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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해외축구에 빗댄 '박정호 vs 황창규 vs 권영수' 통신 리더십

SK텔·KT·LG유플러스, 5G 도입 앞두고 해법 달라…고착화된 점유율 경쟁 판도 변할까

2018.03.15(Thu) 18:16:23

[비즈한국] 이동통신만큼 바람 잘 날 없는 산업이 또 있을까. 한편에서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신기술 개발과 인프라 확충하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과태료, 영업정지를 불사하면서 암암리에 막대한 보조금을 뿌린다. 대한민국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 수 6328만 명. 이미 인구수를 훌쩍 넘어버린 과포화 시장에서, 이동통신 3사는 한 명이라도 가입자를 더 빼앗아 오기 위해 여념이 없다. 

 

‘5G’라는 새로운 시즌에 앞서 총알을 최대한 비축하기를 원하는 이동통신 3사는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소비자들로부터 끊임없는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의 수혜를 받아 유지했던 흑자 기조 역시 점차 수익률이 감소하는 상황. 지난해 SK텔레콤, KT의 영업이익은 각각 4.5%, 4.7% 줄었다. 그나마 LG유플러스가 선전하며 영업이익이 10.7% 증가했지만, 여전히 업계 3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자르(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날두(황창규 KT 회장​), 권라탄(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디자인=이세윤 PD​


당장 2019년 혹은 2020년으로 예정된 5G 상용화를 앞두고 이동통신 3사는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선점하지 못한다면 고착화 된 ‘5:3:2’ 점유율 구조가 깨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성패는 각 사를 이끌고 있는 수장의 리더십에 달렸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리더십을 해외 축구에 빗대 풀어봤다.

 

# 최태원의 남자 ‘박자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처진 스트라이커까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최고 에이스 ‘에당 아자르’을 연상케 한다.

 

1988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선경에 입사해 줄곧 SK를 떠나지 않은 ‘원클럽맨’. 박 사장은 SK텔레콤, SK커뮤니케이션즈, SK C&C 등을 두루 거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통 경영인 출신으로 기업 경영구조 개선과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개척 등 그룹이 필요로 하는 곳에 투입돼 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사장은 모두가 반대하던 2012년 하이닉스 인수와, 난항이 예상되던 2017년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이닉스 인수는 최근 10년 내에 SK그룹 전체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업적 결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SK텔레콤 제공


1등을 하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동통신 시장이 시작된 이래 단 한 번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SK텔레콤에게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G에서 3G를 거쳐 4G LTE로 넘어오면서 매번 경쟁사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았고, 통신비 등 여론이 악화될 때 마다 1등이 가진 대표성으로 인해 매번 가장 선두에서 매를 맞기도 했다.

 

5G 시대를 앞두고 SK텔레콤의 1등 수성 전략은 꽤 명확하다. 지난해 3월 박 사장 취임 이후 SK텔레콤은 인수 합병 및 지분 참여 등 본격적인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7월 SM엔터테인먼트 유상증자 참여를 시작으로 올 1월에는 아예 초기사업 발굴 및 인수를 전담하는 조직인 ‘유니콘랩스’를 발족시켰다. 2월에는 스위스 양자암호통신 전문기업 IDQ 인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보안기업 ADT캡스 인수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 SK텔레콤이 신사업 발굴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 경영구조 전문가로서 SK텔레콤을 ICT 계열 중간지주사로 전환해야 하는 현안도 떠안았다. 지난해 말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ICT 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보는 분위기다. 박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 2018 현장에서 “지주회사의 전환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소프트뱅크와 같은 종합 ICT 회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에 빠진 전설 ‘황날두’ 황창규 KT 회장

 

황창규 KT 회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책임연구원이자, 인텔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던 그를 삼성전자가 영입한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1994년 256Mb D램 개발을 비롯해 반도체 시장에서 수많은 ‘세계 최초’ 기록을 남겼다. 메모리 반도체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인 ‘황의 법칙’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축구로 따지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급 활약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황 회장은 2009년 삼성전자를 돌연 퇴임했다. 정년도 한참 남은 그가 퇴임한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하지만 이듬해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R&D전략기획단 초대 단장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다 2014년 KT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되면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KT 제공


KT 대표이사에 선임됐을 당시에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호날두가 스페인 라 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을 때와 비슷한 시선이다. 존경받는 세계적인 반도체 권위자에서 또 다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경영자로 돌아오는 것이 그리 순탄할 리 없다. 취임 직후 황 회장은 철저한 경영진단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공기업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는 KT를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KT는 완벽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황 회장의 신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는 기가비트급 인터넷 서비스를 비롯해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셋톱박스형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 등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공로를 인해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불법정치자금 제공 등 의혹이 혐의 수준으로 확대됨에 따라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된 자진 퇴진 압박도 더욱 거세졌다. 아직 갈 길이 먼 KT에게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세금 탈루 의혹으로 시즌 중 구속 위기까지 몰린 호날두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 1등 청부사 ‘권라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알고, 1등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느낌을 알기 어렵다. 종목을 막론하고 리그 우승을 경험한 프로 선수의 가치가 좀 더 비싸게 매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축구에서는 대표적으로 우승청부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있고, LG그룹에는 1등청부사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있다.

 

‘권라탄’이라는 호칭이 결코 아깝지 않은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LCD 패널과 LG화학 자동차 배터리 부문을 재임 기간 업계 1위로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LG디스플레이에서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2012년, 갑자기 LG화학 대표이사도 아닌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좌천’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권 부회장은 보란 듯이 LG화학을 자동차 배터리 업계 세계 1위 기업에 올려놓음으로써 그것이 좌천이 아니라 ‘특명’이었음 증명해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권 부회장은 2015년 승진과 함께 LG유플러스 대표이사에 발탁된다. 만년 3위 기업의 수장 자리가 꼭 보상이라고만 하기에는 어렵지만, 그만큼 그룹 내부의 기대도 크다는 의미다.

 

권 부회장은 하이브리드형 경영자이기도 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색 학력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을 정도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지만,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그룹 내 대표적인 소재 기업의 경영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

 

권 부회장 취임 3년차를 맞은 LG유플러스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영업이익 개선이 눈길을 끈다. 2016년 7465억 원에서 2017년에는 전년 대비 10.7% 성장한 826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단통법 여파로 공격적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홈 IoT 등 각종 틈새시장을 발 빠르게 공략해 조직 내 1등 경험을 계속 전파하고 있다.

 

아무리 권 부회장이라고 해도 LG유플러스를 국내 통신업계에서 1위를 만드는 것은 ‘넘사벽’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권 부회장은 지난 2월 MWC 2018 현장에서 “5G는 3위를 벗어날 수 있는 큰 기회”라며 “판을 뒤집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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