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촉발된 ‘영업이익 N% 성과급’ 문제가 다른 국내 기업들로 확산할 기미를 보이면서 가뜩이나 악화한 청년 취업난 문제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기업들이 최근 사내 업무와 제조 현장에 인공지능(AI)과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AI와 로봇 도입 속도가 빨라지면 올해 1분기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5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선 상황에서 청년들을 위한 채용문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취업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청년층이 올 1분기에 8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경력직 위주로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청년들이 아예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한국에 도착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로보틱스 선도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전자, 두산 등과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 중이다. 실제 이날 저녁 황 CEO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고깃집 ‘형님 저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도 만나 로보틱스 기술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황 CEO는 지난 1일 대만에서 열린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행사에서 취재진에게 “한국에 로보틱스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상상력과 창의력, 야망이 매우 크지만 손발인 노동 인구가 부족해지는 상황”이라며 “AI와 로봇이 한국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엔비디아와 주요 기업들의 밀착은 노조들의 성과급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인력을 AI와 로봇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기업들이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요 기업들이 AI와 로봇 도입을 본격화하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청년층 고용 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체적인 취업시장이 좋아지는 것과는 반대로 청년층 고용 여건은 나빠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연령층 고용률은 61.8%로 전년 동기(61.8%)와 변함이 없었다.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등 각종 악재에도 전체적인 고용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올 1분기 청년층 고용률은 전년 동기(44.5%)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한 43.5%를 기록했다. 이러한 청년층 고용률은 2021년 1분기(42.1%)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4년 4분기 45.3%였던 청년층 고용률은 계엄과 탄핵 등으로 경제가 흔들리자 2025년 1분기 44.5%로 떨어졌다. 이후 정치적 혼란이 가라앉자 2분기에 45.7%로 올랐으나, 3분기에 45.3%로 다시 떨어지더니 4분기에 44.4%로 하락했고 올 1분기에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왔지만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은 것이다.
청년 고용률이 하락하면서 기업의 문턱을 넘어보지도 못한 청년층도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1분기 청년층 취업무경험 실업자는 5만 2000명으로 전년 동기(4만 5000명)에 비해 7000명(15.8%)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폭과 증가율은 2017년 4분기(1만 3000명·24.9%) 이래 9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사회 초년생 시절을 실업자로 지내는 청년층은 노동시장에 제대로 진입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노동시장이 신규 채용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1년 이상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9년 청년층 부가 조사에서 청년층 실업자 중 실업 기간이 6개월 미만인 비중은 52.3%였으나 2025년 조사에서는 43.5%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1년 이상 취업하지 못했다는 청년층 실업자 비중은 같은 기간 22.6%에서 30.0%로 증가했다. 이처럼 미취업 상태가 길었던 청년층은 정규직 취업 확률도 낮아지게 된다.
한국은행의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취업 기간이 늘어날수록 이후 상용직으로 근무할 확률이 감소한다. 특히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실질임금은 6.7% 줄어들게 된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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