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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나선 '시프트업', 넷마블·펄어비스·크래프톤과 다를까

흥행 예측 속 단일 매출구조에 '게임주 잔혹사' 반복 우려…"서브컬처 IP 로 수익, 타사와 사업구조 달라"

2024.06.04(Tue) 13:34:46

[비즈한국] 국내 중견 게임사 시프트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서브컬처(하위문화) 장르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시프트업은 4월 26일 AAA급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를 출시해 시장서 호평을 받았다. 이 기세를 타고 6월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시프트업은 기업가치가 3조 5000억 원대로 매겨지며 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다. 하지만 수년간 게임주에서 ‘최상단 공모가 설정, 상장 후 주가 하락’이라는 패턴이 반복된 만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 게임사 시프트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사진은 4월 26일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의 론칭 이벤트에서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사진=연합뉴스


코스피 시장 상장에 나선 시프트업이 3일부터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시작했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JP모건이며 일반 청약기일은 6월 18일~19일이다. 희망 공모가액은 4만 7000원에서 6만 원으로 형성됐고, 공모 주식 수는 725만 주다. 수요예측이 흥행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공모가가 최상단으로 결정되면 시프트업은 약 4350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시프트업은 예상 기업가치(시가총액)가 최대 3조 원이 넘어 화제를 모았다.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대상을 일본의 게임·미디어 업체 3곳(스퀘어 에닉스, 사이버에이전트, 카도카와)으로 선정해서다. 시프트업의 발행주식 수는 총 5941만 1720주로, 공모가 6만 원을 반영하면 시총은 3조 5647억 원에 달한다.

 

한편에선 시프트업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중견 게임사인 시프트업은 2022년 말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인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당시 서비스하던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와 ‘승리의 여신: 니케’가 앱 마켓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이를 감안하면 약 1년 6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3배 이상 뛴 셈이다.

 

2023년 4월 시프트업은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며 IPO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7월에는 주식을 500원에서 200원으로 액면분할 해 유통량을 늘렸다. 이어 2016년 출시한 첫 게임인 데스티니 차일드의 서버를 종료했다. 유료 매출이 급감하자 서비스를 중단하고 2022년 출시한 신작 ‘니케’에 집중한 것.

 

​선택과 집중의 효과는 실적에서 드러났다.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183억 원) 대비 508.1%나 증가한 1111억 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건 당기순이익의 변화다. 2022년 71억 원 적자에서 2023년 무려 1067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61억 원에서 1686억 원으로 155.2% 늘었다.

 

현재 시프트업의 주요 수익원은 니케의 라이선싱 수수료다. 매출의 97.6%가 독점 퍼블리셔 ‘프록시마 베타’에서 나오는, 사실상 단일 매출 구조다. 최신작인 스텔라 블레이드를 포함해도 서비스 중인 지식재산권(IP)은 2개다.​ 이로 인한 리스크도 나타났다. 니케의 출시 초기 효과가 사라지면서 올해 1분기 매출(374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한 것. 시프트업도 증권신고서에서 “당사의 재무적 성과 및 성장성은 니케의 사이클 장기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명시했다.

 

신작의 매출 효과도 제한적이다. 아이템을 결제할 때마다 수익이 나는 니케와 달리, 패키지 게임인 스텔라 블레이드는 게임 구매 시에만 수익이 발생해 이용자의 지속적인 유입이 필수기 때문이다. IP 확장을 위해 시프트업은 IPO로 확보한 자금 중 3분의 1 수준인 1010억 원을 신규 IP 개발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7년 론칭을 목표로 ​현재 ​서브컬처 게임 ‘프로젝트 위치스’를 개발 중이다.

 

시프트업은 최근 AAA급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사진)​를 론칭했다. 현재 매출의 97% 이상은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나온다. 사진=시프트업 홈페이지 캡처


이렇다 보니 넷마블-펄어비스-크래프톤으로 이어진 ‘게임주 잔혹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 곳 모두 IPO 과정에서 조 단위 시총에 공모가는 최상단으로 확정됐지만,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했다.

 

2017년 5월 넷마블은 공모가 15만 7000원에 예상 시총 13조 원으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으나, 이틀이 지나자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았다. 2017년 12월 20만 원대를 기록한 주가는 2020년 7월까지 장기간 하락했다. 2020년 9월 잠시 치솟았다 하락세로 돌아섰고, 2023년 10월 3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6만 원대로 오른 상태다. 6월 3일 종가 6만 500원을 공모가와 비교하면 61.5% 하락했다.

 

2017년 9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펄어비스는 시프트업과 흡사한 상황이었다. 상장 당시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에서만 매출이 발생했는데, 시총은 1조 2428억 원으로 평가 받았다. 펄어비스는 기관의 수요예측에서 62.4 대 1의 경쟁률을 달성해 공모가가 최상단에서 정해졌지만, 정작 일반 청약에선 0.4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펄어비스 주가는 상장일 시초가(9만 2700원)부터 공모가(10만 3000원)를 넘지 못했다. 이후 ‘도깨비’ ‘붉은사막’ 등의 신작 개발 소식이 들릴 때마다 주가가 요동쳤지만 출시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지난 4월 19일 장중 최저가(2만 6600원)를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시총 24조 원에 공모가 49만 8000원으로 IPO 초대어로 꼽혔지만, 상장일인 2021년 8월 10일 종가가 45만 4000원에 그치며 ‘​공모가 거품론’​에 힘을 실은 사례가 됐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가 주요 수익원으로, 실적은 탄탄하게 유지했지만 공모가보다 50% 이상 떨어진 주가는 회복하지 못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자체 서브컬처 IP로 수익을 내는 시프트업이 타 게임사와 사업 구조가 다르다고 짚는다. 윤예지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출시 직후 급격한 매출액 감소를 겪는 MMORPG와 달리, 스토리·캐릭터 기반의 서브컬처는 매출 안정화 곡선이 완만하다”며 “시프트업은 스토리 IP를 기반으로 종합 콘텐츠사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작의 공백을 다른 콘텐츠가 메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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