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필드에서 미스샷을 난사하거나 기대보다 안 좋은 점수로 라운드를 마치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골프 어려워…” “골프 참 맘대로 안 돼”라고 누구나 몇 번쯤은,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이 말을 했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골프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걸까?
골프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일단 쉽게 보기 때문이다.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특히 소싯적에 운동 좀 했다는 남자들은 공놀이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골프는 ‘그까짓 것 뭐 대충하면’ 될 거라며 도전한다. 움직이는 볼도 치고 차며 놀았는데 가만히 서 있는, 때론 티(tee) 위에 얌전히 놓여 있는 공을 치는 것이 그리 어려워 보일 리가 없다.

연습 초기에는 잘 맞는 느낌도 들고, 주변에서 ‘골프 신동’이라는 말도 듣는다. 그래서 나중에 경험하는 골프의 어려움이 더욱 당황스럽다. 골프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무려 14개의 골프채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이다. 테니스와 탁구 라켓은 하나다. 야구도 배트는 하나다. 서브용 라켓이 있고 리시브용 라켓이 따로 있지는 않다. ‘모든 스윙은 같다’라는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구호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백돌이에게 드라이버 스윙과 56도 웨지 스윙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는가? 드라이버를 잡았더니 아이언이 엉망이다. 아이언이 잘 되니까 어프로치샷이 안 된다. 어프로치샷은 잘 되는데 퍼팅에서 타수를 잃는다. 이는 14개 클럽이 만들어내는 무한 난제 알고리즘이다.
골프채만 다양한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똑같은 골프코스는 없다. 나와 잘 맞는 골프장이 있고 나와 잘 안 맞는 골프장이 있다. 이 역시 골프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축구장과 테니스장의 넓이와 규격은 어디를 가나 거의 같다. 오직 골프만이 구장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공략을 기다리며 골퍼에게 어려운 문제를 던지고 있다. 지난 라운드에 라베를 하고 자신만만해진 골퍼가, 처음 가보는 생소한 코스에서 겨우 쌓았던 자신감을 무너뜨리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좁고, 어느 골프장은 산악지형이라 코스가 평평한 곳이 없다. 그린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곳도 있고, 벙커 턱이 높은 성벽처럼 그린을 막고 있는 곳도 있다.
골프가 어려운 이유 중 다른 하나는 역설적으로 ‘너무나 많은 정보’ 때문이다. 유튜브엔 골프 선생님이 넘쳐난다. 스스로 1타 강사라고 우긴다. 어느 날은 같은 주제로 수십 개의 레슨 동영상을 보기도 한다. 어떤 선생님이, 어떤 정보가 나에게 맞는지 찾아내고 확신을 갖기까지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정도다. 짧은 시간과 부족한 실력에 이를 어떻게 가려내고 집중할 수가 있는가.
부상도 골프를 어렵게 하는 것 중 하나다. 좀 될 만하니까 팔꿈치에 통증이 온다. 어깨가 아프다. 어깨가 괜찮아지니 허리가 아프다. 이 역시 무한 부상 알고리즘이다. 몸은 괜찮은데 마음, 멘탈이 약해질 때도 있다. 자신감을 잃고 라운드에 나가는 것이 두려워질 때도 있다. 몸과 마음의 아픔이 골프를 더 어렵게 한다.
같이 라운드를 하는 동반자에 따라 스코어의 편차가 심한 사람이 있다. 동반자 중 비매너 골퍼가 있으면, 슬로 플레이어가 있으면, 말이 많고 그 말의 대부분이 말방구인 동반자에게 심하게 흔들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골퍼다. 골프가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내가 혼자 라운드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 쉬우면 재미없다’라고 하면서 골프는 어려워서 재밌다고 말한다. 물론 정복하기 쉬운 대상을 정복한 후에 갑자기 흥미를 내팽개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긴 하다. 골프를 하면서 배운 아주 단순한 가르침이 있다. “좋아한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하면 재밌지만 재밌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 강찬욱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강찬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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