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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줄었지만 바다는 황폐…30년간 2조 쏟은 어선감척사업 효과 없는 이유

수산자원 회복하려면 단기간 집중적으로 줄여야…어민 수요 높지만 예산 부족해 '난항'

2025.08.06(Wed) 15:41:41

[비즈한국] 수산 자원 회복을 목표로 30년 넘게 진행된 연근해 어선 감척 사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어선 수는 줄었지만, 수산 자원량은 여전히 목표에 못 미치고 어획량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어업 전문가들은 어선 감척 제도를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지난 30년간 정부는 어선 감척 사업을 했지만 목표한 수산자원량 확보에 실패하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8월 1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등록 어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어선은 2023년에 비해 502척 줄어든 6만 3731척으로 집계됐다. 등록 어선 수가 감소한 주된 이유는 연근해 어선 감척 사업이다. 연근해 어선은 작년 3만 8807척으로 202척 감소했다.

 

1994년부터 시작된 어선 감척 사업은 수산 자원의 감소와 경영 여건 악화 등 연근해어업의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986년 172만 5000t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과도한 어선 수와 어획 활동으로 인해 수산 자원량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국은 어업 생산량 대비 어선 수가 일본의 4.5배, 노르웨이의 6배에 달해 감척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난 30년 동안 총예산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전체 연근해 어선의 30% 이상을 감척했지만 기대보다 효과가 미미하다. 무엇보다 수산 자원량의 확보가 부진하다. 2021년 기준 수산 자원량은 약 345만 t으로 목표 자원량인 503만 t의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획량도 크게 줄어 작년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약 84만 1000t으로 197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사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감척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감척을 빠르게 완수해야 수산 자원이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수협 관계자는 “조금씩 감척하면 남은 어선과 외국 어선이 생선을 다 잡아버린다”며 “현재 5년 단위 계획인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서 어선 수를 한꺼번에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어민의 어선 감척 수요는 높다. 기후 위기로 인한 어획량 감소, 선원의 고령화가 겹치면서 폐선을 하고 어업을 떠나려는 어민이 늘었다. 감척 대상자로 선정된 어업인에게는 감정평가로 산정된 직전 3년 수익분 합계에 해당하는 폐업지원금, 어선·어구 잔존가액, 어선원 생활 안정자금 등의 감척지원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감척 대상 어선 수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감척 경쟁’이라 불릴 정도로 감척 대상 선정이 치열해지고 있다. 평균 경쟁률이 3~4 대 1에 달할 정도다.

 

감척 수요​가 높은 반면 예산은 부족하다. 작년에는 예산 부족으로 연간 감척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2024년에서 2028년까지 진행되는 ‘제3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에는 근해 어선 524척, 연안 어선 1500척의 감척 목표를 잡았다. 연간 근해 100여 척, 연안 300여 척 감척이 필요하지만 지난해에는 근해 80여 척, 연안 200여 척이 줄어든 데 불과했다.

 

어민들은 감척 조건 완화와 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감척을 신청하려면 △1년 이내 60일 이상​ 조업 △​2년 이내 90일 이상 조업 △​최근 1년간 어업 경영을 통한 수산물의 연간 판매액이 120만 원 이상 세 가지 중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청 대상이 되더라도 해수부는 선령, 조업 일수, 어선 성능 등을 고려하여 감척 대상을 선정한다. 김해성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회장은 “작년 경남에서 88척이 신청했지만 6~7척만 선정됐다”며 “조업 일수를 맞춘다고 수익도 안 나는 무리한 어업을 하고 있으니 감척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근해 수산 자원량 및 어업 생산량 감소의 원인을 복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감척만이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4년 5월 30일 발간한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는 현재의 감척 사업 제도만으로 목표 수산 자원량 503만 t에 도달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제범 입법조사관은 “기후 변화에 따른 어장 조정, 수산 자원에 대한 주변국 간 공동관리체계 구축, 어선 현대화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감척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다른 수산 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감척 사업을 개선할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감척 수요가 많아 관련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어구 관리, 운반선 관리, 불법 어업 단속 등 다른 정책과 연계해서 감척 사업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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