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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외국인 넘치는 남대문시장·광장시장…'전통시장'이라 할 수 있나

관광객 위주 상권 형성…대기업 제품 판매점 확장세

2025.06.26(Thu) 13:54:06

[비즈한국] 한때 ‘서민 경제’를 책임졌던 전통시장 중 일부가 외국인이 붐비는 관광 명소로 변했다. 겉보기엔 호황이지만, 외국인을 상대하는 상인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6월 24일 서울 남대문시장. 매대에 진열된 에코백을 살피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상인이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세븐 따우즌, 7000원”이라고 말했다. 거리에선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렸다. 사람들이 시장 한쪽에 마련된 국제환전소 계단을 오갔다. 남대문시장에서 10년 넘게 옷 가게를 하는 상인 A 씨는 “이젠 외국인이 없으면 장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I LOVE KOREA(아이 러브 코리아)’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구매 중이다. 사진=이은서 인턴기자


서울에 있는 남대문시장, 광장시장 등은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A 씨는 “고객 중 외국인과 한국인 비율이 7 대 3 정도 되는 거 같다”며 “특히 평일에는 한국인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주요 고객층인 전통시장 상인들은 관광객 선호에 맞게 장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한국인과 외국인 취향이 완전 다르다”며 “홍콩과 중국 관광객을 사로잡으려고 가게에 화려한 색감의 캐릭터 티셔츠를 갖다 놨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장시장도 외국인 선호에 맞춰 거리 풍경이 달라졌다. 직접 시장을 걸어봤다. 빈대떡, 호떡, 만두, 영양제, 홍삼 가공품을 파는 점포들이 주를 이뤘다. 모두 관광객이 자리에서 바로 먹거나 기념품으로 챙길 수 있는 품목들이다.

 

채소, 해산물, 고기 등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식료품을 파는 가게는 5곳에 불과했다. ‘Seoul(서울)’ 로고를 새긴 티셔츠와 남산타워 모양 자석 등 각종 기념품 가게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한국인들은 잘 찾지 않는 곳이다.

 

광장시장 안 가게에 가격과 상품 특징을 안내하는 영어 문구가 안내판에 적혀 있다. 사진=이은서 인턴기자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전통시장을 찾는 한국인 손님을 놓치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 식재료와 생필품을 공급하는 전통시장 본연의 기능이 약해져서다. 50년 넘게 광장시장에 다니는 김 아무개(76) 씨는 “예전엔 반찬 가게와 채소, 고기 등을 파는 점포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며 “장은 거의 안보고 가끔 산책하기 위해 온다”고 말했다. 단골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주민의 수요는 매출과 연결된다.

 

외국인 손님에게 공들인 게 무색하게도 관광객들 사이에선 한국 특색을 느끼기 어렵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온다. 터키에서 한국으로 여행 온 어스귀쉬(25) 씨는 “광장시장을 돌아봤는데 터키에서 봤던 시장과 큰 차이를 모르겠다”며 “한국의 전통을 느끼려면 사찰이나 마을을 가는 게 더 나은 거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맞춤형 전략으로 전통시장의 정체성이 사라지면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장담하기 어렵다.

 

상인들은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도 놓였다. 광장시장에는 아몬드 가공품 브랜드로 유명한 ‘바프’ 매장이 크게 자리 잡았다. ‘바프 아몬드’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으면 꼭 사야 하는 기념품으로 입소문을 탄 제품이다. 간식류를 취급하는 점포들도 매대 맨 앞에 ‘바프 아몬드’를 진열했다. ‘바프’ 매장 옆에는 약 3주 전부터 현대식 인테리어를 한 대형 화장품 가게가 성업 중이다. K-뷰티 역시 외국인들이 큰 관심을 두는 분야다.

 

광장시장에서 ‘바프’ 매장이 성업 중이다. 고령의 행인이 기자에게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물었다. 사진=이은서 인턴기자

 

국제 정세에 따라 달라지는 외국인 관광객 수도 상인들에겐 변수다. 외국인에게 전적으로 매출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안정적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졌다. 광장시장에서 36년째 홍삼 가공품을 파는 상인 B 씨는 “코로나19 때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겨서 시장에서 한동안 곡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점포를 운영하려면 지역 주민들이 시장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고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간한 ‘2023년 기준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연 고객 수는 2019년 24억 1000명에서 2023년 16억 6000명까지 줄었다.

 

한국인들은 전통시장에 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경문(50) 씨는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몰에서 할인 행사를 하면 물건을 싸고 편하게 구할 수 있다”며 “저렴한 맛에 불편을 감수하고 시장에 가는 건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이 내국인의 관심을 받으려면 지역 문화와 특색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컬상권을 연구하는 김용한 엠아이전략연구소 대표는 “온라인 쇼핑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순 상품 판매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면서 “지역성을 입힌 먹거리 개발과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페스티벌 기획 등 다양한 경험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서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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