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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게 두려워 시작" 신장병 환자식 스타트업 '맛있저염' 공동대표 인터뷰

김슬기 대표 "나도 먹고 있기에 품질 보증 확실…'맛있는 저염식' 만들기 위해 노력"

2018.02.23(Fri) 10:37:55

[비즈한국] “먹는 게 무서웠어요. 지금 먹는 것이 나한테 득이 되는 건지 실이 되는 건지 판단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안 먹었더니 한 달에 10kg이 빠지더라고요.” 

 

김슬기 ‘맛있저염’ 공동대표(30)의 말이다. 김 대표는 콩팥병(신장병) 환자로 식단을 극단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나트륨은 물론이고 칼륨, 인, 단백질을 일정량 이상 섭취하다간 부종이 생기거나 심할 경우 부정맥으로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자신이 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군 징병 신체검사에서 처음 알았다. 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군 징병 신체검사 이후로도 식단에 특별한 신경을 쓰지 않은 이유다. 김 대표는 우연히 자신의 콩팥 기능 수치를 병원에서 받아 보고선 충격을 받았다. 그래프가 급상향 선을 그리고 있었다.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환하게 웃고 있는 맛잇저염 두 공동대표. 사진=맛있저염 제공


“당시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하던 사업을 조금씩 정리했어요. 그땐 건강이 제 화두였어요. 어떤 음식에 무슨 영양소가 들었는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저염식 반찬을 제공하는 업체를 이용해 봤는데, 너무 맛도 없고 콩팥병 환자에게 필요한 세심한 케어가 이뤄지지 않는 거죠. 그래서 제가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카이스트 사회적기업 MBA 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같은 반 동료였던 김현지 맛있저염 공동대표(여·31)에게 손을 내밀었다. 둘은 의기투합해 각자 하던 사업까지 접고 지난해 9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맞춤형 저염식 식사 배송 서비스 업체 ‘맛있저염’이다. 김현지 대표의 말이다.

 

“먹는 건 중요한 거잖아요. 신체적인 질병으로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그 즐거움을 되찾아 주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 콩팥병 환자의 맛있는 식사를 꿈꾸는 김현지, 김슬기 맛있저염 공동대표

 

현재 맛있저염 직원은 임상영양사 1명, 조리사 2명, 요리연구가 1명을 포함해 총 6명이다. 각 식재료에 든 영양 성분을 파악해 콩팥병 환자 맞춤 요리를 개발하고 조리해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 두 대표가 철저한 저염식 식단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맛이다. 

 

김슬기(왼쪽) 김현지 맛있저염 공동대표. 사진=고성준 기자

 

“저염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트륨 함량이 낮은 조미료, 발사믹 식초를 써서라도 맛을 내려고 노력하거든요. 한 고객이 하는 말이, 먹는 걸 평생 포기하고 살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그럴 땐 울컥하고, 내가 지금 힘들지만 참 괜찮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국내 콩팥병 환자는 22만 명 정도다. 콩팥병 환자는 1~5기로 구분되고 단계가 높을수록 나트륨, 칼륨, 인, 단백질 섭취량 제한도 커진다. 라면과 김치는 나트륨 때문에 꿈도 못 꾸고, 시금치 같은 채소도 칼륨 함량이 높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한 끼에 섭취 가능한 단백질은 20g이다. 고기로 치면 탁구공만 한 크기로 두세 점이다. 인은 견과류를 비롯해 대부분 식품에 들어 있어 콩팥병 환자가 음식 먹기를 포기하는 지점이다.

 

“임상영양사분들도 가장 까다로워하는 환자가 콩팥병 환자예요. 당뇨병 환자는 혈당만 조심하면 되는데 콩팥병 환자는 조심해야 할 영양소가 너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환자들도 불안하니까 먹는 걸 포기해요. 스스로 공부해서 어떤 영양소를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수치로 알아도, 어떤 식품에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들었는지는 실제로 알기는 어려우니까.”

 

김슬기 맛있저염 공동대표. 사진=고성준 기자

 

맛있저염은 고객에게 메인요리 한 개, 반찬 두세 개와 함께 조리 설명서, 식단 영양표를 한 묶음으로 일주일에 네 묶음씩 한 달 동안 제공한다. 메인요리는 반조리 진공 상태로 고객에게 보내진다. 여기엔 콩팥병 환자인 김슬기 대표의 생각이 담겼다.

 

“환자가 조리되기 전 식재료를 보고, 눈대중으로나마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양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메인요리를 반조리 진공 상태로 보내요. 이 정도 넣어서 먹으면 이 정도 짠맛이 나고, 이 정도 짠맛이면 앞으로도 먹어도 된다는 걸 알려드리는 거죠. 이건 평생 가져가야 할 식습관이니까 직접 해보고 익히면 좋을 것 같아서요.”

 

닭가슴살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 일반인 식사에 비하면 소량일 수밖에 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맛잇저염은 한 달 단위 정기구독 고객을 받는 방식을 택했다. 도시락 사업에서 핵심인 수요예측을 쉽게 하기 해서다. 음식을 한꺼번에 만들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수요예측에 실패하면 남거나 모자라는 사태가 벌어진다. 현재는 임시 오픈 상태로 정기구독자는 20~30명. 65~70명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오는 4월 정식 오픈을 준비 중이다.

 

국내 콩팥병 환자 증가율은 13.6%. 7년마다 2배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신장학회가 2013년에 30대 이상 성인 113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그중 90만여 명이 ‘잠재적 콩팥병 환자’에 속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현대인의 짜게 먹는 식습관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의학계 시각이다. 환자가 늘면 고객이 느는 꼴이지만 두 맛있저염 공동대표는 오히려 ‘저염식단’을 강조했다. 

 

김현지 맛있저염 공동대표. 사진=고성준 기자

 

“평소 식습관이 중요한데 요즘 젊은 분들은 그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콩팥이 안 좋아도 기능이 반으로 떨어지기 전까진 모르거든요. 그러니까 한 번 더 식습관을 돌이켜 보셨으면 좋겠어요. (콩팥병 환자 모두가 완치돼서 없어진다면?) 행복하겠죠. 저희의 역량이 증명된 거고, 사회 문제를 해결한 거니까요. 다른 문제를 찾아서 또 사업을 하면 되죠.”

 

정식 오픈을 앞두고 집에서 쉬는 중에도 사업 생각을 한다는 김슬기 대표는 “저도 저희 제품을 먹고 있기 때문에 품질보증이 확실하다”며 “저와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제가 제공한 솔루션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웃었다. 

 

한편 맛있저염은 오는 3월 10일 ‘세계신장의 날’​을 맞아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신촌 유플렉스 근처 문화의 거리에서 ‘​저염식단 캠페인’​을 열 예정이다. 무료로 콩팥 기능 검진도 받을 수 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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