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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 나오는 까닭

유사한 '공중보건장학제도' 지원률 절반에 불과…의료 취약지역에 공공 의료기관부터 세워야

2024.03.14(Thu) 17:22:03

[비즈한국] 정부의 4대 의료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인 지역의료 강화의 방안으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가 추진된다. 정부는 “지역 근무가 강제가 아니며 스스로 선택한다”며 야당이 추진한 지역의사제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지역인재전형 비율도 대폭 확대해 지역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인데, 앞서 시행된 공중보건장학제도의 선발률이 절반에 그치는 데다 비수도권 의대생들의 취업지역이 여전히 수도권에 몰리고 있어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의 휴학 신청이 이어지고 수업 거부 움직임도 계속되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 복도 사물함에 의학서적과 의사가운이 올려져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강제 없이 자발적 선택 유도한다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마련된 제도로, 지역 근무를 의무나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역의사제와 다르다. 야권이 추진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지역의사제)’은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10년간 해당 지역 의료에 종사하도록 한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며, 지역의사의 범위는 의사·치과·한의사로 규정한다. 법안에는 10년 의무복무 위반 시 지급된 장학금에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반환 조치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반면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충분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의사가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 남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에 자부심을 갖고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법에 의한 강제적인 방식보다는 스스로 선택해 지역의료에 헌신할 수 있도록 의사, 공공부문, 그리고 필요 시 학교 간에 계약을 맺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방안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검토안으로는 지역의료리더 육성제와 지역필수의사 우대계약제 등이 거론된다. 지역의료리더 육성제는 대학·지자체·학생 3자 계약 하에 장학금·수련비용·정주 등을 지원하고 교수 채용 할당을 약속해 일정 기간 지역 근무를 하도록 하는 안이다. 지역필수의사 우대계약제는 충분한 수입과 정주 여건(교육, 주거 등 지자체 지원) 등을 조건으로 지역 필수의료기관과 장기근속 계약을 맺는 안이다. 보건복지부는 브리핑을 통해 24시간 이상 당직을 서거나 대기하는 등 필수의료 분야의 근무여건 개선과 국립대병원의 인건비·정원 규제 완화 등을 언급했다. 

 

정부는 지역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지역인재전형을 대폭 상향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현재 비수도권 의대는 정원의 40% 이상 지역 선발 의무화 등이 시행되고 있는데,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가분에서 비수도권은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26개 비수도권 의대 가운데 이에 부합하는 곳은 7곳으로 동아대(89.8%), 부산대(80%), 전남대(80%), 경상국립대(75%), 전북대(62.7%), 조선대(60%), 대구가톨릭대(60%) 등이다. 나머지 19개 대학은 오는 4월 중으로 정원 수정을 마무리하고 5월 모집요강을 최종 발표해야 한다. 

 

#비수도권 의대생도 취업은 수도권으로…시민단체 “공공의료기관 필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발표를 두고는 정부가 기존 정책을 보완하지 않고 성급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2019년부터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와 비슷한 공중보건장학제도가 시행됐지만 장학생 선발률이 절반에 그치는 등 의료 취약지역 전문의료인력 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공공의료에 사명감을 갖춘 학생을 장학생으로 지원·선발하고, 졸업 후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일정 기간 의무 근무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모집공고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은 1020만 원(1학기당), 간호대학(간호학과)생은 820만 원(1학기당)을 지원한다. 

 

졸업 후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에 2~5년간 의무 근무를 해야 하는 공중보건장학제도의 선발률은 52%에 그친다. 자료=보건복지부·신현영 의원실 재구성

 

매해 두 자릿 수 정도를 모집인원으로 고시하고 있지만 장학생 선발률은 각각 52%(의대), 118%(간호대)인 것으로 확인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대생은 사업 시행 이후 5년간 모집정원 100명 중 52명이 지원해 총 52명이 선발됐다. 간호대생의 경우 3년간 모집정원 150명 중 493명이 지원해 총 177명이 선발됐다. 의대생 모집정원 미달에 남은 예산으로 간호대생을 추가 선발했다. 의대생의 의무복무 예정지는 경기도(17명), 충청북도(12명), 강원·경남(5명), 인천·경북(4명), 전북(3명), 부산(1명), 울산·충남·전남·제주(0명) 순이다. 배출된 의사 8명은 모두 전문의 수련 과정이어서 의무복무는 유예하고 있다. 

 

의대생들이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지역거점공공병원 근무 이력이 경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전임의로 지내며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의대생 A 씨는 “일부 학생들은 지방병원 이력에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장학금을 중도에 반환하거나 수령 전 취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의대생 1명이 5100만 원을, 간호대생이 8200만 원을 반환했고, 의대생 3명과 간호대생 1명이 장학금을 수령하기 전에 취소했다. 

 

비수도권 의대생들의 취업지역이 수도권에 몰린다는 점도 지역필수의사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지역대학 의학계열 졸업자 1만 3743명 중 5923명(43.1%)은 지역을 떠나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대학 소재 지역에서 취업한 졸업생은 4171명(30.3%)에 그쳤다. 예과 중도탈락이 많은 것으로 두고도 “서울 소재 상위권 의대에 다시 도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 입시학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의료계는 임금 등을 포함한 강력한 경제적 유인책이 있거나,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병원의 수 자체를 늘려 강제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이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정부는 의사 수만 늘리면 수요-공급의 시장 법칙에 따라 늘어난 의사들이 의료취약지역이나 필수의료에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듯하다. 그러나 의료취약지에 제대로 된 의료기관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런 취약지에는 이윤을 우선하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면 민간의료기관은 아예 생길 수 없다. 고비용 훈련 과정을 마친 의사들이 의무 복무를 시키지 않는 한 취약지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와 별개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지역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한 법안으로, 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신설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오늘(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이 지난 5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집행정지의 심문을 진행한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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