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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쉰들러와 법정공방 완승 그리고…

현대엘리베이터 상대 7000억원대 손배소 기각…쉰들러의 선택은?

2016.08.26(Fri) 15:16:39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 홀딩 아게(쉰들러)의 손해배상소송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완승으로 1라운드가 끝났다. 이에 쉰들러가 어떤 대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현대그룹 제공

지난 24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민사1부(부장판사 유영현)는 스위스의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 등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718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앞서 쉰들러는 현대그룹의 ‘백기사’를 자처하며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두 기업이 틀어지게 된 계기는 2011년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5개 금융사에 우호 지분 매입 대가로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파생계약을 맺으면서다. 파생상품 계약 체결 이후 현대상선 주가하락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결국 금융사들에 약속한 수익을 물어주면서 수천억 원대 손실을 입었다.

이에 쉰들러는 당시 현 회장을 비롯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들이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려 수천억 원의 주주가치가 훼손된 만큼, 이를 개인자금으로 물어줄 것을 요구하며 718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당시 경영진의 파생금융상품 계약이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쉰들러가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는 각하하고, 이외 청구는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사실상 현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 회장 측은 한 시름을 덜게 됐다. 이번 판결에서 패소했을 경우 수천억 원의 비용을 물게 돼 현 회장 입장에서는 지분 매각 등으로 인해 경영권 위협도 우려됐기 때문이다.

또한 재판부가 쉰들러의 주장을 일부라도 받아들였을 경우 쉰들러는 현 회장 등 경영진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현대그룹 자체를 흔들 수도 있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이 일부 맞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 쉰들러가 손해배상 청구 대상을 현대엘리베이터 ‘법인’이 아닌 ‘경영진’으로 삼은 것도 배임 고발 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쉰들러에게 어려운 소송이 될 거라고 전망은 했지만, 주장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승소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현대엘리베이터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쉰들러와의 소송이 이런 판결이 나올 거라는 게 이미 기정사실로 돼있었다”며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및 공장 전경. 사진=현대엘리베이터 홈페이지

하지만 1심 판결 이후 쉰들러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현 회장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쉰들러 측은 이번 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유감의 뜻을 보이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쉰들러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이 대주주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회사에 70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쉰들러는 10년여 동안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로서 모든 주주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법령과 정관을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영진에게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계속 유지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7.1%(421만 6380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때 37%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로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수차례 증자·수권자본 확대 진행 등에 반대하며 참여하지 않아 17.1%까지 지분율이 떨어진 것이다.

당초 쉰들러가 지난 2005년 KCC 등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인 이유는 현대그룹이 쉰들러에 승강기 사업부를 넘겨주겠다는 약속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매각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주식을 보유한 상태로 갈등이 이어졌던 것.

이제 와서 현대그룹이 승강기 사업부를 쉰들러에 넘겨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의 위기 속에 결국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갔다.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사도 매각됐다. 현대아산, 현대앤엘알, 현대종합연수원 등이 남았지만 자산 규모도 작고,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곳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그룹 내 꾸준히 수익을 내는 핵심 계열사로 올라선 셈이다.

사업권을 넘겨받지 못하는 상황에 쉰들러 입장에서도 더 이상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쥐고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수익을 위한 투자로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보유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제조업체로서 매년 매출액 10%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투자로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매출액 1조 4486억 원에 영업이익 1565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그룹에서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제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올라선 만큼, 해외법인 설립 가속화 등 사업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도 17.1%의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현정은 회장(8.7%)과 어머니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6.1%), 지주사 격인 현대글로벌(8.5%)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26.1%다. 따라서 쉰들러의 지분이 향후 어디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또 다른 분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대그룹 측은 “재판부의 선고가 내려진 만큼 쉰들러가 이에 승복해, 현대엘리베이터가 글로벌 엘리베이터업계의 강자로 도약하도록 주요주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주길 바란다”며 “그동안 쉰들러는 많은 소송을 제기해왔지만 패소했다. 이번 판결로 무의미한 소송전이 종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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