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월 28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개최된 ‘2026 합동화력훈련’은 오랜만에 개최된 국내 최대 규모의 합동화력훈련이자, K-방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오랜 시간 들여 준비한 한국군의 미래전 모습을 담은 일종의 홍보의 장이었다.
육·해·공·해병대까지 27개 부대 1400명 인원, 그리고 장비가 무려 457대 동원된 이 화력시범에서는 단순한 실사격 훈련을 벗어나 우리 정부의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와 첨단 과학기술군 건설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 그리고 무엇보다 K-방산 무기체계의 실전적 우수성을 전 세계에 홍보하려는 야심찬 계획이 담겼다.
실제로 현장과 SNS 영상에서 공유되는 영상은 그야말로 ‘스펙터클’ 그 자체로, 천지를 뒤흔드는 폭격과 포격, 그리고 사격 장면은 한국군의 위력과 우리 방위산업의 성과를 보여준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합동화력훈련이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평가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AI 과학기술강군으로서의 우리 미래 전장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실전성과 효과성이 너무 부족했던 탓이다.
과거 합동화력훈련과 동일한 방어작전 후 역습 시나리오에서 AI 기반 지휘결심 및 정찰을 통해 표적 획득을 지원하는 모습이 보여졌으나, 단순히 여러 정찰 장비가 정찰한 화면을 전광판에 띄우기만 할 뿐 실제 병력 투입이나 화력 활용에서 재래식 지휘결심 체계와 무엇이 달라졌는지 설득하기 어려운 것은 그나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AI를 사용해서 최적의 동선으로 택시기사를 부르는 것과 내가 직접 택시에 손을 흔드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고, AI를 활용한 지휘결심이 얼마나 빨라지는지, 혹은 어떤 점이 향상되는지 표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사실 지금의 한국군 입장에서는 AI로 지휘결심 과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단편적인 내용만 알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AI를 사용해서 왜 군 병력을 줄일 수 있고, 어떻게 적의 위협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으며, 적의 위장이나 기만을 탐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영상’이라도 전광판에서 잘 보여줬으면 하는데, 실제로 행사장에서는 가상의 전쟁 상황에서 아나운서가 설명할 뿐이었다.
드론은 좀 더 문제가 많았다. 이번 훈련에서 양자드론, 대대급 드론, 소형정찰드론, 자폭드론, 군단급 드론 등 수많은 무인정찰기가 등장했지만, 드론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실적이지 않은 드론 기동과 작전을 해서 그냥 드론을 띄우기만 했다. 이래서는 드론으로 적을 얼마나 잘 찾는지, 어떻게 아군을 보호할 수 있는지 알리기 어려웠다.
이러다 보니 합동화력훈련은 행사장 근처에 보이는 드론만 많아졌을 뿐 과거의 합동화력훈련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고, 또한 항공 장비 측면에서는 FA-50을 제외하고 LAH 소형무장헬기나 KF-21이 실제 화력시범에 참석하지 못하고 지상 전시나 단순 비행에만 그치는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여기에 국방부의 행사 콘셉트에 대한 미숙함도 있었다. K-방산의 성과를 홍보하는 방산 홍보 행사의 성격도 분명히 있었던 반면, 기존 VIP인 각국 대사관 무관과 특정 미디어를 제외하고는 외신 미디어 및 해외 군사 사진가들을 초청하지 못해 홍보 효과가 반감되는 장면도 있었다. 물론 국민들에게 우리 군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참관단 운영도 중요하지만, 수출과 관계된 해외 미디어에 대한 배려나 초청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제는 우리의 합동화력훈련이 AI와 드론 등 미래전에 대한 비전과 K-방산의 해외 홍보에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하는 사이, 국제 방위산업 시장의 경쟁자들은 무섭도록 완성도 높은 이벤트를 했다는 점이다.
바로 지난 4월 20일부터 5월 21일까지 튀르키예가 진행한 ‘EFES-2026’이 그것이다. EFES는 튀르키예의 육군, 해군, 공군이 합동훈련을 하는 점, 자국산 신무기를 보여주고 실제로 사격을 하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방위산업 홍보를 위한 본격 세일즈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같은 달 진행된 우리의 합동화력훈련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다른 점은 운영과 규모, 그리고 시간에 있었다. 몇 번의 리허설과 본행사가 있는 합동화력훈련과 달리 EFES는 한 달 동안 지속적으로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특정 일자에 전문 관람객들을 초청해서 진행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훈련장이 바다와 언덕을 낀 해안가에 자리한 덕분에, 해군 함정에서 드론을 띄우고 상륙작전을 진행하는 등 입체적인 훈련이 이루어지고 야간 사격 훈련도 별도로 진행되었다. 즉 손님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진짜 실전 훈련을 실행하는 도중 며칠의 시간만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형식으로, 이름만 훈련인 우리의 합동화력훈련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러다 보니 튀르키예는 EFES 동안 다양한 시범을 보여줬는데, 특히 튀르키예가 추진 중인 통합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첼릭 쿠베(Steel Dome)를 시연하거나, 20여 대의 카그루(KARGU) 드론들이 실제로 AI 군집 기능을 사용해 동시 타격하는 실사격을 보여주는 등 우리보다 드론 무기체계와 AI 무기체계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특정 VIP가 참석하는 하루에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방산 홍보와 정부 홍보를 위한 VIP 초청은 유지하되 시연 프로그램을 각각의 목적에 맞게 분산해서 진행했기 때문이다.
방산 세일즈 측면에서도 튀르키예 EFES는 배울 점이 많다. 튀르키예는 훈련 마지막 이틀 동안 실제 해외 방위산업 관계자와 무관을 초청하면서, 시범사격을 보여줌과 동시에 행사장에 방위산업 전시회를 설치해 50개 이상 튀르키예 방산기업이 각국 무기 조달 관계자들과 직접 상담을 진행하도록 했다.
물론 한국의 여러 환경이 튀르키예보다 불리한 점도 분명히 있다. 일단 EFES는 기간도 길지만 투입 인원도 1만 명에 달하고, 국제합동훈련이라 50개국의 외국 병력 1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훈련장 역시 우리는 상륙작전과 포격을 동시에 진행할 만한 곳을 확보하기 어렵다. 다만 장기적으로 육군의 진짜 훈련 기간에 방위산업 홍보 기회를 녹이고, 해외 방산 세일즈 프로그램과 밀접하게 연계한 튀르키예 EFES의 화력시범 방식은 분명히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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