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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악재 겪는 LG·삼성 디스플레이 ‘올레드만 믿는다’

'동병상련'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vs 이동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2018.04.06(Fri) 18:53:50

[비즈한국]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전자부품 수출 품목이다. TV를 비롯해 노트북, 모니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는 물론 각종 가전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시각적 정보를 표시하는 거의 모든 전자장치에 사용된다.

 

한때 일본이 지배한 디스플레이 산업은 2000년대 들어 중심축이 완전히 우리나라로 옮겨왔다. 소니를 밀어내고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전 세계 TV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활약을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스마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 수요 역시 크게 늘었지만 상황은 다르다. 반도체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6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을 맡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왼쪽)에 이어, 7대 신입 협회장에 이동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오른쪽)이 지난 3월 취입했다.

 

디스플레이는 산업 특성상 새로운 공정이 도입되고 생산효율이 개선되면 가격이 급격히 내려간다. 공급 과잉으로 수요가 뒷받침 되지 못하면 가격 하락폭이 더욱 커진다. 10년 전만 해도 1000만 원이 훌쩍 넘던 50인치 TV를 지금은 100만 원 이하로도 살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존전략은 간단하면서 결코 간단치 않다.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로 후발 주자를 따돌리면서, 시의적절한 설비 확충으로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것뿐이다. 말이 쉬울 뿐,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어깨는 늘 무겁다.

 

# ‘3년간 20조 올인’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각각의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형 발광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s)는 통상 ‘OLED’라 부른다. 삼성과 LG의 마케팅 덕분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올레드’로 잘 알려져 있다. 액정표시장치(LCD)를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표준 기술로 많은 기대를 받았으며, LG와 삼성이 전 세계 톱2 기업으로 꼽히는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LCD TV 패널 출하량 기준으로 지난해 중국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2위(IHS마켓 조사)로 올라서는 등 추격이 거세지만, OLED 만큼은 아직 양사가 과점 수준의 독보적인 시장 지배를 하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2017년 7월 OLED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해 향후 3년 간 20조 원 투자를 발표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27조 7902억 원, 영업이익이 2조 4616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인’에 가까운 투자 규모다. 향후 시장 흐름이 OLED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라는 확신 없이는 실행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일각에서는 이를 한 부회장의 승부수로 본다. 평소 한 부회장의 거침없는 언행이나, 호탕한 기질과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격적 투자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LCD가 주력이던 시절, 기술력으로 압도하지 못하고 치킨게임에 빠지면서 7분기 연속 적자를 맛보기도 했다.

 

OLED는 LCD에 비해 모든 면에서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생산원가가 높고 수율이 낮은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극복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세대 생산라인 확충이 필수적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LCD는 구형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20조 원 투자 중 중소형 OLED에 1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그간 나란히 OLED 생산에 주력했지만, 방향성은 달랐다. LG디스플레이가 TV에 사용되는 대형 OLED에 주력해온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에 집중했다.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남다르다.

 

다만 이러한 투자가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시장을 겨냥한 현지 공장 설립을 골자로 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기도 한다. 양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자리 확대 및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시한 한국 정부의 승인은 간신히 받은 상황. 하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이 늦어지는 점이 불안요소다.

 

더욱이 중국발 공급과잉이 현실화되면서 패널 가격 하락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6년 만에 적자 전환까지 예견된다. 주가도 연일 신저가를 갱신하며 바닥을 기고 있다. 심지어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주공장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요즘이다.

 

# ‘아이폰X 너마저…’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LG디스플레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외부적 요인 때문이듯,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에는 한 가지 고민이 더 있다. 믿었던 ‘아이폰X’와 ‘갤럭시S9'의 동반 부진이다.

 

일찌감치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보다 중소형 OLED를 앞세워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와의 연계를 통해 매년 전 세계에 수천 만대가 팔리는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 부품 수요를 독점하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차세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기술로 기대받는 플렉서블 OLED 분야에서는 99.8%라는 독보적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러한 체질 개선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올레드 사업부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오른 그의 이력이 잘 말해준다. 삼성그룹 내 전자 계열사 중 유일한 영업 출신 경영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중소형 OLED는 LCD에 비해 최고급 스마트폰 생산에 강점을 가졌지만, 비싼 원가로 아직 고가 스마트폰에만 사용된다. 수요가 그만큼 제한적이다. 물론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워낙 많은 물량을 소화하는데다, 아직 타사와의 경쟁이 없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애플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X에 OLED 탑재가 결정된 것은 삼성 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날개를 단 격이다.

 

하지만 아이폰X가 기대에 못미치는 판매량을 보인 데다, 갤럭시S9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충격파는 고스란히 삼성디스플레이에 전달됐다. 당장 공장 가동률도 반토막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소형 OLED의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신규 거래처 발굴은 이 사장의 주특기다.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본격적으로 중소형 OLED 생산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대형 LCD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TV 사업부과 함께 동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하량도 부진할 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도 요원하다. 틈만 나면 LCD 사업 매각설이 불거지기도 한다. 이 사장에게 주어진 두 번째 숙제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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