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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코텍·한미약품 조 단위 기술수출 성사 "투자자 언 마음 녹일까"

글로벌 파트너와 임상 데이터 통해 R&D 역량 인정…침체된 제약·바이오 섹터에 반등 기대감

2026.06.04(Thu) 15:01:52

[비즈한국] 최근 급등하는 증시의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와 AI다. 전반적인 지수는 오르는데 제약·바이오주는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 임상 지연과 기술수출 공백, 금리 부담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은 바이오 분야에서 ‘기대’보다 ‘위험’에 더 집중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미약품과 오스코텍이 잇달아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따내며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성과가 침체된 K-바이오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를 되살릴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시 호황 속에서도 부진한 제약바이오 섹터가 한미약품과 오스코텍의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7월 4일 한국거래소 전광판. 사진=최영찬 기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세비도플레닙’​ 1조 규모 기술수출 체결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세비도플레닙 기술이전 설명회’에서 “적지 않은 자금을 세비도플레닙에 투자해 그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코텍은 지난 1일 미국 바이오기업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아지오스)와 계약금 2500만 달러(375억 원)를 포함해 총 6억 6500만 달러(9995억 원) 규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세비도플레닙’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12월 최대 10억 4000만 달러(1조 5300억 원) 규모로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ADEL-Y01’에 이은 연타석 성과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가 4일 간담회에서 세비도플레닙 기술이전 성과와 향후 전략을 밝히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윤 대표는 세비도플레닙의 시장 경쟁력에 대해 “경쟁 약물 대비 위장관 부작용 등 내약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훨씬 우위에 있다”며 향후 ITP 외에도 따뜻한 자가면역 용혈성 빈혈(WAIHA) 등 다른 적응증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번 계약으로 유입되는 대규모 현금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기존 항암 파이프라인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오픈 이노베이션과 공동 개발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공격적으로 확충해 다음 성장동력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2030년까지의 R&D 로드맵을 통해 2027~2028년경 2건 이상의 추가 기술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하면서 세비도플레닙의 뒤를 이을 다음 성장동력으로 항내성 항암제와 섬유화 질환을 지목했다. 그는 “그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레거시 파이프라인들이 성공적으로 인도된 만큼, 앞으로 3~4년 동안은 항내성 항암제와 이와 관련된 섬유화 파이프라인에 전적으로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스코텍은 자체 파이프라인인 ‘OCT-598’과 ‘OCT-648’ 등의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기존 저분자 화합물 중심의 연구를 넘어 새로운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와 신규 질환 영역으로 확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윤 대표는 파트너사인 아지오스에 대해 “항암 부문을 매각하고 희귀 혈액 질환 쪽으로 완전히 피벗(Pivot, 방향 전환)해 임상 1상부터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해낸 매우 능력 있는 파트너”라며 세비도플레닙의 상업화 성공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지오스는 2021년 종양학 사업부문을 프랑스 세르비에에 20억 달러에 매각한 후, 희귀 혈액질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나스닥 상장사다. 아지오스는 세비도플레닙의 면역혈소판감소증(ITP)을 중심으로 한 임상 3상 연구를 진행하고, 적응증 확장을 위한 개념 증명 임상 2상 연구도 지속할 계획이다.

 

#단장치료제 ​소네페글루타이드​ 1.9조 기술수출 잭팟

 

한미약품도 자체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초대형 잭팟을 터뜨리며 K-바이오 릴레이 낭보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1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단장치료제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7500만 달러(1129억 원)를 포함해 총 12억 6000만 달러(1조 8973억 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으로, 2015년 사노피에 39억 유로(약 4조 8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퀀텀 프로젝트’에 이은 한미약품의 역대 2위 기술수출 계약이다. 동시에 2020년 미국 머크(MSD)에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총 8억 70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에 기술수출한 이후 약 6년 만에 거둔 성과다.

 

한미약품은 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 기반의 단장치료제를 일라이릴리에 총 12억 6000만 달러(1조 8973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사진은 한미약품이 이미지로 구현한 랩스커버리. 사진=한미약품 제공


소네페글루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독자적인 지속형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체내 약효 지속성을 획기적으로 늘린 것이 특징이다. 선천적 이상이나 장 절제 수술 등으로 소장이 짧아져 영양소 흡수가 어려운 희귀질환인 단장증후군 환자를 타깃으로 한다. 특히 매일 투여해야 하는 기존 치료제들과 달리, ‘월 1회 투여’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편의성과 순응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은 것은 물론, 국내외 규제 당국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받았다. 현재 글로벌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맹지웅 L&D전략팀장 상무는 “이번 라이선스 계약은 단일 파이프라인 성과를 넘어, 한미가 축적해온 플랫폼 중심 R&D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또다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며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비만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를 비롯해 신약 후보물질 5종이 글로벌 임상 단계에 있는 만큼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미 신약 파이프라인 전반에 대한 관심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맹 상무는 이번 계약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소네페글루타이드는 작용기전에 기반한 다양한 적응증 연구를 병행하며, 글로벌 학회 발표와 임상 데이터를 통해 축적한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데이터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연구 성과가 사업적 가치로 연결되는 구조적 시너지를 창출한 전환점”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제약·바이오 섹터의 투자심리를 되살릴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연구원 원장은 “과거에도 대규모 기술수출과 같은 호재가 맞물리면서 섹터 전반의 동반 상승을 이끄는 시발점이 됐던 만큼 이번 연이은 낭보가 침체된 시장 흐름을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느 시점이 되면 코스피 대형주에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코스닥 바이오 종목들을 향한 ‘갭 메우기’ 장세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반도체 못지않게 유망한 미래 산업이 바이오인 만큼, 이번 성과를 계기로 시장의 자금이 다시 바이오 섹터로 유입되며 주도주로 부상하는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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