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롯데손해보험이 9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콜옵션(Call Option·조기상환) 행사를 연기하기로 하면서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다른 보험사들에게 미칠 영향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문제가 된 채권은 롯데손보가 지난 2020년 5월 7일 발행한 후순위채권인 ‘롯데손해보험 8(후)’다. 후순위채권이란 발행회사가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다른 채권보다 변제순위가 낮은 채권을 말한다. 일반 회사채가 무보증무담보 ‘선순위채’인 반면, 후순위채는 디폴트가 발생했을 때 선순위채의 상환이 다 이뤄져야만 원리금의 상환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발행사는 후순위채에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게 된다.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선순위채권을 발행해도 되는 것을 굳이 후순위채로 발행하며 이자비용을 늘릴 필요는 없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주로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후순위채는 특정 조건이 만족되면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금융회사들은 후순위채를 발행함으로써 자본비율의 건전성을 유지하게 된다.
투자자들이 후순위채에 투자하는 이유는 고금리와 콜옵션 때문이다. 금융사가 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위험부담에 따른 프리미엄인 고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주로 만기가 10년이지만, 통상 5년 후에는 조기에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기 때문에 시장에선 사실상 5년짜리 회사채로 인식된다.
콜옵션은 법적인 의무가 아닌, 발행자의 선택권이다. 그러나 콜 행사를 하지 않을 경우 ‘재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콜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투자한다.
일례로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이 해외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은행 자금이 부족한 위기 상황으로 해석했고, 채권시장에 투매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금융채들의 금리가 대폭 오르자, 우리은행은 곧바로 수습대책을 내놨다. 이처럼 투자자들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발행사가 콜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도 있기 때문에 투자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중도해지도 안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후순위채는 만기가 길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고, 자산 중 많은 비중을 투자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만기까지 계속 가져갈 경우 추가 금리까지 줘야 하기 때문에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을 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단, 롯데손보처럼 보험사가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보험업감독규정상 후순위채 상환 이후 보험금 지급여력(K-ICS)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자본이 줄어드는 만큼 킥스 비율이 낮아지게 되고, 그만큼 채권을 재발행해 자본비율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 기준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150% 미달로, 빚부터 갚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며 콜옵션 행사를 거부했다. 금감원은 “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계약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자산으로 후순위채를 먼저 상환하는 것은 계약자 보호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8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다른 보험사와 달리 재무적 투자자로 지배구조가 구성돼 있어 증자를 하지 않고, 단기적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손보 측은 “애초에 투자자 보호 및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상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때문에 보험사 자본성증권에 투자할 경우, 펀더멘털과 함께 지급여력비율 수준 감안해 선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기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당분간 롯데손해보험이 발행한 자본성증권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킥스 비율 의무 준수기준 도입 등도 롯데손보에는 부담 요인이지만, 크레딧 이벤트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급여력비율 수준 고려해 자본성증권에 대한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최 연구원은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권 조기상환 연기 결정에도 시장금리 하락 시기 고금리 확보가 가능한 보험사 자본성증권에 대한 투자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연장 리스크가 현실화된 만큼 킥스 비율이 낮은 보험사에 대해서는 자본 확충 방안에 대해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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