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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 병목은 기판에서 온다" 삼성전기·LG이노텍 차별화 역량은?

AI 인프라 병목으로 떠오른 기판·커패시터…삼성전기 '공급망 선점' LG이노텍 '탈 애플 시험대'

2026.06.02(Tue) 17:32:32

[비즈한국]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경쟁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넘어 전자부품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AI 반도체 설계 기업보다도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부품 기업이 더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의 온도도 달라졌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대표적이다. 한동안 스마트폰과 PC 수요 부진에 수익성 문제를 감내해야 했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에서 구조적 수요 확대와 장기공급계약(LTA)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함께 반도체 패키지 기판과 커패시터가 핵심 병목으로 떠오르면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전자부품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전기의 실리콘 캐패시터 제품. 사진=삼성전기 제공

 

#AI 서버가 부른 부품 부족, MLCC·기판 공급망 재편

 

대표적인 수혜 품목이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고성능 패키지 기판으로, GPU와 AI 가속기 등 고집적 반도체에 사용된다. AI 반도체의 연산 성능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신호를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기판의 기술 난도 역시 급격히 상승한다.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이 패키징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삼성전기다. 삼성전기는 서버용 FC-BGA와 AI 서버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드문 업체로 꼽힌다. FC-BGA가 반도체와 시스템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MLCC는 전류를 저장·공급하며 회로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AI 서버는 일반 IT 기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MLCC 탑재량도 크게 증가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MLCC와 FC-BGA 모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MLCC 수요가 생산능력 대비 30% 이상, FC-BGA는 50% 이상 웃돈다는 추정도 나온다. MLCC 생산라인은 이미 가동률 90%를 넘어선 상태로 FC-BGA 역시 올 3·4분기부터 1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삼성전기가 주목받는 데에는 기존 사업의 성장뿐 아니라 신규 제품의 사업화 가능성이 언급된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글로벌 대형 기업과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2년이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생산하는 차세대 전자부품으로, 고주파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어 AI 서버 확대에 필수적이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제공


김연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관련 보고서에서 “이번 수주는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에서 확보한 첫 대규모 공급 성과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며 “AI 서버 공급망 신규 진입을 확인시켰고 향후 추가 공급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MLCC 사업에서도 장기공급계약 확대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하반기에도 AI·서버 관련 수요 강세, 장기공급계약 확대와 평균판매가격 상승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움직임이 확산되고, 공급망 전반에서도 추가적인 MLCC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삼성전기는 개별 부품 공급에 그치지 않고 실리콘 캐패시터와 MLCC, FC-BGA를 하나의 패키지 기술로 결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김연수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AI 핵심 부품인 MLCC와 패키징 기판, 두 분야 모두 일류인 글로벌 유일무이한 기업”이라며 “향후 두 시장의 고성장과 제품 믹스 개선에 따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FC-BGA 사업에서도 일찍부터 투자를 단행했다. 2022년 11월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대량양산에 성공한 이후 엔비디아·구글·AMD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베트남 공장에 12억 달러(약 1조 81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집행 중이다. 기존 FC-BGA 대비 휨 현상과 신호 손실을 줄인 차세대 유리기판 사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시제품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 애플’ 나선 LG이노텍 성장축 바꾼다

 

LG이노텍의 대면적(왼쪽)∙초대면적 FC-BGA 기판 샘플 제품 2종. 사진=LG이노텍 제공


삼성전기가 AI 수요를 실적으로 연결하는 단계라면 LG이노텍은 AI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LG이노텍은 오랫동안 애플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반도체 기판과 전장, 로봇 부품을 미래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FC-BGA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생산능력 확대와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 FC-BGA 사업에 진출한 후발주자임에도 현재 생산라인 가동률이 90%를 넘길 정도로 수요가 빠르게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기판 사업은 현재 풀가동 상태”라며 증설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증권가는 LG이노텍의 기판 사업 매출이 지난해 1조 7000억 원 수준에서 2027년 2조 7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1조 983억 원으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1조 클럽’ 복귀가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26~29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반도체 패키징 분야 국제 컨퍼런스 ‘ECTC 2026’에서 FC-BGA와 RF-SiP(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 등 차세대 기판 기술이 공개됐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기판에는 ‘코퍼 포스트(Cu-Post)’ 기술을 업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는 반도체와 기판을 연결하는 미세 구리기둥 구조를 활용해 기판 두께를 약 20% 줄이면서 발열도 낮추는 기술로, 이미 애플 아이폰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집적·고성능이 요구되는 AI 반도체 패키징에도 응용 가능성이 있는 기술로 꼽힌다. 

 

빅테크 기업들의 선제적 물량 확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다수의 빅테크 고객사가 메모리 반도체 계약 구조와 유사한 대규모 선수금 지급, 위약금 조항을 포함한 구속력 있는 장기공급계약, 설비투자 지원을 LG이노텍 기판 사업에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수 연구원은 “기판 사업은 주요 고객사와의 LTA 계약 확대, AI 서버향 FC-BGA 공급망 진입에 따른 믹스 개선을 기반으로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LG이노텍 마곡 본사 전경. 사진=LG이노텍 제공


AI 인프라 경쟁이 지속될수록 두 회사 모두 수혜를 입을 것이란 게 시장의 예측이다. AI 반도체 성능 경쟁이 심화될수록 고성능 기판과 캐패시터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 사업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 하반기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시각 부품 양산을 시작하고 중장기적으로 로봇 관절(액추에이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피규어AI·보스턴다이내믹스·테슬라 등 주요 휴머노이드 기업에 올해부터 비전 센싱 모듈 공급을 개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기존 MLCC와 패키지 기판 사업에서 쌓아온 초미세 공정 역량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핵심 공급망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대규모 계약을 기점으로 AI 서버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시스템, 모바일 등 고성능 컴퓨팅 분야로 공급처를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AI/반도체 시장 호황을 맞아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캐파 확대를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 패키지솔루션사업의 매출 규모를 3조 이상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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