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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코인 매도 허용했지만…3주째 매도 계획 없는 이유

비영리법인도 허용, 법인의 시장 진입 위한 준비 단계…요건 엄격해 실제 매도까지 이어지지 않아

2025.06.23(Mon) 09:58:38

[비즈한국] 6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와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매도가 허용됐다. 어느 거래소가 먼저 가상자산을 매도할지 관심이 모였지만, 시행한지 3주가 지나도록 매도 계획을 밝힌 곳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엄격한 조건 탓에 매도 대상이 한정된 가운데, 소규모 코인마켓은 보유한 가상자산 현황조차 알기 어려워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한 로드맵 중 하나로 금융당국은 2025년 6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와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매도를 허용했다.


6월 1일부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매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조치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한 로드맵 중 하나로 시행됐다. 그동안 법인이 가상자산을 거래하면 자금 세탁에 악용하거나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2017년부터 제한했으나, 이용자 보호법이 나오면서 법인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5월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 가상자산 매도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매각할 수 있는 대상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한 거래소다. 신규·갱신 신고가 수리된 곳뿐만 아니라 심사 중인 거래소도 해당한다. 다만 영업 종료나 중단 상태의 거래소는 제외한다. 

 

매각 요건은 까다롭다. 당국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완화하는데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매도 목적은 △법인세 등 세금 납부 △인건비 등 운영 경비 충당 △기타 법정 의무 채무 불이행의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했다. 즉 정상적으로 영업하기 어려울 만큼 유동성이 부족할 때라야 가상자산을 매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매각 대금을 투자나 신사업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의 매도는 허용하지 않는다.

 

매도 가능한 가상자산의 종목에도 제한을 뒀다. 국내 5개 원화마켓(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각각 시가총액이 반기별 총합 상위 20개 종목이면서, 3개 이상의 원화마켓에서 거래를 지원하는 종목만 매도할 수 있다.

 

매각할 땐 2개 이상의 원화거래소에 분산해 매도해야 하며, 자체 거래는 불가능하다. 매도 전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계획을 공시하고 3개월 이내 완료해야 한다. 하루 동안 매도 가능한 최대 물량은 전체 계획한 물량 중 10% 이하이면서 자산을 매도하는 거래소의 직전 1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의 5% 이하로 한정했다.

 

요건이 엄격한 탓인지 시행일로부터 3주가 지났지만 매도 계획을 밝힌 곳은 보이지 않는다. 가상자산을 매도할 사업자는 결의일로부터 2영업일 이내, 매도 개시 예정일로부터 3영업일 이전에 매도 계획을 자사 플랫폼·이용할 거래소·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애초 운영비를 처리하기 어려울 만큼 현금이 부족해야 한다는 조건을 고려하면, 적자에 시달리는 코인마켓이 사실상 매도 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시장에 남은 곳 자체가 적은 데다 이들이 보유한 가상자산 현황을 알 수 없어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12일 금융위원회, 가상자산 업계·전문가는 간담회를 열고 법인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과 관련해 검토 중인 세부 가이드라인 내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정보분석원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5월 22일 기준으로 신고 사업자는 27개다. 여기에 오케이비트(운영사 포리스닥스코리아리미티드)와 코인빗(엑시아소프트)은 거래소 운영을 종료했고, 가상자산 이전·보관·관리 업무만 신고한 사업자 7개를 제외하면 남은 거래소는 18개 정도다. 하지만 수 개월째 거래가 없거나, 1년 이상 아무런 공지가 올라오지 않아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로 보이는 코인마켓이 다수라, 실제 매도 가능한 곳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신고 갱신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코인마켓은 10개 남짓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코인마켓이 어떤 가상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원화마켓과 같이 규모 있는 거래소의 경우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에 따라 재무제표에 보유한 고객 위탁 가상자산의 물량과 시장가치 등의 정보를 가상자산별로 공시한다. 이를 통해 거래소가 보유한 자산, 회원에게 위탁 받은 자산, 거래소가 처분한 자산의 종류와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위 사업자인 업비트(두나무)는 1분기 기준으로 2조 2097억 원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종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등이다. 특히 비트코인만 1만 6871개로 금액으로는 2조 원이 넘는다. 같은 기간 회원이 위탁해 업비트가 보관하고 있는 가상자산 규모는 65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소규모 코인마켓은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2023년 12월 가상자산 회계·공시 규율을 강화하면서 감독 대상을 ‘상장사 등 K-IFRS 적용기업’에서 ‘외부감사 대상 전체’로 확장했지만, 코인마켓은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므로 감독지침을 따를 의무가 없다.

 

일부 코인마켓은 회계법인의 실사를 거쳐 고객 위탁 자산과 회사 보유 자산 비율을 공개하는 가상자산 예치금 실사보고서를 공시하지만, 자율인 탓에 이조차 내지 않는 곳이 다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자도 지침을 따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처리하지 공시할 의무는 없다”며 “외감 대상이 아닌 거래소는 모니터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어려운 코인마켓은 보유한 가상자산 자체가 별로 없다. 2021년 3월 특금법 시행 이후 영업을 못 하는 곳이 많지만, 비용은 계속 드니까 외부 부채로 수혈하거나 자기 주식을 처분하는 식으로 버텨왔다”며 “향후 은행과 실명 계좌 연동을 하거나 스테이블 코인으로 새 먹거리를 찾는 등 영업을 이어가는 곳이 나와야 적극적인 매도도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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