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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플라스틱 용기가 산처럼 쌓여" 친환경 내세운 백화점의 '두 얼굴'

현대백화점 '프레시 테이블' 하루 사용량만 수백 개…환경단체 "정부 차원 강력한 규제 필요"

2023.07.12(Wed) 16:36:10

[비즈한국]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며 사회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유통업계는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에 소극적인 분위기라 우려가 커진다.

 

현대백화점이 도입한 ‘프레시 테이블’. 과일, 채소를 손질해 포장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박해나 기자


#하루에만 플라스틱 용기 수백 개 사용…백화점 “변질 우려 때문”

 

지난 6월 현대백화점이 도입한 ‘프레시 테이블’ 서비스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구매한 과일이나 채소를 고객이 원하는 크기와 모양에 맞춰 무료로 손질, 포장해주는 서비스다. 수박, 멜론 등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과일을 백화점에서 손질해 가져갈 수 있어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다.

 

11일 낮 12시. 더현대서울 프레시 테이블 코너의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수박을 자르고 담기를 반복했다. 오전부터 몰린 고객으로 이미 4시간 이상의 주문이 밀려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 테이블 코너의 직원은 “오후 3시나 4시 정도면 영업 종료 시간까지 처리할 작업량이 쌓여 주문이 마감된다”며 “이용 고객이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프레시 테이블 서비스의 인기에 덩달아 관심이 쏠린 것은 플라스틱 사용량이다. 현대백화점은 손질된 과일을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비닐로 포장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수박의 경우 1통을 손질하면 플라스틱 용기 4개에 내용물이 담겨 제공된다. 프레시 테이블 이용객이 하루 평균 2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일평균 플라스틱 용기가 800개, 한 달이면 2만 4000개 이상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되는 셈이다. 

 

최근 플라스틱 용기 사용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이다 보니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반감도 커지고 있다. 한 고객은 “과일을 손질해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쌓인 플라스틱 용기를 보니 이용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수박 등의 과일은 수분이 많다 보니 보관에 문제가 있다”며 “변질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 업계 최초로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도입한 바 있다. 폐페트병을 수거해 세척, 분쇄한 후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제작하고 이를 백화점 식품관에 도입해 친환경 전환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생 플라스틱 용기는 아직까지 극히 일부 상품에만 적용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현재 식품관 전체 상품 중 과일 품목에만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다른 상품의 포장에는 일반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되고, 과일을 손질해 제공하는 프레시 테이블 서비스도 일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재생 플라스틱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백화점 내 식당가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양이 상당하다. 백화점들은 고객 편의성을 이유로 플라스틱 감축에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아 환경단체 등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한쪽에선 친환경 강조, 다른 쪽에선 플라스틱 사용…‘그린워싱’ 비난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이 필수 과제가 되며 백화점 업계도 앞다퉈 친환경 정책을 내놓았다. 현대백화점은 3R(Recycle·Replace·​Reduce) 정책을 실천 중이라고 강조한다. 택배 박스, 선물세트 및 식품관 패키지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거나 다회용기를 활용한 반찬 정기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며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리얼스(RE:EARTH)’ ESG 캠페인을 전개하며 일회용품 사용 제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에너지 절감 캠페인, 잔반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백화점 업계의 친환경 활동이 그린워싱(녹색경영을 표방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질적 친환경 경영과 거리가 먼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친환경’을 강조하는 백화점이 플라스틱 쓰레기 양산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백화점 식당가에 입점한 한 식당은 매장 한편에 플라스틱 생수병을 가득 쌓아 놓고 있다. 식당가에 정수기가 있음에도 손님에게 음식과 함께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제공한다. 또 다른 식당은 모든 음식을 일회용기에 담아 제공한다. 매장 앞에는 ‘일회용기에 담은 음식은 백화점 내 취식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았지만, 고객에게 ​실제 ​안내하는 사항은 다르다. 일회용기에 담은 음식을 백화점에서 먹어도 되냐고 묻자 매장 직원은 “괜찮다. 일회용기에 담은 음식도 푸드코트 내에서 먹을 수 있다”고 답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백화점은 일회용 봉투와 일회용 우산비닐 등을 사용할 수 없다. 백화점 내 입점한 식당의 경우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이 금지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는 계도기간이라 별도의 단속을 하지 않지만 11월 24일 이후 사용할 경우 위반사항이 발생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플라스틱 용기 사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제가 없다 보니 사용량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짐에 따라 지자체나 기업들도 정부의 규제와 별도로 자체적인 플라스틱 절감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고객 편의성’에 우선순위를 둔 백화점 업계는 일회용품 규제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법적으로 규제 대상이 되는 부분은 모두 실천하고 있다. 그 외 내부적인 가이드나 방침에 따라 입점하는 식당에 별도로 규제를 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도 “친환경 용기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싶지만 고객 서비스에 불편을 주면 안 되다 보니 쉽지 않다.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정부 정책으로 규제되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각 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축 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 보여주기 식에 치중된 정책을 운영 중”이라며 “현재의 플라스틱 오염 위기 정도를 고려할 때 정부 차원의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협약이 체결되면 기업 또한 정책을 따르고 올바른 방향으로 플라스틱 감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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