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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 이어 KDB생명까지, 태광그룹 M&A 광폭 행보

태광산업 4년 연속 적자, 캐시카우 신사업 필요…한국투자금융·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도 예비입찰 참여

2026.06.11(Thu) 09:13:07

[비즈한국] 태광그룹이 KDB생명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태광그룹은 최근 들어 다수의 기업을 인수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를 놓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복귀를 염두에 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KDB생명 인수 예비입찰에는 다수의 대기업이 참여해 태광그룹의 인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특별시 중구 태광산업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2022년 ‘10년간 10조 투자’ 선언 후 M&A 적극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 예비입찰에 태광그룹, 한국투자금융그룹,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다섯 곳이 참여했다. 재계에서는 태광그룹에 주목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부터 애경산업, 동성제약, 스마트투데이,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현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M&A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도 추진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이러한 태광그룹의 광폭 행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태광산업은 2022년 12월 향후 10년 동안 1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석유화학 부문에 6조 원, 섬유 부문에 4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광그룹의 최근 M&A가 석유화학 및 섬유 사업과 큰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거액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눈에 띄는 점은 광폭 M&A에도 태광산업의 재무가 매우 양호하다는 것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13.52%에 불과하다. 태광산업의 자본총액은 4조 원이 넘지만 부채총액은 5000억 원 수준이다. 이는 과거부터 내려온 태광그룹의 무차입 경영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대한화섬의 부채비율도 17.85%로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는 ‘이호진 전 회장 일가→티알엔→태광산업·대한화섬’으로 이어진다. 티알엔은 대한화섬의 최대주주이자 태광산업의 2대 주주다. 태광산업의 최대주주는 이호진 전 회장이다. 또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재무구조가 양호하다는 것은 태광그룹 전반적으로 재무 상황이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태광그룹은 2010년대 M&A나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금 지출이 비교적 적었던 것도 재무구조가 양호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투자에 소극적이다 보니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태광그룹은 2010년대 초반 재계서열 30위권이었지만 현재는 48위에 머물러 있다. 이마저도 지난해 59위였다가 적극적인 투자 덕에 순위가 상승한 것이다.

 

부진한 실적도 투자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태광산업의 실적이 최근 몇 년간 하락하고 있어 캐시카우가 될 신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태광산업 매출은 △2022년 2조 7038억 원 △2023년 2조 1263억 원 △2024년 2조 275억 원 △2025년 1조 8274억 원으로 줄었다. 또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적자였다. 

 

태광산업은 석유화학과 섬유를 주력으로 한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섬유 부문 경쟁 심화가 이어진 데다, 2010년대 이후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영향으로 매출 감소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태광산업은 올해 1분기 매출 5333억 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영업손실 114억 원을 기록하며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태광그룹의 적극적인 M&A를 놓고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점치기도 한다. 이 전 회장은 과거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후 2023년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경영 복귀에 대한 제약이 없어졌다. 태광그룹이 M&A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 전 회장의 사면 이후다.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에 맞춰 태광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이 최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이 전 회장을 기소한 점은 변수로 꼽힌다. 그러나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 전 회장 복귀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KDB생명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KDB생명 인수 성공 가능성은?

 

태광그룹은 계열사 흥국생명을 통해 KDB생명 인수에 나섰다. 금융권에서 거론되는 KDB생명의 매각가는 1조 원 수준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흥국생명의 자산총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23조 8161억 원이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174억 원 수준이다. 다만 태광산업 등 다른 계열사의 지원을 받으면 1조 원 조달이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DB생명을 향한 관심은 뜨겁지만 매각가가 여기서 대폭 상승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KDB생명 외에도 예별손해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다수의 보험사가 M&A 매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이번에도 매각이 성사되지 못하면 공적자금 회수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산업은행으로서도 KDB생명 매각이 절실한 상황이다.

 

KDB생명 인수전에 참여한 한국투자금융그룹,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은 자본력이 태광그룹에 뒤지지 않으며 금융권에도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한국투자금융그룹과 태광그룹 중 한 곳에서 KDB생명을 인수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올해 3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자산총액은 371조 원에 달한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자산총액도 각각 178조 원, 149조 원에 이른다. KDB생명의 자산총액은 16조 원 수준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이 KDB생명을 인수해도 자산총액 증가율은 4~11% 수준이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KDB생명을 인수하면 자산이 60% 이상 늘어난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경우 현재 보험 관련 계열사가 없어 KDB생명을 인수하면 사업 포트폴리오가 추가된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하고 KDB생명 실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KDB생명 인수 본입찰은 이르면 8월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흥국생명은 KDB생명 인수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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