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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수면제 '대리 수령', 제도화 앞둔 비대면 진료에 찬물

향정신성의약품 '대리 수령'보다 '비대면 처방'이 더 심각…오남용 의약품 관리 '구멍'

2025.09.02(Tue) 17:18:57

[비즈한국]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를 앞둔 가운데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을 둘러싼 관리 부실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최근 가수 싸이의 의약품 대리 수령 사건을 계기로, 원칙적으로 대면 처방만 가능한 약물이 비대면 방식으로도 유통될 수 있음이 드러나면서 제도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가수 싸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고 매니저 등에게 대리 수령하게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싸이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자낙스(신경안정제)’와 ‘스틸록스(불면증 치료제)’를 처방받고 이를 매니저 등에게 대리 수령하게 했다. 

 

가수 싸이. 사진=피네이션 제공

 

싸이와 의료진 측은 ‘대리 수령’했지만 적법한 ‘비대면진료’에 따른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해명 자체가 논란이 된다. 싸이가 처방받은 의약품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존성이 커 대면 처방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를 통해 수령할 수 없는 의약품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무분별하게 처방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21년 11월부터 ‘대면 처방’이 필수가 됐다. 

 

싸이 소속사 피네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싸이는 만성적인 수면장애 진단을 받고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 의료진 지도하에 정해진 용량을 처방받아 복용해왔으며, 대리 처방은 없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수면제를 제삼자가 대리 수령한 경우가 있어 최근 경찰에서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의약품을 처방한 교수 측은 “비대면으로 진료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향정신성의약품 ‘비대면처방’ 어떻게 가능했나 

 

싸이 사건을 계기로 시행 6년을 맞이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범사업 기간 한 번이라도 비대면진료를 시행한 의료기관은 약 2.3만 개소이며, 국민 492만 명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했다. 비대면진료는 전체 외래진료 대비 약 0.2%~0.3% 수준으로 월 평균 20만 건 정도다. 

 

이용자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로 ‘비대면진료’로도 원칙적으로 금지된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음이 드러나게 된 셈이다. 현재 마약류 및 향정신성 의약품, 오남용 우려 의약품, 사후 피임약은 비대면진료로 처방이 불가하다. 하지만 의료진이 비대면으로 약을 처방하고, 약국에서 처방전을 접수하고 약을 제조하기까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처방한 의사도 문제지만, 일선 약국가 역시 비대면진료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연예인들의 마약류 의약품 ‘대리 수령’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비대면진료’에 따른 것이었다는 싸이의 해명이 이번에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일반 환자들도 비슷하게 주장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마약류 대리 처방하고 외부 반출까지 한 의사도

 

‘향정신성의약품 관리 시스템’의 부실함도 주목을 받는다. 2015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2018년부터 마약류 취급보고 제도가 전면 시행됐다. 마약류취급자 또는 마약류취급승인자는 수출입, 제조, 판매, 양수, 양도, 구입, 사용, 폐기, 조제, 투약하거나, 투약하기 위해 제공 또는 학술연구를 위해 사용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취급정보에 관한 사항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서는 마약류를 사회적으로 오남용이 심각하거나 불법유출 사례가 많은 경우 중점관리대상, 그 외는 일반관리대상으로 규정하고 인적 정보(거래자, 의료인, 환자), 제품정보(품명, 제조번호, 품목코드, 최소유통단위, 일련번호), 조제·투약 정보(투약·조제량, 처방정보) 등을 보고하게 한다. 

 

하지만 의료진과 간호사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잘못 보고할 여지가 남는다. 최근 전남 순천의 병원에서 의사가 수년간 향정신성 의약품을 대리 처방한 혐의로 송치됐다. 간호사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사용량 등을 허위 등록한 혐의를 받는다. 의사는 남은 마약류를 외부로 반출까지 했다고 한다. 

 

최근 보건당국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관련 법안 3건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싸이의 수면제 대리 수령이 비대면진료에 대한 우려에 불을 붙인 셈이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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