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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쓰는 중동에서 'K-고데기' 인기 끄는 까닭

헤어 건강 및 실내 헤어 스타일링 수요 '발굴'…K-뷰티, 화장품 중심서 미용기기로 확장

2026.05.29(Fri) 11:43:51

[비즈한국] 최근 중동 지역에서 ​한국산 헤어 스타일링 기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히잡을 쓴 여성에게 고데기가 왜 필요할까. 중동 뷰티 시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다소 의아하게 느낄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는 히잡 문화를 단순하게 바라본 데서 비롯된 편견에 가깝다. 히잡은 특정한 공적 공간에서 머리카락을 가리는 문화다. 집 안, 여성들끼리 모이는 자리, 결혼식과 파티, 가족 행사에서는 머리카락도 중요한 자기표현의 영역이 된다. 오히려 장시간 눌리고 마찰을 받는 머리카락을 더 섬세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수요도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최근 고데기와 드라이기, 홈케어 기기 같은 한국산 미용기기​가 관심을 받고 있다. K-뷰티가 화장품 이후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히잡 문화와 헤어 스타일링 수요의 상관관계

 

걸프 지역은 향수, 색조, 스킨케어, 헤어케어 소비가 모두 강한 시장으로 꼽힌다. 소득 수준이 높고 젊은 인구가 많으며, SNS와 인플루언서 기반 소비도 빠르게 확산된다. 중동의 대표 뷰티·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부티카가 단순 온라인몰이 아니라 유명 인플루언서와 셀러브리티의 추천을 결합한 소셜 커머스 모델로 성장한 것도 이 지역 뷰티 소비의 특징을 보여준다.

 

가려져 있다고 해서 가꾸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동 여성의 미용 문화를 둘러싼 가장 흔한 오해가 여기서 출발한다. 사진=생성형AI

 

헤어케어 역시 예외가 아니다. 히잡을 장시간 착용하면 모발과 두피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해외 뷰티 매체들은 히잡 착용 여성의 헤어케어가 건조함, 부스스함, 모근 긴장, 통풍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즉 중동의 헤어 시장은 보여주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유지하고 회복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여기에 결혼식과 가족 행사 문화가 더해진다. 중동의 여성 사교 공간에서는 헤어스타일이 드레스, 메이크업, 향수만큼 중요한 연출 요소가 된다. 밖에서는 가려진 머리카락이 사적인 공간에서는 적극적인 소비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굵고 곱슬기가 강한 모발 특성, 히잡 착용으로 인한 눌림과 마찰까지 더해지면 드라이기, 볼륨 스타일러, 고데기 등 헤어기기 수요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K팝 아이돌 스타일리스트가 쓰는 그 제품”

 

그동안 K-뷰티는 주로 스킨케어와 색조 화장품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쿠션, 마스크팩, 세럼, 선크림 등 얼굴에 바르는 제품이 한국 화장품의 대표 품목이었다. 빠른 신제품 출시, 세분화된 제형, 합리적인 가격, 감각적인 패키지 등이 글로벌 소비자를 끌어들인 요인으로 꼽힌다.

 

K팝 아이돌 스타일리스트들이 사용하는 헤어 스타일링 기기는 중동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전문가가 쓰는 K-뷰티 디바이스’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생성형AI

 

최근에는 K-뷰티의 범위가 미용기기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피부 관리 기기, LED 마스크, 고주파 홈케어 기기, 헤어 스타일러 등은 화장품 이후의 성장 품목으로 거론된다. 소비가 단순히 제품을 바르는 단계에서 관리와 연출을 돕는 도구로 확장되는 것이다. 한국식 피부 관리와 헤어 스타일링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관련 기기 수요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헤어기기 분야에서는 K팝의 영향도 작용한다. 중동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한국 고데기는 “K팝 아이돌 스타일리스트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알려지고 있다. 아이돌 헤어스타일은 강한 조명, 리허설, 무대 전환, 땀과 움직임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스타일 유지력과 빠른 연출이 중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사용되는 도구라는 인식은 헤어기기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중동 진출 사례로 본 K-뷰티기기의 가능성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헤어기기 업체들도 중동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헤어기기 브랜드 글램팜 제조사인 언일전자가 최근 중동 뷰티·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부티카와 판매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 언일전자에 따르면 걸프만 6개국 유통채널을 구축한 부티카가 먼저 수출을 요청하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단순히 K-브랜드여서가 아니라 개발 및 생산이 한국에서 된다는 점이 이번 계약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헤어기기 브랜드 글램팜을 제조·판매하는 언일전자는 ODM으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를 키웠다. 사진=언일전자 제공

 

언일전자는 1995년 설립된 헤어 스타일링 기기 제조·판매 업체다. 초기에는 미국 CHI, 영국 GHD 등 글로벌 미용기기 업체에 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납품하며 기술을 축적했고, 2008년 자체 고데기 브랜드 글램팜을 출시했다. 미용실과 헤어 디자이너 중심으로 인지도를 쌓아온 제조사다. 2025년 매출 589억 원, 영업이익 111억 원을 기록하며 가전 제조업체로서 이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제조 비용이 저렴한 중국에 생산을 맡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와 제조 경쟁력을 함께 확보한 결과다.

 

중동 시장 진출에는 과제도 있다. 걸프 지역은 구매력이 높은 시장으로 분류되지만 국가별 유통 구조, 가격 민감도, 브랜드 선호,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다르다. 프리미엄 헤어기기 시장에서는 다이슨, GHD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와 K팝 기반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초기 진입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품력, 사후관리, 현지 유통망 관리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K-고데기 수요는 단순히 히잡 문화의 예외적 현상이라기보다 K-뷰티 소비가 화장품에서 미용기기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례로 볼 수 있다. 과거 K-뷰티가 무엇을 바를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무엇으로 관리하고 연출할 것인가의 문제로 넓어지고 있다. 중동 헤어기기 시장은 그 변화가 확인되는 지역 중 하나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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