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현장] 몸속 생태계 고치는 '마이크로바이옴', 관심은 식지 않았다

FDA 승인 신약 부진 속 웰니스·CDMO로 자생력 확보…분자 단위 기전 규명과 규제 혁신 뒷받침돼야

2026.06.04(Thu) 10:37:37

[비즈한국] 일반적인 약은 병을 일으키는 특정 원인을 찾아 직접 겨냥한다. 어떤 단백질을 막거나, 특정 수용체에 작용하거나, 나쁜 세포를 공격하는 식이다. 반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몸속 생태계 자체를 조정하는 치료제다. 장 속에는 좋은 균과 나쁜 균, 평소에는 별문제 없는 균들이 함께 살며 균형을 이루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염증이나 감염, 면역 이상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나쁜 균 하나만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균을 보태거나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유익한 물질을 활용해 몸속 환경을 다시 안정시키려 한다. 쉽게 말해 망가진 숲에 좋은 나무를 심고 토양을 되살려 숲 전체를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이 같은 참신한 접근방식으로 한때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주목받았지만, 의외로 상업화의 높은 문턱 앞에서 고전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출시된 신약들이 상업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고전하면서 시장 회의론까지 나온 상황.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임상시험 진행을 중단하거나 사업 구조를 전환하며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HMC(국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 2026’ 현장은 첫날 휴일이라는 악조건 속에도 700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이며,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을 향한 아직 꺼지지 않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을 향한 회의적 시선 속에도 지난 3일 IHMC에 참석하는 참관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거대한 상용화 장벽에 신약 성과 지지부진

 

마이크로바이옴에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신약의 성과가 지지부진한 영향이 가장 크다. 2022년 페링제약이 출시한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레비요타’는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CDI)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글로벌 매출 규모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을 만큼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에 그치면서 상업적 성공에 물음표가 찍혔다. 레비요타에 이어 2023년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선보인 ‘보우스트’도 출시 후 매출이 첫해 기준 1960만 달러(260억 원) 수준에 머무는 등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결국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에 자산이 매각돼 사업적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신약 실적 부진은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고형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CJRB-101’의 국내외 임상시험 중단 소식을 발표했고 국내 1세대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으로 설립된 지놈앤컴퍼니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신약으로 아예 노선을 전환했다. 가뜩이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개인별 생태계 차이가 커 작용기전(MoA)을 입증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탓에 기존 의약품들보다 개발 단계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 하나를 중단한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올 하반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하며 수익 창출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최영찬 기자

 

#생존을 위한 변신: 웰니스 중심 ‘자생력 확보’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수익화 속도가 빠른 웰니스 사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며 R&D 지속을 위한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제 ‘CJRB-201’과 파킨슨병 치료제 ‘CJRB-302’, 천식 치료제 ‘CJRB-401’ 등의 파이프라인이 남아있지만 데이터 기반 맞춤형 웰니스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올 하반기, 장내 미생물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개인의 장 유형에 최적화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서울보라매병원에서 한 186명의 임상시험 연구를 토대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제품을 제안하는 개인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식이섬유로 부르기보다는 미생물을 보다 강조한 용어로 ‘맥(MAC)’을 앞세워 제품을 홍보할 것”이라면서 “장을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해 각각의 형태에 맞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램닉 J. 하비에르 하버드 의대 교수는 지난 3일 ‘미생물과 대사산물, 그리고 점막의 항상성’을 주제로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계의 분자 수준 상호작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분자 단위 기전 규명해 과학적 돌파구도 찾는다

 

시장 우려 속에서도 현장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 확장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BGI 리서치의 준화 리 디렉터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신뢰성을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데이터 표준화와 연구기관 간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연합 학습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생태계 동반 도약을 위한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램닉 J. 하비에르 하버드 의대 교수는 지난 3일 ‘미생물과 대사산물, 그리고 점막의 항상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계의 분자 수준 상호작용을 소개했다. 그는 IBD 환자에게서 과발현되는 새로운 세포 하위 집합을 정의하고 유전적 위험 수용체인 ‘GPR35’에 작용하는 미생물 유래 작용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도 과학적 기전에 근거해 개발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조유희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도 하비에르 교수의 발표와 관련해 “마이크로바이옴이 신약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처럼 작용기전을 명확히 밝히는 연구가 계속 나와야 한다”며 “기전을 분자 단위에서 입증한 과학적 데이터들이 결국 깐깐한 FDA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승인 문턱을 낮추는 강력한 어필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종근당바이오는 부스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현실적 대안: 임상 효율성 극대화와 CDMO 역량

 

신약 개발의 벽을 넘기 위해 실질적인 생산 역량과 임상 효율성을 결합하는 시도도 눈에 띈다. 종근당바이오는 아시아 유일 마이크로바이옴 생산공장인 안산공장을 거점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진오 종근당바이오 개발담당 이사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다른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의 의약품보다 독성 문제가 적어 임상시험 진입이 수월하고, 초기 단계에서 약효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효과가 없으면 조기에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등 효율적으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최근 잇따른 파이프라인 중단 사태를 두고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위기론을 제기하는 시장 우려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옥석 가리기’를 통해 산업이 질적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 이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이 큰 주목을 받던 과거와 비교해 현재는 연구와 임상이 상당히 많이 진전된 상태”라며 “예전에는 무분별하게 파이프라인의 양만 많았다면,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치 있는 자산들이 많이 남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종근당바이오는 현재 10여 곳의 고객사를 포함해 그동안 진행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프로젝트가 20개가 넘는다. 500~1000명 규모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생산 캐파를 갖췄다. 종근당바이오는 CDMO 사업뿐만 아니라, 장-뇌 축을 타깃으로 치매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도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IHMC2026에 참석한 참관객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정부의 장기적 안목과 규제 혁신 필요

 

조유희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생태계가 탄탄해지려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제 막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정밀과학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막대한 시간과 재원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민간 영역의 자본력만으로 이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등 단기 성과 중심에서 벗어나 대규모 기초 연구 자금을 장기적으로 투자하며 기다려 주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경직된 규제 현실을 지적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상업화 토대 구축을 위한 규제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마이크로바이옴 균주를 개발해도 ‘처음 보는 균인데 어떻게 건기식으로 파느냐’며 사실상 유산균 말고는 허가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균주라면 건강기능식품으로 먼저 시장에 출시해 데이터가 쌓일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등 산업 인식 개선과 추가적 기능성 발견을 위해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집사 게이트' IMS모빌리티, A1모빌소프트로 사명 변경
· 커지는 폐의약품 처리 부담, 제약업계도 나눠야 하나
· [석유화학 대전환] ④ 정부와 업계가 추진하는 '탈 나프타'의 한계
· "AI 서버 병목은 기판에서 온다" 삼성전기·LG이노텍 차별화 역량은?
· 빗썸 동일인 이정훈, '자본금 2000원' 가족회사 아셀코퍼레이션 설립
· [단독] 공항리무진 2대 주주 티맵, 권영찬 대표 자산 가압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