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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병행수입업체가 공식수입사를 방어하는 법

병행수입 자체는 합법, 거래 중단 요구 불가능…거래 방해 시 손해배상 또는 형사책임 가능

2023.11.20(Mon) 16:20:20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공식 수입업체나 상표권자가 병행수입업체의 거래를 방해하는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 칼럼에서는 공식 수입업자가 병행수입업체를 공격하는 수단과 방법을 살펴보았다. 공격 수단이 있으면 방어 수단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법이나 관행에 맞지 않는 잘못된 공격을 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병행수입업체가 공식 수입업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수단과 논리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병행수입 자체는 적법한 행위다. 상표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판례, 관련 법령 등에 명확히 정리된 내용이다. 대법원 2022. 9. 24. 선고 99다42322 판결은 버버리 상표 사건에서 아래와 같이 병행수입 그 자체는 적법한 행위라고 명시했다. 병행수입 과정에서 상표를 사용해 광고·선전을 했더라도 상품의 출처나 품질에 오인·혼동을 야기하지 않았다면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① 병행수입 그 자체는 위법성이 없는 정당한 행위로서 상표권 침해 등을 하지 아니하므로 병행수입업자가 상표권자의 상표가 부착된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당연히 허용된다.

 

② 상표 제도는 상표를 보호함으로써 상표 사용자의 업무상의 신용 유지를 도모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과 아울러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상표는 기본적으로 당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출처가 특정한 영업 주체임을 나타내는 상품출처표시 기능과 이에 수반되는 품질보증기능이 주된 기능이다. 

 

③ 병행수입업자가 소극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해 광고·선전행위를 하더라도, 상표의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없고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상품의 출처나 품질에 관해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다면,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상표권자는 상표권을 근거로 침해 금지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등을 청구할 수 없다.

 

위 판결에는 병행수입업체가 단순 병행수입을 넘어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는 행위를 하면 이는 영업 주체를 혼동하게 하는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병행수입업체는 상품을 저렴하게 유통하는 데 관심 있지 공식 대리점의 지위나 자격을 넘보는 경우는 많지 않으므로, 영업 주체 혼동 행위가 문제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병행수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고시’는 독점수입권자가 부당하게 아래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고 규정한다.

 

① 병행수입권자가 진정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경우 외국 상표권자의 해외거래처에 대해 외국상표권자로 하여금 제품공급을 못 하게 하는 행위

 

② 병행수입품의 제품번호 등을 통해 그 구입경로를 알아내어 동제품을 취급한 외국 상표권자의 해외거래처에 대해 외국 상표권자로 하여금 제품공급을 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병행수입업체가 공식 수입업체 등에 의해 유·무형의 피해를 입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 등을 물 수 있다.

 

따라서 공식수입업체가 병행수입업체에게 병행수입 자체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잘못된 일이 된다. 나아가 공식수입업체가 온라인 플랫폼이나 거래처 등에 병행수입업체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것에도 법적인 근거가 없고, 그로 인해 병행수입업체에게 유·무형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더 나아가 형사책임도 문제 될 수 있다.

 

대법원 1977. 4. 26. 선고 76도2446 판결은 ‘전용실시권 없이 의장권만을 경락에 의해 취득한 자가 전용실시권에 기해 그 권리 범위에 속하는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거래에 관해 자기에게만 실시권이 있는 양 주장하면서, 물품의 제조·판매의 중지와 불응 시 제재하겠다는 통고문을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했다면 이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특허법원 2018. 10. 26. 선고 2017나2417(본소), 2017나2424(반소) 판결(확정)은 ‘거래관계가 중단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거래관계를 원상회복하기가 어려워 경쟁업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이 발생함에도 무효인 지식재산권에 근거해 디자인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홈쇼핑 업체에 단정적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결론적으로, 공식수입업체가 독단적으로 병행수입을 위법행위로 단정해 병행수입업체 또는 그 거래처에 내용증명, 경고장 등을 발송하며 수입 또는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경우 이는 형사상 업무방해죄나 민사상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일도 문제가 된다. 공식 수입업자, 상표권자 등은 상표권 컨설팅 업체에 가품 단속, 합의금 협상 등 일체의 업무를 위탁하고 합의금 등 대가를 서로 나눠 갖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업무방식이 관행적으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변호사 아닌 자가 법률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변호사법 위반 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

 

대법원 1998. 8. 21. 선고 96도23450 판결은 ‘비변호사가 분쟁이 발생한 이해관계인 사이에 화해, 합의서, 분양계약서의 작성 및 등기 사무 등을 처리한 것은 변호사법 소정의 기타 일반의 법률사건에 관해 법률사무를 취급한 것에 해당해 변호사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이른바 ‘실장’ 등이 병행수입업체에 경고장을 발송하는 행위, 합의 조건을 협상하는 행위 등은 모두 변호사법 위반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가품을 유통하거나 상표권자, 공식 수입업자를 사칭하면서 ‘떴다방’ 식으로 치고 빠지는 영업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여지가 없다. 그러나 법률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병행수입을 하는 건 위법한 것이 아니다. 

 

실무상 공식 수입업자 등이 경고장 등을 발송하면서 병행수입업자를 견제하는 사례가 많은데 위와 같은 내용을 참고해 대응 여부나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칼럼에서 설명한 내용은 일반적인 사례를 추상적으로 언급한 것뿐이므로, 개별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대응하려면 전문가와의 협의나 상담이 필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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