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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방송을 공짜로 본다는 '만능 셋톱박스'의 정체

SNS 타고 급속 확산 중이지만 평범한 셋톱박스에 불과한 과장 광고

2017.07.05(Wed) 17:51:21

[비즈한국] 대부분 가정에서는 전기요금과 함께 납부하는 시청료와는 별도로 매월 1만 원 남짓하는 케이블TV 요금을 낸다. 적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무조건 매달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요금, 인터넷 사용료와 함께 가계통신비 부담의 한 축이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로 TV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시간이 더욱 길어져 매월 내야 하는 케이블TV​ 시청 요금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저렴한 편.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채널에 따라 매달 몇 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전 세계 수백 개의 방송 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만능 셋톱박스’ 광고 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대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사용자들의 문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상황. ‘비즈한국’이 진위를 확인해 봤다.

 

매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전 세계 수백 개의 방송 채널을 볼 수 있다는 셋톱박스 광고가 페이스북을 통해 대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TV프로그 광고 캡처

 

전 세계 수백 개의 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 제품의 정식 명칭은 ‘TV프로그(TV Frog)’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이 개발했다는 이 제품은 UHD 해상도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OS 기반 셋톱박스다. 유무선으로 인터넷과 연결돼, HDMI 케이블을 통해 TV에 영상을 출력하는 장치로 보면 된다. 가격은 79달러(약 9만 1000원)다.

 

사양이나 구조만 놓고 보면 일반 셋톱박스와 전혀 다르지 않다. 국내 IPTV 업체들이 대여해주는 셋톱박스도 똑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걸까. 이들은 오픈 소스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황당한 점은 이 제품에는 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앱도 설치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홈페이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TV프로그는 안드로이드OS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양한 방송 관련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가령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넷플릭스를 다운로드 받아 실행할 수 있다. 당연히 여기까지는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앱 자체는 무료이기 때문이다. TV에 연결하는 점만 제외하면 안드로이드OS 기반 스마트폰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TV프로그 실물. 일반 셋톱박스와 외관은 전혀 차이가 없다.  사진=TV 프로그 홈페이지

 

이론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푹(pooq)TV나 티빙과 같은 앱을 설치해 방송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앱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과장 광고인 셈이다.

 

이 업체는 영상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전송(Streaming)하기 때문에 합법적이라고 주장한다. 제품 자체가 합법적인 것은 맞지만 그것은 이들 주장대로 실시간 전송이어서가 아니라, 이 제품이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기능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시간 전송이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주장 역시 잘못된 사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법원은 KBS 등 지상파 3사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중국산 셋톱박스 ‘TV패드’를 판매한 사업자에게 유죄 판결과 함께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중국 등지에서 판매되는 불법 셋톱박스 화면. 채널 숫자가 많지 않고 안정적인 전송을 보장하지 않는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이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불법 판정을 받았지만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최신형 ‘TV패드4’의 가격은 229.99달러(26만 5000원) 정도. 현재는 중국에 위치한 서버를 통해 방송을 무단으로 송출하고 있지만 언제 갑자기 중단될지 알 수 없다. 또 채널도 20개 정도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차라리 디지털 방송 수신용 안테나를 설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전 세계 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기기가 합법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설령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했다 해도 영상 데이터 전송에 따른 막대한 서버 비용을 누가 부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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