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랜드리테일이 정육각을 상대로 매매대금반환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은 정육각의 김포공장을 매입하기 위해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무산됐고, 이후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소송으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육각이 지난달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이랜드리테일이 계약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정육각 김포공장 매매 과정서 분쟁, 이랜드리테일 “받아야 할 돈”
이랜드리테일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정육각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매매대금반환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매대금반환소송은 매매계약이 매도인 귀책으로 이뤄지지 않아 계약이 파기된 경우, 매수인이 이미 지급한 계약금·중도금 등을 돌려받기 위해 청구하는 민사소송이다. 이랜드리테일과 정육각이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했고, 그 과정에서 분쟁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정육각의 김포공장을 매입하기 위해 정육각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 7월 12일 이랜드리테일은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의 정육각 김포공장에 ‘매매예약’을 이유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설정했다.
통상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는 부동산매매계약 체결 후 잔금을 치르기 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하고, 매수인의 계약금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한다. 이랜드리테일이 정육각의 김포공장을 매매하기로 계약했고, 계약금까지 건넸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계약은 파기된 것으로 보인다.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설정한 지 3개월여 만인 2024년 10월 29일 이랜드리테일은 정육각을 상대로 매매대금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주장하는 원고소가(원고가 소를 통해 주장하는 권리·이익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금액)는 30억 원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1월 11일 정육각의 김포공장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22일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가압류 금액은 30억 원이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소가 산정 근거에 대해 “받아야 할 돈”이라고 답하고 더 자세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이랜드리테일이 매입하려던 정육각의 김포공장은 연면적 약 1만 5700㎡(약 4750평)의 4층 규모 스마트팩토리다. 정육각은 2020년 12월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이 공장을 매입했고, 2021년부터 가동했다. 정육각의 육류 및 가공 상품 대부분의 물량을 이곳에서 생산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정육각의 김포공장을 매입하려던 데는 육류 유통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이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리테일이 자체 육류 가공 라인을 갖추게 되면 할인점 킴스클럽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축산물·가공식품을 공급할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신선식품 비중을 확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랜드리테일은 축산물 부문에 집중 투자해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만 이랜드그룹은 정육각 김포공장을 매입하려던 사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수십억 계약금 날릴 위기, 비상경영 속 재무 부담 가중되나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경영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 5649억 원, 영업이익은 3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4%, 41.9% 감소했다. 계속되는 실적 악화에 올해 5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인력 재배치·부실 점포 정리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이렇게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거는 와중에 수십억 원대의 계약금까지 날릴 처지에 놓였다. 거래 상대방인 정육각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육각은 7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2022년 대상홀딩스로부터 900억 원에 초록마을을 인수하며 업계에서 주목받았던 정육각은 이후 영업 적자가 확대되고 투자 유치가 막혀 자금난에 빠졌다.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에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김포공장을 매각하려 한 것도 자금 조달이 급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육각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됨에 따라 이랜드리테일은 매매대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곧바로 판결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 회수해야 할 30억 원은 회생채권으로 편입돼 회생계획안의 변제율을 따라야 한다. 최근 오아시스에 인수된 티몬의 경우 회생채권 변제율이 0.76%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이랜드리테일이 실제로 돌려받을 금액은 미미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기업회생 전문가인 김광중 법률사무소 한걸음 국장은 “소송에서 승소해 받아야 할 돈이 30억 원으로 확정되더라도 이는 회생채권에 포함된다. 회생채권이라는 것은 (회생 절차) 개시 결정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권을 말한다. 소송 자체가 개시 결정 전의 원인으로 생겼기 때문에 회생채권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생채권은 변제율에 따라 정리된다. 사실상 30억 원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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