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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미션 조기 종료? 명왕성 지난 뉴호라이즌스의 다음 탐사는?

인류 최초로 카이퍼벨트 관측…2025년이면 소천체 탐사 계속할지, 다른 방향으로 틀지 결정

2023.07.03(Mon) 15:39:09

[비즈한국] 최근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일생을 다룬 영화 제작 소식이 있었다. ‘보이저스’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아마 태양계 끝자락으로 날아간 보이저 탐사선을 제작하던 당시의 이야기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칼 세이건 역할로 앤드류 가필드가 캐스팅되면서 화제가 됐다. (가필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이후 연이어 과학자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보이저 1호가 발사된 지 벌써 거의 반세기에 이르렀다. 보이저 1호와 2호 모두 태양계 가장자리에 다다른 탐사선들이다. 지금껏 인류가 우주에 남긴 흔적 가운데 가장 먼 곳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2006년 또 다른 탐사선이 먼 여정을 떠났다. 역사상 최초로 명왕성 곁을 직접 지나가며 실제 모습을 담아낸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다. 더 강력한 추력으로 무장한 뉴호라이즌스는 선배 방랑자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구를 떠났다. 그리고 불과 9년 만인 2015년 7월 14일 명왕성 곁을 지나갔다. 그리고 속도를 늦추지 못한 채 계속 머나먼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 사이에 뉴호라이즌스의 미션을 조만간 조기에 종료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명왕성을 지나간 뒤 8년이 되도록 뉴호라이즌스의 다음 탐사 타깃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연 앞으로 뉴호라이즌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뉴호라이즌스의 여행은 앞선 보이저 선배들과 중요한 차이가 있다. 보이저 탐사선들은 모두 마지막 행성을 플라이바이 하면서 궤도를 크게 틀었다. 그래서 행성들의 공전 궤도면에서 크게 벗어난 각도로 날아갔다. 보이저 1호는 토성까지만 방문했고 토성 주변 타이탄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경로를 크게 틀었다. 보이저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방문했지만 마찬가지로 해왕성에서 크게 각도를 틀어 빠르게 태양계 가장자리로 날아갔다. 반면 뉴호라이즌스는 더 먼 명왕성까지 빠르게 날아갔다. 그래서 계속 행성들의 공전 궤도면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여행을 이어갔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각각 토성과 해왕성 궤도를 지나는 순간 행성 공전 궤도면을 벗어났기 때문에 그 바깥 소천체들의 무리, 카이퍼벨트를 통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의 탐사는 토성과 해왕성에서 끝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스는 계속 행성 공전 궤도면 상에서 이어지는 덕분에 명왕성 너머 카이퍼벨트도 그대로 통과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을 성공적으로 탐사한 뉴호라이즌스를 계속 써먹고 싶었다. 명왕성보다도 훨씬 더 먼 거리에 숨어 있는 카이퍼벨트 천체 곁을 직접 지나가면서 그 실제 모습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뉴호라이즌스가 확인한 명왕성의 아름다운 표면. 사진=NASA

 

다만 문제가 있다. 뉴호라이즌스는 이미 명왕성까지 날아가는 동안 많은 전력을 소모했다. 더 이상 궤도를 크게 틀 만한 연료나 전력이 없다. 따라서 그저 관성에 의해 날아가고 있는 현재의 경로 상에서 운 좋게 다른 천체가 근처를 지나가길 바랄 수밖에 없다. 천문학자들은 명왕성 다음으로 뉴호라이즌스의 경로를 지나갈 천체가 혹시 있지 않은지 샅샅이 찾았다. 그리고 2014년 허블 우주 망원경 관측을 통해 뉴호라이즌스 곁을 지나갈 것으로 보이는 카이퍼벨트 천체 하나를 발견했다. 딱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 곁을 지나가기 2년 전, 뉴호라이즌스의 다음 방문지를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2019년 1월 1일 새해 첫날,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에 이어 이 카이퍼벨트 소천체 곁을 지나갔다. 인류의 탐사선이 단순히 태양계 행성이 아니라, 태양계 최외곽 카이퍼벨트 천체 곁을 직접 지나가면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건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곳은 20~30km 크기의 준해왕성 천체(TNO, Trans-Neptunian Object) 아로코스(Arrokoth)다. 두 개의 크고 작은 납작한 돌멩이 두 개가 맞붙은, 마치 호떡 기계로 눌린 눈사람 같은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아마 원래 따로 놀던 두 덩어리가 충돌하면서 이런 이상한 모습을 만들었을 것이다. 작은 덩어리들끼리 충돌하면서 더 큰 덩어리로 반죽되어가는 행성의 탄생 과정이 태양계 가장자리 카이퍼벨트에서는 아직도 천천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뉴호라이즌스가 직접 곁을 지나가면서 확인한 아로코스의 모습. 사진=NASA


정말 운 좋게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지나가기 직전, 천문학자들은 뉴호라이즌스의 다음 타깃 아로코스를 딱 발견해주었다. 그 덕분에 뉴호라이즌스의 임무는 명왕성 너머 카이퍼벨트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뉴호라이즌스는 지금도 한창 카이퍼벨트를 통과하고 있다. 계속 써먹을 수 있다면 뉴호라이즌스로 더 많은 카이퍼벨트 천체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것이다. 아로코스 플라이바이 이후 최근 4년간 천문학자들은 뉴호라이즌스의 경로 근처 1도 이내를 지나갈 만한 다른 천체들을 열심히 찾아왔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다양한 지상, 우주 망원경으로 뒤져봤지만 방문 가능한 천체는 그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지금도 뉴호라이즌스는 아주 빠른 속도로 계속 태양계 바깥을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앞으로 몇 년, 몇 개월 안에 뉴호라이즌스가 근처를 지나갈 만한 타깃을 찾기 위해서는 현재 뉴호라이즌스가 있는 위치보다 더 먼 외곽에서 천체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먼 거리에 놓인 작은 소천체를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탐사선이 계속 멀어지면서 다음 행선지를 찾기 위해 탐색할 수 있는 범위도 빠르게 줄어든다. 천문학자들은 뉴호라이즌스를 가능한 한두 개라도 더 많은 카이퍼벨트 천체를 탐사하는 데 활용해보고 싶었지만, 현재까지 뉴호라이즌스의 다음 여행 스케줄은 빈 칸으로 남아 있다. 

 

최근 뉴호라이즌스 팀을 이끌고 있는 천문학자들은 앞으로 이 탐사선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긴 토론을 했다. 2025년이 되면 뉴호라이즌스는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서 완전히 목적이 다른 탐사를 하게 될 것이다.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카메라 같은 장비는 모두 끄고, 최소한의 통신과 센서 몇 개만 살려둔 채 탐사를 이어가게 될 것이다. 

 

더 이상 태양계 소천체의 사진을 찍는 등의 탐사는 할 수 없게 된다. 대신 태양과 태양계 바깥 성간 우주 공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데 쓰이게 된다. 태양풍에 불려나간 성간 물질들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태양의 중력과 자기장은 어느 정도 범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탐사하면서 보이저 선배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40년쯤이 되면 전력이 모두 꺼지면서 차갑게 식은 뉴호라이즌스도 태양계 바깥 어둠 속을 떠돌게 될 것이다. 

 

따라서 2025년은 뉴호라이즌스가 태양계 소천체 탐사선으로서 계속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데드라인이 될 것이다. 그 시점을 넘기기 전에 아로코스 바깥 또 다른 카이퍼벨트 소천체를 발견한다면 뉴호라이즌스는 더 오래 태양계 소천체 탐사선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만약 끝내 새로운 방문 가능한 천체를 찾지 못한다면 뉴호라이즌스의 미션은 더 일찍 완전히 다른 방향의 미션으로 전환될 것이다. 

 

계속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 뉴호라이즌스의 궤적을 따라 근처를 지나가는 소천체들을 표시한 그림. 사진=NASA


그런데 최근 뉴호라이즌스에게 작은 희망이 될 만한 발견이 이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외곽 카이퍼벨트가 단순히 단 하나의 벨트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이어 계속 새로운 천체들을 발견하고 그 궤도를 그려보니, 원래 알려진 카이퍼벨트 너머 또 다른 희미한 두 번째 카이퍼벨트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현재 뉴호라이즌스는 첫 번째 카이퍼벨트와 두 번째 카이퍼벨트 사이, 잠시 소천체들의 밀도가 낮은 구간을 지나는 중이다. 따라서 두 번째 카이퍼벨트가 실제 존재한다면 뉴호라이즌스는 다시 소천체들이 바글바글한 영역을 통과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경로 근처를 지나가는 소천체들을 더 쉽게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뉴호라이즌스가 조기에 성간 탐사선으로 전환되지 않고, 더 오랫동안 태양계 소천체 탐사선으로서 역할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 

 

1970년대 초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 뒤이어 보이저 1호와 2호가 태양계 바깥 성간 우주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30년이나 지난 2006년 뉴호라이즌스가 같은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또 다시 그로부터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렇다면 태양계 바깥 성간 우주로 날아가는 탐사선의 역사는 이대로 끝나는 걸까? 

 

현재 논의되는 인터스텔라 프로브는 0.01광년에 달하는 먼 거리까지 떠나갈 계획이다. 사진=NASA


최근 NASA는 새로운 성간 탐사선 미션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뉴호라이즌스를 함께 제작한 존스홉킨스 APL과 이번에도 함께한다. ‘인터스텔라 프로브’라고 이름 지어진 새로운 탐사선은 2036년경 NASA에서 만드는 초강력 로켓 SLS(Space Launch System)를 타고 발사될 예정이다. (SLS는 NASA에서 한창 진행 중인 아르테미스 유인 달 착륙 미션에도 사용된다.)

 

인터스텔라 프로브는 목성 곁을 지난 뒤에도 빠른 속도를 유지해 50년 안에 태양으로부터 무려 1000~2000AU 거리까지 떠나게 된다. (1광년의 1~3% 수준이나 되는 엄청난 거리다.) 그리고 이 머나먼 태양풍에 의해 성간 먼지가 둥글게 불려나가면서 형성되었다고 추정되는 로컬 버블(Local Bubble)의 모습을 직접 탐사할 예정이다. 나아가 먼 거리에서 다시 태양과 주변 태양계 행성들의 모습을, 외계인 시점에서 거꾸로 바라보는 탐사를 하게 된다. 이를 통해 태양계 바깥에서 봤을 때도 지구가 생명이 살 만한 행성처럼 보이는 데이터를 얻으려면 어떤 방식의 관측을 해야 하는지, 즉 그동안 우리의 외계행성 탐색 방식에 한계가 있는 건 아닌지 등도 점검하게 된다. 

 

가끔 눈을 감고, 내가 보이저 탐사선이 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끝없이 이어진 차갑고 어두운 암흑만 보이겠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머나먼 곳까지 홀로 날아간 기분은 어떨까? 소름 돋으면서도 한편으론 황홀한 경험이 아닐까? 비록 기술적 한계와 극단적인 비용 문제로 인해 자주 날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인터스텔라 우주를 향한 탐사선의 계보가 부디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참고

https://aasnova.org/2016/07/15/new-objects-beyond-the-kuiper-belt/

http://pluto.jhuapl.edu/Mission/Where-is-New-Horizons.php

https://interstellarprobe.jhuapl.edu/Resources/News-and-Gallery/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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