음 해의 납품단가를 협상하던 과정 중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제시한 마진율이 과도하다며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고, 쿠팡은 CJ제일제당의 납품가가 비싸다고 반박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이번 컬리와의 업무 협약이 쿠팡을 의식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쿠팡 거래 중단과 이번 업무 협약은 별개다. 작년에 SSG닷컴과도 업무 협약을 맺었다. 통상적으로 플랫폼들과 업무 협약을 맺는 것”이라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이 네이버, 컬리 등 쿠팡의 경쟁사들과 연이어 손을 잡고 있다. 사진=네이버 내일 도착 캡처

 

작년 연말만 해도 업계에서는 ‘햇반대첩’이 한두 달 내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CJ제일제당과 쿠팡 양측 모두에게 실익이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메인 상품인 햇반은 전체 판매량 중 30%가량이 쿠팡에서 나온다. 그만큼 쿠팡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매출 감소 우려는 쿠팡도 마찬가지다. 햇반은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다. 소비자들은 햇반이 없을 경우 다른 즉석밥 브랜드를 선택하기보다 햇반을 구매할 수 있는 다른 유통채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셔널 브랜드와 유통업체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 양쪽에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히트상품을 다수 보유한 제조업체와 가장 핫한 유통채널의 싸움이다 보니 양측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의 손해는 CJ제일제당이 크지만 쿠팡(사진) 역시  ‘유통사 갑질’ 프레임 때문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쿠팡 빈자리 채우느라 바쁜 CJ제일제당, ‘갑질 기업’ 이미지 불편한 쿠팡

 

해가 바뀐 후에도 CJ제일제당과 쿠팡의 갈등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실익을 따지던 머리 싸움이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쿠팡의 갈등이 이젠 자존심 싸움이 됐다. 얼마든지 화해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서로 굽히지 않는 상황이다. 한쪽이 지고 들어가야 끝이 날 텐데,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음이 급한 쪽은 CJ제일제당이지만 물러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쿠팡이 발주를 중단한 직후 CJ제일제당은 컬리, 11번가, 위메프 등에서 특가전을 열고 햇반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쿠팡의 경쟁사들과 연이어 동맹을 맺고 있다. 컬리와 업무 협약 체결에 이어 네이버의 ‘내일 도착’ 서비스에도 입점했다.

 

CJ제일제당​은 2월에 열린 2022년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쿠팡을 의식한 듯 “특정 유통업체(쿠팡)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게 높은 건 아니다”며 “다른 플랫폼을 통해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서용구 교수는 “CJ제일제당은 쿠팡을 대체할 채널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서 최근 네이버에 물량을 밀어주고 컬리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의 손해는 CJ제일제당이 큰 상황이지만 갈등이 길어지면 쿠팡에게도 득 될 것은 없다. 특히 매출액보다는 ‘유통사 갑질’ 프레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시선이다.

 

쿠팡은 2019년 LG생활건강과도 공방을 벌였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제품 판매가를 무리하게 낮출 것을 요청했고, 이를 거절하자 거래를 중단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공정위는 이를 쿠팡의 ‘​갑질’로 판단하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32억 97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쿠팡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을 지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이커머스 업계에 점차 공정거래 등에 대한 법률 규정이 강화되는 조짐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갑질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 쿠팡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또 쿠팡이 ESG경영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갑질 등의 여론이 조성되면 좋을 것이 없다. 이런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각인되면 구매 심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CJ제일제당과 쿠팡은 현재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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