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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임스 웹, 우주 끝자락 샛별 '에렌델'의 비밀을 찾아내다

'재이온화 시기' 어린 별들의 탄생지 흔적 관측…제2, 제3의 에렌델 추가 발견

2023.11.06(Mon) 10:32:41

[비즈한국] 아래 사진은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완성한 역대 최고 해상도의 안드로메다 사진이다. 사진 전체가 무려 15억 픽셀이다! ​거대한 안드로메다은하의 일부분만 담은 사진 속 영역의 실제 규모는 약 4만 광년에 달한다. 이 사진 한 장에 1억 개가 넘는 별, 수천 개의 성단이 담겨 있다. ​

 

사진=NASA, ESA, J. Dalcanton(University of Washington, USA), B. F. Williams(University of Washington, USA), L. C. Johnson(University of Washington, USA), the PHAT team, and R. Gendler

 

별 하나하나가 다 구분되어 보이는 안드로메다은하의 모습은 쇠라의 점묘화를 떠오르게 한다. 먼 옛날 처음으로 망원경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저 뿌옇게만 보이는 은하수가 실은 수많은 작은 점으로 채워졌음을 발견한 갈릴레오가 얼마나 경이로움을 느꼈을지 이해가 된다. 

 

사실 안드로메다 속 별을 하나하나 구분해서 볼 수 있는 이유는 그나마 안드로메다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로 250만 년. 아주 먼 거리이지만, 우주에서는 그나마 제일 가까운 옆집 은하다. 더 먼 은하로 갈수록 그 속의 별을 하나하나 구분해서 보는 건 굉장히 어렵다. 기껏해야 별들이 수십만, 수백만 개가 동그랗게 모여 있는 성단 정도를 구분해서 볼 수 있다. 

 

사진=NASA, ESA, CSA, D. Coe(AURA/STScI for ESA), Z. Levay


사진=NASA, ESA, Alyssa Pagan(STScI)

 
사진=NASA, ESA, Alyssa Pagan(STScI)


작년에 천문학자들은 허블 망원경 관측을 통해 우주 끝자락에서 홀로 빛나는 별빛을 포착했다! 이 별빛은 지금으로부터 129억 년 전에 날아온 빛이다. 우주가 시작된 지 10억 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존재한 별이란 뜻이다! 안드로메다 정도 거리만 더 벗어나도 별을 하나하나 보는 게 까다로운데, 대체 어떻게 이 먼 우주에서 별빛을 구분해냈을까? 최근 제임스 웹이 이 놀라운 현장을 다시 관측했다. 그 결과 앞서 허블 관측에서 확인하지 못한 비밀이 밝혀졌다. 

 

제임스 웹으로 포착한 우주 끝자락의 별 에렌델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우주 끝자락에 숨어 있는 별빛은 너무나 어둡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그 어두운 별빛을 보는 마법이 벌어질 수 있다. 먼 배경 별빛과 지구 사이에 거대한 은하단이 있다면 가능하다. 사이에 낀 은하단은 강한 중력으로 주변 시공간을 휘게 하고,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배경의 별빛이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여러 갈래로 뻗어나갔던 별빛은 다시 지구에 모여들기도 한다. 마치 볼록렌즈로 태양빛을 더 밝게 증폭하는 것과 같다. 너무 멀어서 아주 어두웠을 별빛을 중력 렌즈 현상을 통해 훨씬 밝게 증폭해 볼 수 있다. 

 

제임스 웹은 거대한 은하단 WHL0137-08 주변 하늘을 관측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아주 길고 둥글게 그려진 중력 렌즈의 허상을 포착했다. 이곳은 마치 둥근 지구의 지평선 위로 햇빛이 스며들어올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선라이즈 아크(Sunrise arc)’라고도 부른다. 훨씬 먼 배경 은하의 빛이 극단적인 중력 렌즈를 통해 만들어진 허상이다. 그 빛을 분석한 결과, 이 먼 배경 은하의 빛은 지금으로부터 129억 년 전에 날아온 것으로 보인다. 거리로 따지면 더 멀다. 빛이 날아오는 동안 우주 공간도 계속 팽창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배경 은하까지의 거리는 약 280억 광년에 달한다! 

 

사진=NASA, ESA, CSA, D. Coe(STScI/AURA for ESA; Johns Hopkins University), B. Welch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University of Maryland, College Park). Image processing: Z. Levay


선라이즈 아크 속에는 유독 더 밝게 빛나는 작은 점들이 있다. 첫 발견에서 천문학자들은 이것이 은하 속에 있는 밝은 별의 모습일 것으로 추정했다. 빅뱅 직후 태초의 암흑을 밝게 비추었을 이 별에게 천문학자들은 J. R. R. 톨킨의 ‘실마릴리온’에서 따온 ‘에렌델’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침을 비추는 샛별’이라는 뜻이다.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서 정말 극단적인 중력 렌즈 현상이 벌어진 덕분에 별 하나의 모습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밝게 증폭되었다. 실제 밝기보다 평균 4000배나 더 밝게 보인다. 가장 크게 증폭된 영역은 무려 4만 배나 더 밝게 보인다. 하지만 허블로 관측한 첫 발견만으로는 이 점이 정말 하나의 밝은 별인지, 아니면 별 여러 개가 비좁은 영역 안에 바글바글 모인 성단인지 구분할 수는 없었다. 허블의 분해능이 살짝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제임스 웹이 다시 같은 곳을 겨냥했다. 허블 관측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동일한 중력 렌즈의 허상을 담았다. 제임스 웹은 더 선명한 분해능을 통해 에렌델의 밝은 점이 퍼져 있는 영역이 최대 4000AU 이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0.06광년밖에 안 되는, 천문학적으로 아주 좁은 영역이다. 별이 수십만, 수백만 개가 모여 있는 성단이라면 적어도 그 지름이 수십 수백 광년은 되어야 한다.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좁은 영역에서만 빛이 밝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곳이 성단이나 넓게 퍼진 별 탄생 지역이 아니라 독립된 별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에렌델은 정말 별이었다! 

 

에렌델은 표면온도가 1만 3000~1만 6000도에 달하는 거대하고 푸른 B형 별로 보인다. 표면온도는 태양의 두 배 정도로 뜨겁지만, 거대한 크기 덕분에 밝기는 수백만 배 더 밝다. 그런데 에렌델의 별빛 색깔, 스펙트럼을 더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점이 또 하나 발견되었다. 에렌델이 혼자 빛나는 단일성이 아니라 그 옆에 조금 더 미지근한 다른 동반성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적외선 파장에 걸쳐 관측된 에렌델의 스펙트럼 형태를 가장 잘 재현하는 모델은 뜨겁고 푸른 B형 별, 그리고 그 곁에 온도는 훨씬 미지근하지만 비슷한 밝기로 빛나는 또 다른 동반성이 함께 있는 경우다. 실제로 주변의 가까운 B형 별 대부분은 옆에 다른 작은 별을 거느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에렌델이 쌍성이라 하더라도 각 별을 분간해서 보는 것은 제임스 웹으로도 불가능하다. 쌍성을 이루는 두 별은 기껏해야 1~2AU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논문의 저자가 밝히듯이, 에렌델이 정말 쌍성인지에 대해선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보통 쌍성을 이루는 두 별은 태어날 때부터 질량이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각자 진화하는 속도도 다르다. 둘 중 질량이 더 무겁고 더 빠르게 진화한 별은 온도가 더 미지근해지고, 거대하게 팽창하면서 밝기는 더 밝아진다. 그런데 이번 에렌델의 관측 데이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모델은 쌍성의 두 별이 표면온도는 많이 다르지만 밝기는 엇비슷한 경우다. 이것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쌍성의 상황과 많이 다르다. 또 이번 연구는 쌍성을 이루는 각 별에 가해진 중력 렌즈의 효과가 똑같을 것이라고 가정해 계산했다. 이런 가정도 에렌델을 이루는 각 별의 성질을 계산하는 데 중요한 오차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관측에서는 에렌델뿐 아니라 주변 선라이즈 아크 은하를 따라 곳곳에서 빛나는 어린 별 탄생 지역의 흔적도 분석할 수 있었다. 이곳은 빅뱅 직후 거의 처음으로 탄생한 은하 속에서 최초의 별, Pop III 별들이 한꺼번에 탄생한 최초의 별 탄생 지역이었을지 모른다!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초기 우주에서 벌어진 아주 밝고 거대한 별들의 폭발적인 탄생으로 인해, 순식간에 그 주변의 우주가 이온화되는 시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초기 우주의 재이온화 시기라고 부른다. 

 

선라이즈 아크 은하 곳곳에서 확인된 둥글게 찌그러진 다양한 빛의 얼룩들은 크기가 평균 10광년 정도다. 특히 가장 크게 찌그러진 타원 모양 얼룩의 빛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그 속에서 500만 년도 채 되지 않은 아주 어린 별이 탄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주변의 또 다른 작은 얼룩들은 살짝 나이가 많은, 천만년 정도 된 별로 채워진 어린 성단이다. 그 주변 영역의 빛을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실제 밝은 별빛으로 인해 주변 원자들이 이온화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것은 우주의 나이가 채 10억 년도 되지 않았을 때, 막 탄생한 밝고 어린 별빛으로 인해 그 주변 우주 공간이 이온화되고 있었다는 재이온화 시기의 징후를 보여준다! 

 

격렬한 재이온화 시기를 보내면서 일부 별들은 빠르게 짧은 삶을 살고 폭발했을 것이다. 또 비교적 진화가 느리고 가벼웠던 별들은 천천히 삶을 연명해가며 버텼다. 그렇게 살아남은 별들과 다시 주변에서 반죽된 어린 별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별의 무리, 성단의 모습을 갖춰갔다. 오늘날 우리 은하 헤일로를 떠돌고 있는 백여 개의 구상성단들 역시 오래전 이렇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목격된 적 없는, 실제 구상성단의 탄생 과정에 가장 근접한 순간이 이곳 선라이즈 아크 은하의 허상 속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최근에는 제임스 웹 관측을 통해 또 다른 은하단 주변에서 극단적인 중력 렌즈로 새로운 초기 우주의 별빛으로 의심되는 후보 두 개가 발견됐다. 제2의, 제3의 에렌델이다! 

 

은하단 MACS J0647.7+015 주변에서 천문학자들은 각각 1000배에서 10만 배에 이르는 아주 극단적인 중력 렌즈를 겪은 작은 빛의 허상 두 개를 발견했다. 각 빛의 얼룩에서 보이는 빛의 형태를 보면, 이 둘은 각각 표면온도가 1만 도에서 1만 2000도 정도 되는 B형 별로 보인다. 그 질량은 각각 태양 질량의 20배, 50배를 넘을 것이다. 

 

물론 이들 역시 에렌델을 처음 발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작은 얼룩 속에서 빛나는 것이 독립된 하나의 별일지, 아니면 별 두세 개가 모여 있는 쌍성, 삼중성일지, 또는 더 작은 별들이 우글우글 모인 성단일지는 아직 확실하게 결론짓기 어렵다. 제임스 웹의 측광 장치, 즉 이미지를 촬영하는 NIRcam으로만 진행된 관측이기 때문이다. 에렌델을 추가 분석한 것처럼 다양한 파장에서 더 선명한 스펙트럼을 그릴 수 있는 NIRspec을 활용해 추가 관측을 해야 제2, 제3의 에렌델도 정체를 판단할 수 있다. 

 

허블, 그리고 제임스 웹과 함께 천문학자들은 130억 년 전 먼 우주에서까지 독립된 별과 성단의 모습을 구분해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시도다. 기껏해야 수백만, 수천만 광년 이내에 있는 비교적 가까운 은하만 그 속의 별과 성단을 구분해서 볼 수 있었다. 당연히 별과 성단의 진화를 연구하는 항성 진화 분야 역시 수천만 광년의 우주 안에 갇혀 있었다. 수백억 광년의 먼 우주는 항성이 아닌 은하를 단위로 연구하는 은하 천문학만의 주무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제임스 웹의 놀라운 발견과 함께 머나먼 우주 끝자락은 은하 천문학뿐 아니라, 항성 진화를 연구하는 천문학의 새로운 무대로 바뀌고 있다. 

 

참고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23/webb-reveals-colors-of-earendel-most-distant-star-ever-detected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b645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9d39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cb59a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2023/132/01H6C1CE9K8REGN2EW5ACV9THX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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