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한국판 엔비디아 국부·국민펀드 조성’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정부와 연기금, 국민, 기업 등 여러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 힘은 펀드 모집 단계에서 실패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며 추진 자체에 부정적 입장이다.

이러한 여야 간 논쟁과는 별도로 국민 펀드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서는 민간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각종 정책 펀드에서 민간 부문 출자 비중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등 인기가 시들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일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가 올린 유튜브 영상에서 “엔비디아 같은 기업을 육성해 국민 지분이 30% 정도 되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며 한국형 엔비디아 모델을 제안했다. 지분 30%를 국가와 국민이 보유한 인공지능(AI) 기업이 성공할 경우, 그 투자분에 해당하는 수익만큼 세금을 덜 걷어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50조 원 규모의 국민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연일 이 대표의 국부·국민펀드 구상 띄우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AI 업계 간담회 취재진에게 “국민으로부터 펀드를 받으려면 (대상) 기업의 성공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야 하고, 만에 하나 펀드를 모집해서 실패할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는 것인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며 “펀드 조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실제 이러한 국민 펀드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 투자자금 유입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현재 높은 리스크 탓에 민간 자본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분야에 대한 자금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각종 정책 펀드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펀드에 대한 민간의 인기가 갈수록 식고 있다. 국내에는 12개 정부부처와 특허청, 공공기관이 출자한 자금으로 조성된 정책 펀드가 다수 운영되고 있다. 국회와 각 부처에 따르면 정책 펀드에 투입되는 예산은 매해 늘어나 2023년 1조 528억 원에서 지난해 1조 6852억 원, 올해는 1조 8444억 원으로 2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렇게 투자된 정부 예산은 ‘모태펀드(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라는 정책 펀드가 돼서 민간 투자금과 함께 각종 기업에 간접 투자되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모태펀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금융위원회는 혁신성장펀드·지역활성화투자펀드·반도체생태계펀드·원전산업성장펀드, 기획재정부는 특별인프라펀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콘텐츠전략펀드·중소기업모태퍼드, 방위사업청은 K-방산수출성장펀드,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전략펀드·글로벌리그펀드·중소기업모태펀드 등에 각각 예산을 투입 중이다.
그런데 중소벤처기업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부처들이 출자한 다수의 중소기업모태펀드를 보면 정부와 정책기관 출자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중소기업모태펀드의 정부·정책기관 평균 출자 비중은 2022년 40.5%였으나 2023년에 49.7%, 2024년 8월 기준 49.7%로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모태펀드 중 중소기업벤처기업부의 엔젤 계정(엔젤 투자 활성화 펀드)의 경우 정부·정책기관 출자 비율이 81.7%, 지방 계정(지방 활성화 펀드)은 75.7%였다. 국토교통부의 도시 재생 계정(도시 재생 펀드)은 정부·정책기관 출자 비중이 81.6%였으며, 해양수산부의 해양 계정(해양 산업 지원 펀드)는 71.6%나 됐다.
그나마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돕는 중소기업모태펀드는 나은 편이다.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의 경우 정부·정책기관 출자 비율이 매년 평균 60%를 넘고 있다. 특히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중 창업 초기 농식품기업에 투자하는 아그로시드(Agroseed) 펀드는 정부·정책기관 출자 비중이 90%, 청년 창업농을 지원하는 영파머스 펀드는 84.6%에 달한다. 정부가 각종 정책 펀드를 통해 투자의 마중물을 만들었지만 벤처캐피탈이나 금융기관, 기업, 개인, 외국인 등 민간 투자자의 출자를 충분히 끌어들일 만한 메리트가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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