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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탈석탄법" 비판 나오는 3가지 이유

목표년도 삭제, 수명연장 퇴로 및 노동자 보호 부족…기후부 "에너지 안보 차원 대안"

2026.05.29(Fri) 17:52:02

[비즈한국]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과 노동자를 지원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탈석탄 목표 연도가 삭제되고 석탄발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포함되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령석탄화력발전소의 전경. 사진=한국중부발전 웹사이트

 

5월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폐지되는 석탄발전소 소재 지역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관련 발전 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폐지 지역에 대체 산업 육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 노동자 및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노동자·폐지지역 지원위원회’ 설치 등이 담겼다.

 

#‘안보전원’ 조항, 핵심 쟁점으로 부상

 

특별법안에서 가장큰 논란을 낳고 있는 부분은 석탄발전소의 ‘안보전원’ 지정 조항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화석연료 발전 인프라를 전력 수급 비상시에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따라 법안 제6조에는 기후부 장관이 전력 계통의 신뢰도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폐지 대상 석탄발전기를 ‘안보전원발전기’로 지정하거나 신뢰도 연장 운전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4월 6일 국무회의에서 “ 21기의 석탄발전소는 2040년 이후까지 설계 수명이 남아있다”며 “남아 있는 석탄발전소도 안보 전원으로 활용하는 등 전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수급 불안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설명한다.

 

#경직성 전원의 한계와 10조 7000억 원 규모의 ‘용량요금(CP)’ 부담 우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석탄발전소를 안보전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재무적 부담과 전력망 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석탄발전 고유의 ‘경직성’이다. 석탄발전은 원전만큼은 아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과 비교해 출력을 조절하거나 설비를 기동·정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재 국내 전력망이 계통 부족으로 다수의 변전소가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될 만큼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덩치가 큰 석탄발전이 계통 용량을 장기간 점유하게 되면 결국 새롭게 진입해야 할 재생에너지의 접속을 지연 또는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김성환 장관은 석탄발전의 경직성 문제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감발을 위해 대략 8시간 정도 걸린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 직접적인 문제는 이 설비들을 유지하는 데 수반되는 막대한 고정 비용이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김성환 장관의 언급처럼 석탄발전소 ​21기​를 전력시장에 대기시키는 상태로 활용할 경우, 발전사들은 도매 전력시장에 입찰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대규모의 ‘용량요금(CP)’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용량요금이란 실제 전력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전력 공급 능력을 갖추고 대기하는 발전 설비에 정부가 지급하는 고정 보상금이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1기가 가동 가능한 동안 용량요금을 지급할 경우 그 규모는 약 10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력시장에 입찰하지 않고 완전히 가동을 중단한 채 비상시에만 가동을 준비하는 이른바 ‘휴지보존’ 상태를 가정하더라도 비용 문제는 남는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지부장은 “발전소 설비 특성상 휴지보존 상태라 할지라도 부식 방지와 기본적인 기기 성능 유지를 위해 주기적인 관리와 보수가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유지보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비용 발생 우려에 대해 기후부는 안보전원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 보상 체계, 운용 규모 등은 향후 하위 법령을 제정하는 단계에서 검토하고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성격 다른 두 법안의 병합…노동자 보호는 뒷전

 

법안의 병합 과정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애초 국회에는 명확한 탈석탄 일정과 발전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다루는 ‘정의로운 탈석탄법’과, 발전소 폐쇄로 인해 타격을 입을 지역 경제를 지원하는 ‘석탄 폐지지역 지원법’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의 법안들이 있었다. 성격과 목적이 다른 이 두 가지 법안이 병합 심사되는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한 핵심 요소가 누락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상임위를 통과한 최종 법안에는 언제까지 석탄발전을 종식하겠다는 명확한 ‘탈석탄 목표 연도’가 명시되지 않았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기노위 회의에서 “대안이 원안의 핵심 취지인 ‘석탄발전소 조기 폐지’를 위한 구체적 목표 연도 설정 및 정부의 폐지 권한 규정을 누락했다”며 “석탄발전 조기 폐쇄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본연의 입법 목적을 크게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발전 사업자에게 조기 폐쇄가 자발적 선택 사항에 불과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제공할 소지가 있다”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발전소를 떠나야 하는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도 구체성을 띠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태성 지부장은 “새로운 산업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존 하청 및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완전한 고용 유지나 고용 승계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구속력 있는 방안이 법안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가 되어야 할 거버넌스 기구의 권한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안에 명시된 ‘노동자·폐지지역 지원위원회’는 실질적인 예산 집행이나 정책 심의·의결 권한을 갖지 못한 채 단순한 의견수렴 기구 역할에 머물러,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온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번 특별법은 지역 지원이라는 본래의 명분에도 탈석탄 시점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재무적 비용을 수반하는 안보전원 조항을 남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내부에서는 비판 여론과 정책적 한계를 고려해, 다가오는 지방선거 이후 탈석탄 시점을 명확히 지정하는 후속 입법을 준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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