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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마지막 미개척지' 식자재유통업 '빅3'의 동상이몽

CJ프레시웨이 문종석 vs 현대그린푸드 박홍진 vs 신세계푸드 최성재

2018.04.12(Thu) 22:04:37

[비즈한국] “골목대장은 있지만 절대강자는 없다.” 국내 식자재유통업계 이야기다. ​식자재유통사업은 외식업체(대형 프랜차이즈, 일반 식당 모두 포함)와 급식업체, 식품 가공업체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것을 말한다. ​식자재유통 시장은 연간 100조 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관련 업체만 2만여 개다. 

 

이 가운데 중소·영세 업체가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대기업 점유율은 최근에서야 10%를 넘겼다. 지역에서 사업을 키운 업체가 있을 순 있어도, 시장 전체를 이끄는 독보적인 업체는 없다. 

 

시장은 기업 간 거래(B2B) 시장과 기업과 소비자거래(B2C) 시장으로 나뉜다. 각각 47조 원, 58조 원 규모다. B2B시장은 중소형 식당 등 외식업체들과 거래하고 B2C시장은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식자재를 구매해 소비자에게 곧바로 파는 구조다. 시장을 더 세분하면, 위탁 지정 급식 대상(11조 원), 기업형 외식 프랜차이즈 대상(11조 원), 동네 분식점이나 중소규모 음식점 대상(24조~25조 원)으로 구분한다. 

 

‘마지막 미개척지’​로 꼽히는 식자재유통시장을 두고 ‘빅3’​ 업체의 경쟁이 치열하다. 왼쪽부터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 최성재 신세계푸드 대표. 사진=각 사


증권가에선 국내 식자재유통사업의 성장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식자재유통 산업은 최대 6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는 등 후진적 형태로 분류된다. 유통구조를 개선한 산업화된 사업자가 공급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소규모 분식점이나 치킨집 등 비기업형 외식 시장에서 산업화된 유통업자로부터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비율은 10% 미만이다. 미국이나 유럽 식자재시장이 최대 60%까지 달성된 것과 비교하면 국내 식자재유통시장 산업화는 걸음마 단계다. 

 

대기업 계열 식자재유통업체들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산업화 초기 단계라 성장 잠재력이 높고, 대규모 유통망과 대량 구매로 가격경쟁력도 갖춰서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만 이윤을 낼 수 있는 식자재유통사업 특성상, 초기 대규모 투자비용이 필요하고 중·단기적으로 마진율이 낮다는 단점에도 국내 대기업 계열사 식자재유통업체들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 중 식자재유통업계에서 사업을 크게 확대한 업체는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다. ‘골목대장’들이 난립하고 있는 식자재유통업계에서 ‘빅3’​로 꼽힌다. 이 세 업체는 국내 시장 개척으로 덩치를 불리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며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두 마리 토끼​ 잡은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유통업계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선두 주자다. 1988년 설립된 삼일농수산이 모태로, 1996년 제일제당 계열로 편입됐다. 식자재유통 사업이 산업으로 인식되기 전인 1999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CJ프레시웨이 사업 구조는 크게 식자재유통과 단체급식사업으로 나뉜다. 두 사업 모두 내수다. 특히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단체급식사업은 비교적 수익성이 높다. 계열사 구내식당 등 내부거래를 통해 안정적으로 이윤을 내기 때문이다. 

 

그동안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유통에 비중을 뒀다. 중소 식자재유통 상인 위주로 구성된 지역 식자재 유통회사를 통합하는 일명 ‘유통선진화’ 방식을 도입했다. CJ프레시웨이가 구축한 ‘프레시원’이라고 불리는 지방 유통채널이다. 다른 경쟁업체와 차별화되는 대표적인 전략이다.

 

CJ프레시웨이의 유통 채널은 각 지역에 냉동·냉장 물류창고나 사무소 형태의 대리점 통합센터를 건립한 뒤 지역 사업자들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지역 유통업자들과 영업 계약도 맺는다. 통합 구매를 포함한 관리 업무와 영업 업무를 나눠서 조직을 운영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는 초기 대규모 투자비용이 필요했고, 2010년부터 최근까지 약 1500억 원 내외의 유무형 자산 및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현대그린푸드나 신세계푸드와 비교해 수익성이 좋은 단체급식사업 부문 비중이 낮아 2017년 초에는 빅3 가운데 가장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CJ프레시웨이 전체 매출에서 단체급식사업 비중은 12.1%이었는데, 신세계푸드와 현대그린푸드 비중은 각각 53%, 24.23%를 기록했다. 단체급식사업 내부거래 비중도 경쟁업체가 12~38%를 기록한 반면, CJ프레시웨이는 7%에 그쳤다.

 

체질이 개선된 건 2016년 9월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다. 문 대표는 식품과 유통업계에서 경험이 풍부하다. 동원홈푸드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2013년 CJ프레시웨이 푸드서비스 본부장, 유통사업총괄 등을 지냈다.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는 2017년 1월 CJ프레시웨이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주요 경영진들에게 ‘최대 매출과 최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전략을 세울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취임 1년 만에 약속한 대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말했다.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 사진=CJ프레시웨이


문 대표 취임 직후 CJ프레시웨이는 2017년 단체급식 신규 수주를 잇따라 따내면서 대형 거래처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CJ프레시웨이는 2017년 상반기 단체급식 시장에 나온 전체 신규 물건의 25%를 수주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인천공항공사, S-OIL 등 전국 총 39개 점포의 단체급식 위탁운영 계약을 맺었다. 총 수주액은 600억 원 수준이다. 하루 4만 명에게 식사를 공급하는 규모다.   

 

단체급식사업 확대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CJ프레시웨이는 2017년 창립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 5044억 원, 영업이익 439억 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6년 대비 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9%늘었다. 그동안 기반을 다져 놓은 식자재유통 사업도 2016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J프레시웨이는 지역밀착형 조직 개편이 효과를 내면서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CJ프레시웨이는 외형확대와 사업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B2B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소스를 제조할 수 있는 송림푸드 제3공장을 준공했고, 2012년 국내 업체 최초로 진출한 베트남을 올해 글로벌 사업 핵심 시장으로 꼽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사업목적에 전자상거래업과 통신 판매업·식기 세척업·자판기 운영업·광고 대행업 등을 신규 추가하면서 사업 다각화도 추진한다.

 

# “국내는 좁다, 해외로​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 

 

현대그린푸드는 정지선 회장과 박홍진 사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투톱 체제다. 정지선·오흥용·박홍진 각자 대표이사 체제였지만, 지난 2017년 4월 급식업계 최장수 CEO였던 오 사장이 임기를 마치면서 투톱 체제로 변경됐다. 박홍진 사장은 2015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 내부에서 백화점, 아울렛 등과 비교해 자산규모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위상이 높진 않았지만,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회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진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고 지배구조 개편을 마쳤다. 

 

증권가에선 향후 현대그린푸드는 합병 등 사업 확장을 통해 사업지주사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10년 7월 현대푸드시스템을 합병하고 단체급식, 외식사업, 음식업 위·수탁 운영 및 용역업, 상품중개업, 관광숙박시설 운영업 및 음식점업, 건설업, 유통전문판매업, 수출입업 등 30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또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매출 2조 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백화점과 아울렛보다 자산 규모가 작더라도 ​재무건정성 측면에선 그룹 내 상위권에 속한다. 현대백화점그룹 내 ‘알짜회사’라는 얘기다. 달라진 그룹 환경에서 현대그린푸드를 이끌어야 할 박 대표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셈이다.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 사진=현대그린푸드


박 대표가 추진하는 차별화 전략은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다. 그동안 꾸준히 투자를 늘린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인 성과가 최근 전체 매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웨이트 국영 정유회사 KNPC가 진행하는 ‘​알주르 신정유 플랜트 프로젝트’​의 단체급식 계약을 따낸 것이다. 국내·외 건설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의 급식계약을 얻으려 이탈리아 및 현지 급식업체들이 뛰어들었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현대그린푸드가 참여해 계약을 따냈다. 현대그린푸드는 2019년까지 한국·유럽·인도 등 다국적 근로자 1만여 명에게 급식을 제공하게 된다.

 

현대그린푸드는 2017년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멕시코·중국, 4개국 50개 사업장에서 6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동 및 중남미에 진출한 유일한 급식 기업으로 꼽힌다. 2015년 해외에서 거둬들인 525억 원에 비하면 23.6%나 성장한 것이다. 2012년부터 해외 진출로 거둔 누적 매출액이 1900억 원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린푸드는 경쟁 업체들과 달리 단체 급식사업을 내수산업이 아닌 서비스 수출 산업으로 바꿀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단계적으로 비중을 늘려 해외 단체급식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식자재유통업체에서 종합식품회사로​ 최성재 신세계푸드 대표

 

신세계푸드는 최성재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최 대표는 1983년 신세계 인사과에 입사해 17년 동안 근무한 뒤 신세계 이마트 일산점 점장을 맡았다. 이후 이마트 가공식품 담당 부사장보, 식품본부장 등 주로 가공식품분야 임원을 지냈다.

 

최 대표는 2015년 12월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2016년 3월 정식 취임했다.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를 담당하게 되면서 최 대표가 승진했다. 정 부회장이 최 대표의 이마트 임원 시절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신임한다”고 설명했다.

 

최성재 신세계푸드 대표. 사진=신세계푸드


최 대표 취임 직후 신세계푸드 실적은 상승세다. 2016년 매출 1조 690억 원(영업이익 214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 2075억 원, 영업이익 298억 1700만 원을 기록하면서 꾸준히 실적을 높이고 있다.  

 

최 대표가 전문성을 가진 사업부문 비중을 확장한 게 성과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최 대표는 그룹의 ‘식품전문가’로 꼽힌다. 이마트 가공식품분야를 두루 맡은 경력 때문이다. 신세계푸드는 차별화 전략도 식품제조 사업이다.

 

최 대표는 취임 직후 신세계푸드의 일부 단체급식, 외식 사업을 정리하고 식자재유통사업과 식품제조사업 비중을 크게 늘렸다. 고성장 중인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타깃이었다. 투자도 공격적으로 늘렸다. 2015년부터 경기 이천과 오산, 충남 천안에 이어 충북 음성 등에 4개 공장을 가동하면서 식품제조사업에 힘을 실었다. 공장 건설과 공장 증설, 신규 매장 출점 등의 투자를 위해 2019년까지 총 1799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식품제조 사업 확대 성과는 ‘피코크’에서 찾을 수 있다. 피코크는 이마트의 자체 상품으로,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는 ‘효자상품’ 가운데 하나다. 신세계푸드는 이마트, 이마트24 등 유통채널에 피코크를 공급하고 있다. 피코크는 출시 첫해 매출 340억 원에서 최근 1900억여 원까지 5배 이상 늘며 실적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또 2016년 9월 출시한 ‘올반’으로 석 달 만에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2023년까지 신세계푸드를 매출 5조 원의 종합식품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구상하는 미래의 신세계푸드는 CJ제일제당과 비슷한 형태로 보면 된다”며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단체급식 비중을 다소 줄이고 식품제조사업 비중을 높이는 건 관련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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