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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필수 앱 '플렉슬' 오류, 일부 이용자 노트 데이터 영구 소실

업데이트 직후 서버 장애 발생, 안내 불충분해 피해 더 커져…플렉슬 "서버 확충 등 개선 조치, 보상방안 논의 중"

2025.09.03(Wed) 14:48:43

[비즈한국] 국내 필기 앱 ‘플렉슬’에서 최근 업데이트 직후 대규모 서버 장애가 발생해 일부 계정의 노트 데이터가 사실상 영구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플렉슬은 PDF 문서 활용에 특화된 기능을 앞세워 태블릿PC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이번 서버 접속 장애 당시 이용자들이 작성한 노트가 표시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고, 서버가 정상화된 이후에도 일부 계정의 데이터는 복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주요 필기 앱 플렉슬에서 대규모 서버 장애가 발생해 일부 계정의 노트 데이트가 사실상 영구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플렉슬 오류 당시 화면. 사진=독자 제공


#시스템 개편 후 ‘서버 장애’로​ 데이터 유실  

 

서울 소재 로스쿨에 재학 중인 이 아무개 씨(26)​는 평소 수업 자료, 교재, 법령정보 등 각종 PDF 문서를 주로 플렉슬 앱으로 관리하며 공부해왔다. 두 쪽 보기가 지원되고 메모와 필기가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유료 구매 후 갤럭시 탭에서 2년 넘게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갑작스러운 서비스 장애를 겪으면서 손수 정리하고 모아둔 자료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9일 플렉슬 앱을 실행하면 바로 종료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 씨는 “자동종료 후 와이파이 재연결 등 여러 시도를 해보다가 앱을 지우고 다시 설치했다. 동기화를 시도했지만 도중에 멈췄고 이후 앱 실행이 가능해진 시점에 재접속하자 저장해둔 파일이 모두 비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중요한 자료들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업데이트 이후 발생한 오류라 회사가 수습해 줄 거란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기대를 접었다. 올해 자료는 백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자책감을 떨쳐내기 힘들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서버 다운으로 인한 전면 접속 불가 사태가 발생한 당일 밤 9시 30분경 서버가 정상화됐지만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이용자 다수는 그동안 저장해둔 기록물들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동시다발적으로 겪었다. 플렉슬 측은 이용자들에게 “실제로 데이터가 유실된 것이 아니라, 계정 연결 과정 중에 기기에서 문제가 발생해 화면 내 목록에서 데이터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안내했다. 

 

플렉슬이 글로벌 단위로 제공되는 서비스인 만큼 해외 이용자들의 비판도 거세다. 사진=레딧


하지만 실제 자료를 영구적으로 잃은 이용자도 상당수다. 구글 드라이브 동기화 여부나 백업 유무 등 사용자들의 앱 이용 방식과 오류 당시 앱 삭제 여부에 따라 데이터 복구 ‘운명’이 갈렸기 때문이다. 

 

자주 사용하는 앱이 실행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자동 종료될 때 앱을 정상 작동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삭제 후 재설치하는 방법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태에서도 장애가 발생하자 앱을 삭제하고 재설치한 이용자들이 있었다. 

 

앱을 삭제했더라도 구글 드라이브 동기화를 했다면 데이터 복구가 가능하다. 별도로 백업 파일이 존재해도 마찬가지로 자료를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동기화가 되지 않은 채로 앱을 삭제한 경우 기기 내 앱에 저장된 데이터가 영구 소실돼,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다운받은 앱이 데이터를 포함한 기존 앱을 ‘덮어쓰기’한 것과 같다. 

 

플렉슬 관계자는 “구글 드라이브 동기화 없이 로컬 환경에서만 사용한 이용자가 앱을 삭제한 경우는 현재로선 복원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일한 데이터 저장 장소였던 기기에서 데이터가 지워진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용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소중하게 만든 데이터의 복구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렉슬은 1회 구매(안드로이드 11000원·iOS 14000원) 형식의 유료 서비스와 무료 기본 서비스로 제공된다. 한글과컴퓨터 1호 사내벤처로 출발한 플렉슬은 2019년 신설법인을 세워 한컴으로부터 독립한 IT 스타트업으로, 최근까지도 ​한컴이 ​지분을 일정 비율 보유하면서 기타 특수관계자의 형태로 관계가 유지돼왔다. ​에듀테크 기업을 표방​하며 플렉슬 앱과 수험 전자책 플랫폼 ‘스콘’을 운영한다. 올해 3월 디지털 문방구 브랜드 ‘낼나’를 인수했다. 지난 2019년에 삼성전자 사외 스타트업 프로그램 ‘씨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사모펀드로부터 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플렉슬은 PDF 문서 활용에 특화된 기술을 앞세워 태블릿PC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사진=플렉슬


#피해자들 직접 대처 나서…“보상 계획 논의”​ 

 

이번 사태는 지난달 말 대규모 계정 시스템 업데이트 이후 서버 트래픽이 폭증한 것이 원인으으로 파악된다. 8월 25일 업데이트가 진행됐고 사흘 뒤 직접적인 오류가 수정됐지만, 8월 29일 오후 4시 40분경 기존 대비 약 20배 수준의 트래픽이 유입되면서 앱이 마비 상태가 됐다. 플렉슬 관계자는 서버 접속 장애와 관련해 “앱 업데이트 후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트래픽 한계를 급격히 초과했고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능이 작동해 서버 접속이 제한된 것이 원인”이라며 “그 시간에 로그인을 시도한 유저 중 1만 2000명가량이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번 업데이트는 기존에 디바이스 기반으로 운영되던 앱을 PC에서도 문서, 필기 열람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목적으로 실행됐다. 웹 뷰어 기능 도입과 함께 보안 조치가 추가됐는데, 웹 뷰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처럼 ​노트를 ​사용하는 기기 안에만 ‘로컬’ 방식으로 저장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의 이메일 계정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강화해야 했다는 게 플렉슬의 설명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플렉슬에 있던 데이터들은 업데이트 이후 최초 로그인한 이메일 계정에 귀속됐다. 

 

플렉슬은 서버 장애 발생 10분 후 즉각 대응에 나서 당일 2차 서버 용량 확장을 포함해 총 9회에 걸쳐 조치를 취했다. 지난 2일 ‘기기 대수 제한’ 오류 등 로그인 충돌 현상을 개선하는 추가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현재 접수된 오류 사례에는 개별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복합적인 오류가 나타난 업데이트 관련 공지부터 ‘앱 삭제 금지’ 등 구체적인 행동요령에 대한 안내 등이 불충분해 피해가 가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앱 삭제 시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은 당초 앱 팝업창이나 앱 마켓 사전 공지가 아닌 사태 발생 후 블로그, 레딧 등 커뮤니티 채널을 통해 안내됐다.

 

업데이트로 인한 오류 현상을 설명하는 공지는 데이터 무한 로딩 현상, 접속 불가, 계정과 데이터 간의 연결 오류 등이 발생한 후 뒤늦게 안내됐다. 30일 밤 서버 정상화 공지 이후 지난 2일 추가 업데이트까지 상황별 구체적인 복원 방안이나 명확한 대응책이 추가로 안내되지 않아, 이용자들은 자체적으로 플렉슬의 국내외 채널인 블로그과 레딧, SNS 오픈채팅방에 모여 해결책을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플렉슬은 재발 방지 조치와 함께 이용자 보상책 등을 논의 중이다. 사진=플렉슬 유튜브 채널


해외 이용자들의 비판도 거세다. 플렉슬이 공식 해외 채널을 둔 미국 커뮤니티 레딧에는 “인생을 결정할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업데이트로 모든 걸 망쳤다”, “단순 여가용 앱이 아니라, 개인적인 성장에 투자하는 학생과 직장인이 이용하는 앱인데 신뢰를 잃었다. 기적적으로 백업이 돼 있어 복구했지만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노트 데이터를 모두 잃어버린 상황은 사형 선고와 같았다”는 평가가 올라왔다.

 

플렉슬 관계자는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다각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문제 해결을 신속히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피해 규모 산정과 보상 범위 등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법무법인과 논의도 시작했다. 이용자 권리 보호와 신뢰 회복, 재발 방지 체계 강화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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