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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젠슨 황이 한국 오는데 왜 이렇게까지 난리지?"

"밥도 먹고, 용산도 가고" 오래된 한국 인연…시장과 소비자 이해하는 '소통 리더십'

2026.06.04(Thu) 13:29:10

[비즈한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반년 만에 우리나라를 다시 찾습니다. 대만에서 열리는 컴퓨텍스와 GTC를 마친 뒤 곧장 한국에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벌써부터 모든 미디어와 주식 시장이 들썩입니다. 상세한 일정을 담은 정보지가 돌고, 지난해 ‘깐부 회동’에 이은 ‘삼겹살 회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해외 유명 아이돌이 방한해도 이 정도로 세세하게 관심을 얻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겠지요.

 

하지만 다르게 보면 지금의 관심에는 젠슨 황 CEO에 대한 기대가 앞서 있다고 봅니다. 이른바 스타 CEO지요. 빌 게이츠 이후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까지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스타 창업자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젠슨 황은 대외적으로도, 또 제 개인적으로도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특히 한국에서의 환대를 잘 이해하듯 대기업 총수들을 치킨집에서 만나고, 코엑스 앞 길거리 무대에 함께 오르는 행보는 꽤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IT 업계의 오랜 ‘고인물’들을 통해 젠슨 황 CEO와의 길고 짧은 인연들이 소셜미디어를 달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컴퓨텍스와 GTC 등 대만의 가장 큰 행사를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보내는 일정이 훨씬 길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관심을 받는 듯합니다.

 

#용산 전자상가를 누비며 모두와 만나다

 

젠슨 황은 컴퓨팅 반도체 기업 CEO 중에서 한국을 가장 많이 찾은 인물입니다. 한때는 한 달이 멀다 하고 한국을 찾았고, 국내 그래픽카드 제조사와 유통사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용산 전자상가도 직접 다니면서 시장 상황을 살피는 경우도 많았지요.

 

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용산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한 국내 조립 PC 시장은 전 세계가 눈여겨보는 무대였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에 예민했고, 용산 전자상가만의 독특한 유통과 마케팅, 수익 구조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환경에 대해 늘 많이 물었고, 실제로도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이가 바로 젠슨 황입니다.

 

사진=최호섭 제공

 

PC 관련 미디어나 커뮤니티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을 찾을 때마다 기자들과 만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겠네요. 그러다 보니 새삼 ‘아니, 젠슨 황이 오는데 왜 이렇게까지 크게 난리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보면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AI부터 게이밍까지 컴퓨팅 관련 이슈들이 모두 이 가죽 재킷을 사랑하는 한 사람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으니, 나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관심을 갖고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호탕하다’, ‘시원스럽다’ 같은 젠슨 황에 대한 이미지는 이제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구와도 이야기하는 것을 즐깁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도 스스럼이 없고, 미디어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지금도 젠슨 황은 키노트나 여러 행사를 마친 뒤 참석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곤 합니다. ‘아니, 이렇게 쉽게 인사를 나눌 수 있다니…’ 같은 반응들도 나옵니다. 사실 최고경영자나 기업 오너로 불리는 대표자들을 만날 기회가 적고, 인터뷰나 이렇다 할 스킨십에 낯선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는 이런 그의 행보가 놀라울 수도 있습니다.

 

그 광경들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 표정이 밝다고 느낍니다. 모두가 엔비디아를 바라보고, 30년 넘게 이어 온 그의 비즈니스가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저는 그보다도 결국 그의 엔지니어로서의 성과가 실제 세상을 바꾼 것에 가장 신이 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직접 설명할 줄 아는 경영자

 

오래전부터 젠슨 황과 만나는 일은 꽤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는 늘 세대를 거듭하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도가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게임 환경의 변화를 직접 이끌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컴퓨팅의 양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 환경을 더 현실처럼 만드는 요소들을 찾아내, 그 연산의 영역을 서서히 CPU에서 GPU로 끌어 왔습니다. 많은 것들이 새로운 개념을 통해 태어났지요.

 

사진=최호섭 제공

 

그리고 젠슨 황은 그 모든 것을 직접 설명하는 거의 유일한 CEO였습니다. 지금도 그는 GPU 아키텍처 설계에 직접 참여하고 컴퓨팅의 방향성 자체를 이끌어 가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도가 높습니다. 제품과 아키텍처에 대한 질문에도 술술 풀어내고, 경영자로서의 질문에도 과감하게 답합니다.

 

오래전 다른 반도체 기업과 논란이 일었을 때도 CEO로서 그의 접근은 신선했습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경쟁사에 대해 강하게 비꼬는 마케팅을 문제없이 펼치지만, 대개 기업 간 관계 혹은 대외적인 문제 등을 이유로 경영진들이, 특히 CEO가 직접 외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젠슨 황은 예민한 문제도 피하지 않고 직접적인 언어로 하나하나 입장을 풀어냅니다. 당연히 모든 기술과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CEO의 강력한 언급은 큰 설득력을 갖습니다. 제가 젠슨 황에 대해 가장 좋게 느꼈던 부분들도 바로 이런 ‘솔직함’이었습니다. 따로 해석을 고민하지 않도록 하는 언어지요.

  

이런 그의 모습은 엔비디아가 점차 성장하면서 더 커졌습니다. 타고난 자신감과 밀어붙이는 성격도 있겠지만, 결국 이를 만들어 낸 것은 그의 엔지니어적인 자신감이라고 봅니다. 사실상 현재 PC 부흥기를 이끌어 낸 반도체 기업 중 원천 기술을 이해하는 창업자가 경영하는 사례는 엔비디아뿐입니다.

 

#여전히 신나게 설명하는 ‘친한 형’

 

CPU가 컴퓨팅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던 시절, 그는 그래픽카드의 영역을 넓히는 GPU라는 개념을 세웠습니다. 당시에는 마케팅 용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후 지포스 그래픽카드는 정말 그래픽에 관련된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더 맡아 갔습니다. 그리고 CUDA를 통해 GPU의 막강한 연산 능력으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갔습니다. 컴퓨팅 업계의 그저 꿈만 같던 인공지능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겪고 있으니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그의 키노트는 예정된 시간이 의미가 없을 만큼 많은 이야기로 이어지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흥이 넘칩니다.

 

사진=최호섭 제공

 

한편으로는 이런 그의 행보가 부럽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업 창업자와 CEO 등은 큰 관심을 받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가들은 대개 재벌, 갑부 같은 또 다른 포장이 씌워지며 서서히 대중 앞에서 사라집니다. 경영자들은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만, 동시에 외부에서는 그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이기도 합니다. 제품에 대한 이야기도, 앞으로의 전략이나 사업의 철학, 때로는 민감한 이야기도 경영자들을 통해 전해질 때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단순히 사업이 성공하고, 큰돈을 벌었다는 것만으로 경영자들이 존경받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과 소통하고 서로 이해해 나가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업의 철학을 전달하는 것 역시 기업인들의 중요한 역할일 겁니다. 특히 창업과 성장을 꿈꾸는 미래의 비즈니스 후배들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요?

 

언젠가 캘리포니아에 오면 새로 산 자동차를 태워 주겠다고 너스레를 떨던 ‘친한 형’과 그의 회사가 이렇게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환대까지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새삼 흐뭇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더 반가운 것은 시가총액 세계 1위를 다투는 기업의 수장이 되어서도 여전히 청중과 눈을 맞추고, 엔지니어로서 신나게 기술을 설명하는 그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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