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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촬물 원조 ‘울트라맨’, 일본의 아이언맨 꿈꾼다

탄생 50주년 맞아 시대변화 따른 다양한 변신 시도

2016.11.15(Tue) 14:53:26

일본 특수촬영물의 대명사 ‘울트라맨’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1966년 TBS방송국에서 방영된 울트라맨Q는 전 세대에 걸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당시 평균 시청률 36.8%를 달성했다. 일본 최초의 ‘변신 영웅’의 탄생이었다.

 

위키피디아 재팬에 실린 캐릭터 소개를 보면, 울트라맨은 M78성운에서 온 외계인이다. 우주의 괴수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우주경비대 역할을 수행한다. 다른 특수촬영물 속 영웅들, 이를테면 후레쉬맨이나 파워레인저처럼 변신해서 괴수를 무찌른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울트라맨의 경우 단 한 명의 주인공이 거대화(변신)해 싸운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 특촬물의 원조 울트라맨. 사진=쓰부라야 프로덕션


반세기가 넘었지만, 울트라맨은 여전히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는 ‘영웅’ 캐릭터다. 그 비결을 제작사 ‘쓰부라야 프로덕션’이 걸어온 역사에서 찾아본다. 

 

울트라맨은 2013년 ‘가장 많은 시리즈가 제작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1966년 시작된 첫 시리즈 제작은 괴수영화 ‘고지라’의 공동 창작자였던 쓰부라야 에이지가 맡았다. 그는 일본에서 ‘특수촬영의 거장’으로 알려진 인물이자, 쓰부라야 프로덕션의 초대 사장으로도 유명하다.

 

방송 시간은 일요일 오후 7시. 아직 각 가정에 텔레비전이 한 대뿐인 시대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예상은 적중했고, 여기에 참신한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작비 거금 4000만 엔(약 4억 4000만 원)을 들여 광학합성기 2대를 수입해온 것이 주효했다. 최신 장비, 그리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미니어처 세트장에서 거대 히어로와 괴수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덕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창업자 쓰부라야 에이지의 모습. 사진=쓰부라야 프로덕션

쓰부라야 프로덕션이 개척한 괴수 특수촬영물은 화려한 CG 대신에 실제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미니어처 같은 장난감을 배경으로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첨단 기술이 결합된 영상과 비교하자면, 사람이 직접 탈을 쓰고 연기하는 모습이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존의 아날로그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열광하는 마니아들도 상당히 많다.

 

쓰부라야 프로덕션의 현 대표인 오오카 신이치는 “모노즈쿠리, 즉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를 만들려는 장인정신이 울트라맨 시리즈를 지탱해온 힘”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50년이 지난 작품일지언정 다시 꺼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채산성을 도외시한 면도 없지 않아 몇 번의 경영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영상화면의 질감에 매달리다 보니 필름 촬영을 고집, 디지털 촬영으로 전환한 회사들에 비해 제작비가 늘 빠듯했다”고 한다.

 

이렇듯 엄청난 인기로 ‘괴수 붐’을 일으켰던 울트라맨이지만, 1980년대 재정악화로 시리즈가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퀄리티 최우선주의’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명성을 가져다준 반면, 적자도 함께 늘어만 갔다. 설상가상 쓰부라야 집안의 경영권 다툼으로 인해 해외 수출에도 영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2008년 오오카 신이치가 대표로 취임하면서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오오카 대표는 카메라맨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촬영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아 사장직 자리까지 올랐다.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설립자인 쓰부라야 에이지를 이을 만한 적임자라는 평가다.

 

오오카 대표가 취임한 뒤 쓰부라야 프로덕션은 잡지와 모바일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크로스미디어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완구회사 반다이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울트라맨 캐릭터 상품화를 한층 강화했다. 주요 타깃은 어린이들이지만, 미국의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처럼 향후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캐릭터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지난 50년간 그래왔듯 앞으로도 울트라맨이 쌓아온 전설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다.

 

“공백 기간 없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동시에 경영면에서도 안정적인 회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오카 신이치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 그는 “울트라맨이 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꾸준히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16년 6월 오오오 신이치 대표가 ‘베스트 파더 옐로우 리본 상’ 경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상은 사회 각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아버지에게 수여한다. 사진=쓰부라야 프로덕션

 

울트라맨에서 파생한 남성 브랜드 A MAN OF ULTRA의 상품들. 사진=A MAN OF ULTRA


한편으론 의문도 든다. 첨단 CG가 난무하는 시대, 인형과 미니어처를 기본으로 하는 특촬물에 과연 밝은 미래가 있을까. 오오카 대표는 ‘특촬물의 힘’을 믿는다. CG는 훌륭해도 결국 인간의 머릿속 구상을 재현하는 작업이다. 반면에 특촬물은 CG에서 맛볼 수 없는 순간순간의 리얼리티라는 매력이 존재한다. 그는 “계산되지 않은 본질적인 재미 요소가 특촬물에 숨어 있다”고 말한다.

 

단, 수십 년 전 쓰부라야 에이지가 최신 촬영기재를 들여와 도전했던 것처럼 “새로운 울트라맨 시리즈를 위해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오오카 대표는 강조했다. 비단 영웅뿐만 아니라 괴수의 설정이나 배경도 연대별로 차별화를 둘 생각이다.

 

반세기 동안 “울트라맨 시리즈가 일본인을 매료시킨 비결이 무엇일까”를 묻자, 오오카 대표는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제작자들 스스로가 즐기면서 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만약 그 마음이 퇴색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시대 또 다른 영웅 캐릭터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울트라맨 주요 프로필

·키: 40미터 

·체중: 3만 5000톤 

·점프력: 800미터 

·대표 필살기: 양팔을 십자형으로 교차한 뒤 오른손에서 발사하는 파괴광선. 연속 사격도 가능하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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