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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다시 ‘철학’이다

철학 없는 4차 산업혁명은 디스토피아 변질…동서양 철학 집대성 ‘철학대사전’ 출간 눈길

2017.04.11(Tue) 17:48:43

[비즈한국] 만약 무인 자동차가 보행자의 목숨을 앗아간다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공간의 제약 없이 사생활 침해가 가능한 드론은 과연 허용해야 할까. 한 명의 사람에게서 추출한 유전자로 아이를 만든다면 아빠와 엄마의 개념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지만 문명의 혜택에서 오는 기대만큼 불안감 또한 크다.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시대 흐름에 낙오하는 것을 넘어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믿음이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다시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철학’이다. 올바른 철학이 없는 4차 산업혁명은 영화에서나 보던 디스토피아(어두운 미래상)로 변질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은 인공지능의 윤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센터를 개소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주도로 ‘AI(인공지능)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IT(정보기술) ​기업도 AI 시대 윤리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4차 산업시대가 다가올수록 우리 사회를 지탱해 줄 철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올해 말까지 ‘지능정보기술 윤리헌장’ 제정을 추진 중이다. 윤리헌장 하나로 발생되는 모든 문제를 설명하거나 수습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큰 틀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3차 산업혁명까지는 시장이 혁신의 시기를 결정하고 이후 정부가 뒤늦게 개입하는 형태를 취해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우버 논란이 좋은 예​다. 기존 택시 산업과 마찰을 일으키는 우버는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인도에서는 합법이다. 즉, 정부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력 대선 후보들도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후보에 따라 입장이 조금씩 갈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핵심 산업 분야 융성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인프라 조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민간과 기업 주도의 창업 여건을 조성하고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누구 말이 맞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4차 산업혁명에 있어 정부와 민간 중 어디가 주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활발하게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철학의 부재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겨냥해 최근 눈길을 끄는 책도 출간됐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윤병태 교수 주도로 6명의 편찬위원과 수십 명의 집필진 및 실무를 담당하는 대학원생들이 함께 만든 ‘철학대사전’이 그것이다.

 

국내 주요 철학 석학들이 힘을 합쳐 완성한 ‘철학대사전’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사진=중원문화 제공

 

철학대사전 편찬위원회 측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혹은 인간의 수명이 120년을 넘어서는 알파 에이지 시대에 철학이 이를 올바르게 이끌어주지 않으면 휴머니즘의 파괴는 물론 사회적으로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대와 미래를 연결하려는 의도로 집필했음을 밝혔다.

 

이 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금까지 나온 철학사전 중 가장 방대한 양과 최신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진보와 보수가 고르게 양립하는 큰 사전으로 방향을 잡고, 우리 실정에 맞는 항목들이 추가됐다. 편찬위원회 측은 이를 위해 집필자에게 별도의 주제나 항목을 정해주지 않고 자유롭게 원고를 받아 책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또, 내용이 겹치면 모든 원고를 싣고 번호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사전을 넘어 우리나라 주요 철학 석학들의 논의의 장이 된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철학 및 윤리 주제를 다루는 행사도 잇달아 열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1차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생명윤리 민·관 협의체’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의료, 과학, 산업, 종교계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는 오는 7월까지 7차례 모여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정부가 G7 정보통신장관 회의에서 AI 연구개발 원칙과 국제 기준을 논의하는 산학관 회의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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