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유위니아그룹 중간지주사 대유홀딩스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일가를 상대로 받아낸 320억 원 반환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앞서 2심 법원은 홍 전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앤컴퍼니 측 가처분으로 양측 협약이 사실상 이행불능 상태에 빠졌다며 홍 회장 측이 받은 제휴증거금 320억 원을 대유홀딩스에 반환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사정만으로 협약상 의무가 이행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2일 대유홀딩스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 배우자, 손자 등 3명을 상대로 낸 위약벌 등 청구 소송에서 원심판결 중 홍 회장 측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쌍무계약에서 이행불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봤다. 앞서 서울고법은 홍 회장 측이 받은 320억 원 상당의 제휴증거금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대유홀딩스에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소송은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당시 양측이 맺은 협약에서 비롯됐다. 홍 전 회장 측은 2021년 5월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 지분 53%를 3107억 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이후 계약 이행과 철회를 둘러싼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대유 측은 같은 해 11월 홍 전 회장 측과 상호 협력 이행 협약을 맺고, 법적 분쟁이 정리돼 주식 양도가 가능해질 때 남양유업 지분을 32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제휴증거금 320억 원을 지급했다.
양측 협약에는 대유 측이 인수 대상 기업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수립하고, 홍 회장 측은 대유 측이 파견 또는 지정한 사람이 경영지배인이나 이사로 선임돼 그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협조하며, 관련 주식양도소송에서 승소하면 대유 측 요청에 따라 주식양도계약을 체결하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 협약 체결 이후 대유 측은 남양유업에 경영자문단을 파견하는 등 경영정상화 작업에 나섰다.
양측 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대유홀딩스는 2022년 3월 홍 회장 측이 협약상 협력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제휴증거금 320억 원 반환과 위약벌 320억 원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남양유업 등기임원 사임을 거부하는 등 경영 참여·정상화 작업에 협력하지 않아 계약이 해제됐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한편 한앤컴퍼니 측은 양측 협약에 앞선 2021년 10월 홍 회장 측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제기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2년 11월 대유홀딩스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반면 이듬해 12월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대유홀딩스 예비적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대유 측 협약 해제 주장과 이를 전제로 한 청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협약상 협력의무가 한앤컴퍼니 측 가처분으로 사실상 이행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봤다. 이에 따라 홍 회장 측이 대유홀딩스로부터 받은 제휴증거금 320억 원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쌍무계약상 이행불능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충분히 인정돼야 하는데, 2심이 든 사정만으로는 이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앤컴퍼니 측이 홍 전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은 진행 중이었고, 관련 가처분도 본안 판결 확정까지만 효력이 있는 잠정 조치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대유홀딩스 역시 기존 분쟁 구조와 가처분 존재를 알고 협약을 체결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관련 가처분 결정이 확정된 후의 사정, 즉 ‘상당한 기간이 경과해 인수 대상 기업을 둘러싼 객관적인 상황이 상당히 변화했고, 협약의 해제 여부가 문제돼 제기된 소송의 진행 경과 등을 고려해 볼 때, 협력의무 이행에 필요한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져 정상적인 이행을 기대하기 곤란하다’는 사정을 이유로 들어 ‘관련 가처분결정이 확정될 무렵 피고들의 경영정상화 협력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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