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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배우는 나님 사랑법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좋아하는 것 생각하기…오늘 하루 돌아보고 '칭찬일기'도 효과적

2024.01.30(Tue) 10:35:46

[비즈한국] 마음이 서걱서걱하고 퍽퍽한 날. 누군가에게 포근한 위로 같은 포옹이 고팠던 그런 날에 몰아본 드라마가 있다. 조금 뒤늦게 시청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다.

 

‘따뜻한 힐링이 되는 드라마’​라는 평 때문에 무심하게 클릭한 드라마였는데, 회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주인공부터 시작해 드라마의 주변 인물에게까지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작품이어서 홀린 듯 며칠에 걸쳐 몰아봤다.

 

드라마 스토리의 큰 얼개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환자들과 그녀 주변의 사람들로 인해 삶을 다시 마주하는 힘을 얻게 된다는 설정이다. 실제 정신병동 간호사 출신인 이리하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실제 경험담 덕분일까. 리얼한 정신병동의 묘사도 흥미진진했지만, 기존의 병원 배경 드라마와는 다르게 치료하는 의료진과 환자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 스토리 전개가 눈에 띄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우리는 모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경계인들이다.”라는 극 중 주인공의 내레이션 대사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 정신질환의 경계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이 드라마는 오롯이 잘 묘사한다. 가볍게는 강박증 때문에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무한반복으로 손을 꺾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동고윤(연우진)부터 시작해 주인공 정다은의 절친인 송유찬(장동윤)은 공황장애로 직장까지 그만둔 청춘으로 등장한다. 이 중 가장 놀라운 반전은 그 어떤 사람보다 밝은 에너지를 장착했던, 정신병동 간호사 다은이 돌보던 환자의 자살로 인해 심한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보호병동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너무나 평범하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주 미묘한 경계로 강박증에 걸리고, 모든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마음 아픈 이들을 돌보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이들이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지를 보여주면서 이러한 질환들이 평범한 우리에게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정의에서 더 나아가 이렇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질환들을 치유하려면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주변에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며, 더 나아가 나 자신을 제대로 돌봐주고 사랑해 주어야 치유될 수 있다고 정의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 속 등장인물들이 치유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눈과 마음에 들어왔던 포인트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중 지금의 나에게도 적용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방법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주 돌아보고 생각하며, 글로 나를 칭찬하는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윈 다은은 힘들게 자신을 키워주는 어머니를 비롯해 타인이 자신 때문에 불편하지 않게 하는 삶에 익숙해져 절친 유찬이 어떤 영화 장르를 좋아하고 어떤 치킨 종류를 좋아하는지까지 다 알면서도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는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러한 그녀의 삶의 태도는 결국 이제는 그만 타인을 바라보고 자신을 돌봐줄 때가 되었다는 알림처럼 우울증으로 발현된다. 타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인생을 사느라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 지는 자각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 다은에게 그녀의 주치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자신 스스로를 칭찬해 주는 일기를 쓰라는 처방전을 전한다.

 

다은은 처방전에 맞춰 자신이 절친 유찬이 좋아하는 프라이드 치킨 보다는 양념 치킨을 좋아했으며, 오늘 하루를 무사하게 잘 버틴 자신을 칭찬한다는 소박한 칭찬을 글로 써내려 가며 조금씩 치유되고 마침내 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변화해 간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다은이 정신과 보호병동에 입원했던 간호사여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환자 가족들을 대면하고도 묵묵하게 “오늘 하루를 잘 버틴 나를 칭찬한다”고 칭찬 일기에 써내려 가는 모습이었다. 사랑 받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춰 내 마음을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닌, 나를 칭찬하고 사랑해 주는 마음은 이렇게 행동으로 각인해야 몸의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마음의 근육도 키워진다는 것을 이 드라마를 보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도 이 드라마 속의 평범한 등장인물들처럼 때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라고 느끼는 날이 있다면, 주인공 다은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하루에 한 번 꼭 칭찬 일기를 써 보는 건 어떨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오는 것처럼 그렇게 걷히지 않을 것만 같은 칠흑 같은 밤을 지나 다은이 환한 아침을 맞이한 것처럼, 당신에게도 그 아침이 이 적은 노력으로 환하게 다가올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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