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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화성이 붉은 이유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물, 산소 함유한 페리하이드라이트 성분 때문에 붉게 보일 수 있어…화성 암석 가져오는 '마스 샘플 리턴'에 기대

2025.05.27(Tue) 12:38:27

[비즈한국] 화성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선명한 붉은 색이다. 오래전부터 피처럼 붉게 빛나는 화성을 보며 사람들은 전쟁의 신 아레스를 떠올렸다. 이후 화성은 아레스, 즉 마르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전갈자리에는 화성 못지않게 선명하고 붉게 빛나는 별이 있다. 사람들은 그 별이 전쟁의 신 아레스에 대적할 유일한 호적수라 생각해 아레스의 적 안티아레스, 줄여서 안타레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아주 유명하다. 

 

그동안 화성에 방문한 탐사 로봇이 보여준 화성의 끝없이 펼쳐진 붉은 사막의 풍경은 화성을 더욱 낯설게 느껴지게 만든다. 흥미롭게도 화성이 붉다는 사실은 망원경이 등장하기도 한참 전부터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는 아직까지도 왜 화성이 이런 붉은 빛을 띠는지는 모른다. 

 

아마 어떤 이들은 화성이 붉은 것이 산화된 철 성분, 즉 녹슨 철 성분 때문이라고 안다. 하지만 그것도 그저 추정일 뿐, 화성이 지금처럼 통째로 붉게 물든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그런데 최근 화성이 왜 붉은 색인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가설이 등장했다. 이 가설은 일론 머스크에게 꽤 희소식일지 모른다. 화성이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생명이 살기 적합한 또 다른 천국이었다는 사실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1976년 바이킹이 화성에 착륙했다. 당시 바이킹은 화성에서 굉장히 풍성한 철 성분을 확인했다. 철은 산소와 만나 산화하면 색이 붉게 변한다. 녹슨 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색이다. 천문학자들은 자연스럽게 화성의 붉은 색이 녹슨 철, 산화된 철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화성의 하늘에는 먼지가 매우 많았다. 화성의 먼지는 때로 탐사선을 아예 덮어버려 탐사선이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치명적이다. 천문학자들은 화성에 풍성한 철 성분이 오래전부터 산화되면서 붉게 물들었고, 지금은 산화철들이 모두 부스러져 먼지가 된 채로 화성 전체를 붉게 덮어버린 것이라 추정했다. 

 

이후 화성 곁을 맴돌며 탐사한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탐사선, 2004년 화성에 착륙한 오퍼튜니티 모두 화성 표면에서 특히나 Fe2O3(헤마타이트), 즉 적철석 성분을 확인했다. 헤마타이트는 철과 산소가 직접 결합한 형태로, 아주 선명한 붉은 색을 띤다. 특히 화성 표면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 오퍼튜니티와 이후에 화성에 도착한 큐리오시티 탐사선은 화성 표면을 굴러다니는 아주 흥미로운 돌멩이를 발견했다. 

 

얼핏 보면 작은 구슬 같은 돌멩이다. 잘 다듬은 구슬처럼 보이는 수 cm 크기의 돌멩이는 통째로 적철석이다. 탐사선들이 촬영한 사진에서 이 돌멩이들은 푸르스름하게 보인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블루베리 돌멩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사실 이 돌멩이의 실제 색깔은 회색에 가깝다. 다만 화성의 하늘 전체가 붉은 먼지로 가득해 배경에 붉은 빛이 깔린 상황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실제보다 더 푸르게 보였던 것이다. 조명에 따라 드레스 색깔이 다르게 보이면서 한때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던 것과 비슷하다. 

 

붉게 녹슨 철, 헤마타이트로 동그랗게 뭉친 블루베리 돌멩이가 발견되면서 화성에 철이 매우 풍부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이 발견은 또 다른 혼란을 일으켰다. 블루베리 돌멩이처럼 동글동글한 암석은 물이 매우 풍부한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지구에서도 지금은 물이 모두 메마른 사막이지만 과거에는 물이 풍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런 둥근 돌멩이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유타주 사막, 몽골 사막 등에서 볼 수 있는 일명 모쿠이 마블이다. 가끔 절벽에 동그랗게 박힌 이런 돌멩이들이 발견되는데, 마치 백설기에 콕콕 박힌 까만 콩처럼 보인다. 오래전 물이 풍부했던 시절, 물과 함께 화학 성분이 땅 속 깊이 스며들다 중간중간 둥근 구멍을 남긴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철 성분이 그 구멍을 채우면서 동그란 철 구슬 돌멩이가 만들어진다. 

 

화성의 블루베리 돌멩이.


화성에서 발견된 블루베리 돌멩이는 화성에도 물이 매우 풍부했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지질학적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새로운 모순을 만들었다. 블루베리 돌멩이를 구성하는 주성분, 헤마타이트는 물이 없는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화학 성분이기 때문이다. 오직 철과 산소만으로 이루어져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이 없는 건조한 환경에서 더 잘 만들어지는 성분이다. 즉 헤마타이트가 매우 많다는 건 이 지역에 오랫동안 물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동그란 돌멩이들이 무더기로 발견된다는 건 물이 매우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 너무나 당황스러운 모순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모순은 천문학자들에게 화성이 붉은 색을 띠는 진짜 이유가 단순히 녹슨 철 성분에 해당하는 헤마타이트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직까지 사람이 직접 화성을 방문한 적은 없다. 가끔 지구로 날아오는 화성발 운석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화성의 상태를 유추할 뿐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화성 곳곳을 누벼준 탐사선들 덕분에 이제 우리는 실험실에서 화성의 환경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천문학자들은 MRO, 엑소 마스, 마스 익스프레스 같은 탐사선들이 화성을 탐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화학 성분의 광물이 화성을 구성해야 실제 관측 데이터를 가장 잘 재현해낼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실험실 환경에서 철을 함유한 붉게 물든 성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를 만든 다음, 실제 화성에 착륙한 탐사선이 분석하듯 그 성분을 동일한 장비로 분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매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오랫동안 화성의 붉은 색의 범인일 거라 생각한 고전적인 후보, 헤마타이트보다 더 높은 확률로 실제 화성의 데이터를 가장 잘 묘사하는 새로운 후보가 등장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일명 페리하이드라이트라 불리는 또 다른 종류의 산화철이다. 천문학자들은 현무암과 페리하이드라이트가 약 2:1 비율로 조합된 레시피에서 실제 데이터를 가장 잘 구현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페리하이드라이트 성분은 헤마타이트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철과 산소뿐 아니라 물, H2O를 함께 함유한다. 기존 후보였던 헤마타이트는 아주 건조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잘 만들어지지만, 페리하이드라이트는 비교적 온도가 낮고, 물이 흐르는 환경에서 더 잘 만들어진다. 

 

재밌게도 이번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정확히 이 레시피로 구현한 시료 샘플과 매우 유사한 흙이 이미 지구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포르투갈 한 동굴 바닥의 물방울이 떨어진 곳에서 만들어진 붉은 성분, 미국의 블록섬에서 물이 흐르는 개울에서 만들어진 붉은 암석 등이 있다. 물이 흐르는 자리에서는 이런 붉은 암석이 만들어졌지만, 바로 그 옆에 물이 흐르지 않은 부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화성에 가고 싶지만 지구에 갇혀 슬프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꽤 괜찮은 대안을 제시한다. 굳이 멀리 갈 필요 없다. 포르투갈의 동굴 한 구석, 미국 블록 섬의 개울가에 가서 붉은 암석을 만져보자. 손으로 화성의 붉은 암석을 만지는 것과 같다. 심지어 진짜 화성에 가봤자 우주복을 벗을 수 없을 테니, 맨손으로는 화성 표면을 만질 수도 없다. 오히려 이곳이야말로 화성의 질감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포르투갈 아조레스 동굴 바닥의 붉은 성분(왼쪽)과 미국 블록섬 개울에서 만들어진 붉은 암석.


페리하이드라이트는 물뿐 아니라 공기 중에 산소도 매우 풍부해야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화성의 붉은 색이 헤마타이트가 아니라 페리하이드라이트라는 종류의 적철석 때문이라는 이번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실제로 화성은 우리가 어렴풋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물과 산소가 매우 풍성했는지도 모른다. 이는 수억 년 전까지만 해도 화성에 지구 못지않은 다양한 생명체, 생태계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나아가, 화성이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처럼 붉게 메마른 세상이 아니라 한때 물과 산소가 풍부한 비옥한 시절을 보냈다면, 화성 테라포밍에 대한 관점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 한 번도 물과 산소를 품어본 적 없는 화성에 처음으로 생명이 살 만한 비옥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대한 개발 사업이 아니라, 물과 산소가 풍부했지만 잠시 메마른 화성을 찬란했던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주는 하나의 거대한 복원 사업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화성이 선명한 붉은 색을 띠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정말 우리가 화성에 가서 살 수 있을지 답을 알기 위해서는 화성에 직접 가서 화성 샘플을 갖고 오는 방법밖에 없다. 실제로 달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1960~70년대 아폴로 미션을 통해 크게 도약했다. 우주인들이 직접 달 표면에서 갖고 온 다양한 달 암석 샘플을 정밀 분석해 얻은 이해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달의 기원에 대한 이해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천문학자들은 곧 화성에서 직접 샘플을 갖고 돌아오는 역사적인 미션을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선발대가 화성에 도착한 지 오래다. 퍼서비어런스 탐사선은 화성 곳곳에 구멍을 뚫으면서 작은 캡슐에 화성 샘플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2030년쯤 후발대를 화성에 보낼 예정이다. 퍼서비어런스는 그동안 모아놓은 캡슐을 후발대에 전달하고, 그 캡슐은 작은 로켓에 실려 미사일처럼 발사되어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이 역사적인 미션, 마스 샘플 리턴(Mars Sample Return)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비록 우리는 여전히 지구에 갇혀 있지만 화성에서 직접 퍼올린 붉은 흙과 돌멩이 샘플을 우리 손에 쥐게 된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예산 문제에 부딪혀 잠시 미션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퍼서비어런스가 잘 모아둔 화성의 보물이 지구의 실험실로 회수되기를 바란다. 마스 샘플 리턴 미션을 통해 ‘로켓 배송’으로 도착하게 될 그 캡슐 안에 과연 화성 테라포밍을 꿈꾸는 이들에게 절망적인 소식이 담겨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희망이 담겨 있을지, 우리에겐 약간의 기다림이 더 필요할 뿐이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56970-z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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