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스크린골프장 F&B 숍인숍 프랜차이즈 ‘밥스토랑’이 장기간 식자재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점주들의 영업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공급망 마비로 식음료 사업 운영이 사실상 멈춰섰지만 키오스크 월 렌털료는 기존대로 청구돼 비용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본사가 내세우는 ‘렌털비 무료’ 혜택과 달리, 실제 점주들은 장기 렌털 계약에 묶인 채 본사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운영 공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스크린골프장 안에서 간편 식음료 제공…최근 영업중단 이어져
밥스토랑은 필드 골프장의 ‘그늘집(코스 중간 간이 식당)’ 개념을 차용해 스크린골프장 내에서 간편 식음료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다. 자동화 키오스크와 반조리 식자재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구조로, 인건비와 조리 공간 부담을 줄여주는 점을 내세우며 주목받았다. 2020년 론칭 이후 3년 만에 가맹점 500호점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수개월간 식자재가 정상적으로 납품되지 않으며 점주들의 영업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밥스토랑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바스토테크놀로지스는 점주들에게 공문을 보내 상품 재입고와 주문 시스템 정상화 계획을 밝혔다. 회사는 “투자 유치와 관련한 행정 절차가 예상보다 장기화됨에 따라, 아직 원활한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자금 투입이 완료되는 대로 상품 재입고 및 주문 시스템 정상화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예고한 정상화 시점은 7월 15일. 밥스토랑은 하루 전인 지난 14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공식 채널을 통해 “주문 시스템이 정상 재개된다”고 공지했다. 16일부터 18일까지 주문할 수 있는 입고 품목 12종과 수량이 공개됐지만, 전체 가맹점 수에 비해 턱없이 물량이 부족한 터라 점주들은 “이번 조치는 정상화라고 볼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급 일정에 따르면 16일 기준 인기 품목 중 하나인 치킨, 떡볶이 소스 등은 각각 800개, 1050개 입고됐는데, 회사가 공개한 최신 가맹점 수(533개)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한 점포당 1~2개 안팎만 발주가 가능한 셈이다. 다른 품목들의 경우 900개부터 최대 3000개가 확보됐다.
이 공지가 게시된 채널에는 “처음 계약 당시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다른 장사를 할 수도 없다. 손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하나”, “장사를 못했는데 키오스크 대금은 어떻게 내냐”는 점주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밥스토랑은 “그 외 상품도 7월 내로 최대한 빨리 입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무용지물’ 키오스크 비용 매달 수십만 원 나가
문제는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도 점주들이 매달 수십만 원에 이르는 키오스크 렌털비를 계속 내야 한다는 점이다. 밥스토랑은 키오스크 렌털비를 ‘사실상 무료’라고 홍보한다. 식자재를 본사에서 구입할 경우 렌털료 상당의 포인트를 적립금으로 환급해주는 구조다. 홍보 게시글에서도 “매월 렌털비가 나가지만 본사에서 렌털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월 식품 구매가 가능한 적립금으로 넣어주기 때문에 무료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식자재 구매가 막히면 이 시스템은 무력화된다.
수도권 소재 스크린골프장에서 밥스토랑에 가맹한 점주 A 씨는 주문 키오스크와 태블릿을 공급받는 대가로 3년 동안 한 달에 약 41만 원을 납부하는 계약을 맺었다. 총 렌털료 약 1490만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200만 원의 가맹비가 별도로 들었다. 적잖은 지출이지만 밥스토랑이 빠르게 가맹점을 늘릴 수 있었던 건 부가세를 제외한 렌털료 전액을 ‘판매장려금’으로 환급해주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점주들은 판매장려금 지급 계약서를 추가로 쓰고, 회사의 전용 사이트에서 이용 가능한 식자재 구입 포인트를 매달 지급받는다. A 씨 사례에서 제공되는 포인트는 월 37만 원 상당이다.
하지만 키오스크는 물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기계값만 남는다. 포인트는 지급 1년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되는데 공급 불안정이 장기화할 경우 점주 입장에서는 쓰지도 못할 적립금을 위해 렌털료를 매달 납부하는 게 된다.
식자재 공급이 막힌 시점부터 키오스크는 주문·결제 등 기존의 목적을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원칙적으로 다른 유통망을 통한 제품 공급은 금지된다. 회사는 특수급냉 반조리 식품 특성상 조리법과 설비가 단순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는데 식재료 공급이 언제 정상화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리 설비를 바꾸거나 추가 인력을 쓰기도 쉽지 않다.
밥스토랑은 점주들에게 “자사 메뉴로만 판매하는 것이 규정이나 즉석밥, 볶음밥 등 아직 출시하지 않은 메뉴에 한해 다른 메뉴를 판매할 수 있다. 이때 반드시 본사와 협의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키오스크는 부가 수단에 불과하고 핵심은 식재료의 안정적 공급인데도 계약상 장비 도입이 강조됐다. 사실상 식자재의 종속 계약을 유도하는 수단처럼 작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시스템 재개는 앞서 여러 차례 지연 공문과 일부 품목 입고 계획 업데이트 이후 나온 조치다. 회사는 당초 5월 22일을 정상화 시점으로 정했지만 “내부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견돼 추가 점검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6월 2일로 시스템 재개 일정을 재공지한 바 있다.
최근 일부 점주들이 공급 체계와 본사의 위기 대응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피해자 모임 구성 등 단체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한국은 이번 사태와 점주 피해, 향후 대책 등과 관련해 바스토테크놀로지스 측의 공식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별도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은희 교수는 “비용 부담이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데도 ‘무료’라는 마케팅 표현을 강조하는 건 소비자인 점주가 계약 핵심 조건을 착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만적 요소가 있다”며 “회사에는 공급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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