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시장에서 앞세워온 ‘압구정 현대’ 명칭의 상표 등록이 무산됐다. 지식재산처가 현대건설이 출원한 관련 상표 12건 모두에 대해 등록을 거절하면서다. 현대건설은 압구정2·3·5구역 시공권을 잇달아 확보하며 ‘압구정 현대’ 헤리티지를 강조해왔지만, 기존 ‘현대’·‘현대아파트’ 상표와 혼동될 수 있다는 판단을 넘지 못했다.
#“상표 출처 오인, 혼동할 수 있어”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지식재산처는 지난 23일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관련해 출원한 상표 12건에 대해 등록 거절 결정을 내렸다. 출원 상표가 이미 등록된 상표와 같거나 유사하고, 상표를 사용하겠다고 지정한 상품도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는 이유다. 지식재산처 상표디자인심사국은 “상표가 다함께 사용될 경우 일반수요자나 거래자로 하여금 상품 출처에 관해 오인·혼동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관련한 상표 출원에 나선 것은 1년여 전이다. 지난해 2월 ‘압구정 현대’, ‘압구정 現代’, ‘압구정 현대아파트’, ‘압구정 現代아파트’ 등 4종을 상표로 출원했다. 각각 광고·홍보업이 포함된 35류, 건물분양업 등이 포함된 36류, 주택건축업 등이 포함된 37류로 나눠 출원됐다. 현대건설은 같은 달 특허청에 우선심사를 신청해 상표 심사를 받았다. 지식재산처는 이번 결정에 앞서 지난해 4월 현대건설 출원상표들에 대한 거절 사유를 한 차례 통보했다.
상표 등록에 걸림돌이 된 것은 기존 등록 상표들이다. 지식재산처가 현대건설 출원 상표와 동일·유사하다고 판단한 상표는 ‘현대(現代)’, ‘현대아파트’(現代아파트)’ 등이다. 현재 주택건축업 등 37류를 지정상품으로 하는 현대(現代) 상표권은 현대건설, 현대코퍼레이션, 현대중공업, HDC, 현대백화점이 보유하고 있다. 같은 37류 현대아파트(現代아파트) 상표권은 현대건설·HDC가, 건물분양업 등 36류인 현대아파트(現代아파트)는 현대건설·HDC·SK하이닉스가 나눠 가졌다.
우리나라는 사용할 상품을 지정해 상표를 출원하고 이를 등록받은 사람에게 상표권을 부여한다. 상표법에 따라 다른 사람이 먼저 출원해 등록한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이면서, 지정상품까지 동일·유사한 경우에는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상표와 지정상품이 모두 동일한 경우가 아니라면 선등록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아 유사 상표의 등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심사에서는 기존 상표와의 유사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은 출원 상표를 전체로 관찰하면 기존 등록 상표와 유사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압구정 현대(압구정 現代)나 압구정 현대아파트(압구정 現代아파트) 상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쪼개지 않고 하나의 결합된 전체로서 보면 앞선 등록 상표들과 비슷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식재산처는 “‘압구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식별력이 없어 ‘현대’만으로 약칭할 가능성도 상당하므로 출원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현대건설 측 주장을 기각했다.
#압구정2·3·5구역 수주 과정서 헤리티지 부각했는데…
현대건설은 그간 압구정 재건축 시장에서 ‘압구정 현대’ 명칭과 상징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현대건설이 1970~1980년대 압구정 한강변에 조성한 대표 단지로, 강남 고급 주거지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현대건설은 이를 앞세워 지난해 9월 압구정2구역에 이어 올해 5월 압구정3구역과 압구정5구역 시공권까지 확보했다. 압구정2·3구역에서는 ‘압구정 현대’의 가치를 잇겠다는 점을 강조했고, 압구정5구역에서는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라는 단지명까지 내놨다.
압구정 현대와 관련한 상표 출원도 같은 흐름에서 이뤄졌다. 현대건설이 상표를 출원한 지난해 2월은 압구정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시공자를 선정하는 압구정2구역 입찰을 4개월 앞둔 때였다. 현대건설은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압구정 현대 정체성 계승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대형 법무법인과 협력해 상표권 출원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압구정 현대’ 명칭이 무단으로 사용되거나 혼용되는 일을 막고, 등록 이후에는 조합이 해당 명칭을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이번 거절 결정이 곧바로 ‘압구정 현대’ 명칭 사용 금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건설은 거절결정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거절결정불복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지식재산처가 ‘압구정 현대’에서 핵심적으로 인식되는 부분을 ‘현대’로 본 만큼, 현대건설이 이 명칭을 독점적 상표권으로 확보하는 데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 헤리티지를 수주전 핵심 자산으로 활용해온 만큼, 향후 불복 절차와 기존 상표권자와의 관계 정리가 변수로 남게 됐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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