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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20조 잠자리 혈투' 야놀자 이수진 vs 여기어때 심명섭

모텔에 대한 부정적 인식 깨고 신시장 개척…나란히 레저·해외 진출 경쟁 2라운드

2018.05.01(Tue) 10:24:51

[비즈한국] 밤이 깊도록 회식이 이어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2시. 택시 타고 집에 갈 값이면 조금이라도 더 자고 출근하겠다 싶어 주위를 둘러본다. 잘 곳이 마땅치 않다. 눈에 보이는 모텔 네온사인은 왠지 으스스하다.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숙소에 들어가기가 께름칙하다. 

 

국내 모텔 수 3만여 개. 가장 일반적인 숙박시설이지만 연인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객실 문을 열기 전까진 내부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 국내 여행 시 모텔을 이용하기 망설여지는 이유다. 빼곡하게 들어선 모텔 숲 앞에 서서 어디가 좋을지 한참 서성인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왼쪽),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여기어때) 대표. 사진=각 사 제공

 

숙박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면 이런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먼저 이용한 사람이 남긴 평가를 통해 객실 상황을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도 가능해 만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용객이 늘고 연예인이 나와 홍보까지 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가야 했던 그곳이 음지에서 양지로 바뀌는 추세다. 

 

20조 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숙박 시장을 이끌고 있는 건 ‘야놀자’와 ‘위드이노베이션(여기어때)’이다. 최근 두 회사 모두 호텔, 펜션 등 숙박시설 전체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규모를 키우는 한편 숙박업과 연계되는 레저액티비티산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실적 면에선 2007년 일찍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야놀자를 제치고 2014년 시장에 등장한 여기어때가 우위에 서는 모양새다.  

 

# ‘더 높이뛰기 위한 준비 끝’ 이수진 야놀자 대표

 

이수진 야놀자 대표(40)는 자수성가한 ‘흙수저 창업가’로 유명하다. 충남 충주에서 태어나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처음 서울로 올라온 이 대표는 모텔 청소부로 일을 시작했다. 사업자 길을 걷게 된 것은 2002년 우연히 다음 카페 ‘모텔이야기’를 만들면서부터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 사진=야놀자 제공

 

당시 모텔 지배인, 모텔 용품 납품업자 등 회원 1만 명이 모여 2005년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시작했다. 연매출 6000만 원을 올렸지만 지출이 1억 5000만 원, 적자였다. 사업을 접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모텔투어’라는 다음 카페를 인수했다. 1만 명이던 카페 회원은 1년 6개월 만에 30만 명으로 늘었다. 그 카페를 토대로 2007년 시작한 것이 지금의 야놀자 전신인 야놀자닷컴이었다. 

 

야놀자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모텔이 불륜 온상지로 여겨지던 시절. 지금의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도 이 대표의 사업을 반대했지만 사람들이 숙박시설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집념 하나로 버텼다. 야놀자 지난해 매출은 1005억 원. 결국 이 대표 뜻이 통했다. 

 

최고의 연 매출을 달성했지만 내실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강하다. 야놀자는 지난해 11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여기어때가 무섭게 추격해오는 상황. 이 대표는 “지난해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여가 산업을 이끌어 가기 위한 준비에 주력했다”​며 “​올해에는 그간의 노력이 현실에 반영돼 사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놀자는 그간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하고 ‘마이룸’, ‘코텔’ 등 숙박시설을 직접 관리하면서 값이 저렴하면서 질 좋은 공간을 공급하는 것에 주력했다. 이제는 사업 시야를 넓힐 계획이다. 지난 3월 국내 최대 레저액티비티 중개업체 ‘레저큐’를 인수하며 레저산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2016년 중국 최대 여행기업 ‘씨트립’과 계약을 맺어 해외 진출 물꼬를 튼 데 이어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 진출 공식 발표’ 입장을 내놨다.

 

야놀자 관계자는 “야놀자는 자회사 수익구조가 튼튼하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상당하기 때문에 규모 면에서 업계 비교할 만한 상대가 없다”며 “부가적인 사업을 진행할 때 시너지를 낼 것이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야놀자 자회사 ‘야놀자 에프엔지’, ‘야놀자 디자인랩’, ‘와이시너지’ 등 8개 자회사 지난해 매출이 606억 원에 달한다. 계열사인 ‘야놀자 트래블’과 ‘봉봉랩’, 여기에 ‘민다’와 협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무엇을 즐길까가 우리의 비전’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41)는 2014년 혜성처럼 숙박업계에 등장했다. 현재 앱 이용자 38만 명, 월평균 200만 명 이용, 누적 객실 거래 수 1000만 건을 기록한 숙박앱 여기어때와 함께 말이다. 지난해 매출 518억 원, 영업이익 61억 원이었다. 시장 진출 3년여 만에 일군 성과다.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 사진=위드이노베이션 제공

 

여기어때의 2016년 매출은 216억 원, 영업손실 124억 원, 객실 거래 수는 300만 건이었다. 1년 만에 거래는 600만 건으로 두 배가 늘고 매출은 그 이상 증가했다. 첫 흑자전환도 눈에 띈다. 규모는 업계 라이벌 야놀자의 절반이지만 영업이익, 누적거래 수, 이용자 수는 모두 앞질렀다. 

 

이는 이용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2016년 12월부터 모텔뿐 아니라 호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캠핑 등 숙소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숙박제휴점을 1만 7000여 점 더 늘렸다”며 “전체 매출의 90%에 해당하는 제휴점 광고와 예약 수수료 매출이 동반 상승한 결과”라고 했다.

 

한 가지 놀라운 건 심 대표가 지난해 4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위드이노베이션 직원은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한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9시 출근이다. 퇴근은 오후 6시이고, 점심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일을 적게 시키면서 구성원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임금 감소도 없었다. 위드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기업이라면 위드이노베이션의 근로 시간 단축 성공 사례가 충분히 참고할 만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어때가 집중하고 있는 다음 목표 또한 레저액티비티 산업과 해외 진출이다.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에 심 대표는 자신감을 보인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여기어때의 미래를 구상하면서 액티비티에서 가능성을 봤다”며 “액티비티 시장에 대한 면밀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했고 지금 진출하면 충분히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올 여름에 국내 액티비티 서비스를 런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한 약점이 있다. 여기어때는 2016년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게 200억 원을 투자받았다. 2015년 투자금까지 330억 원을 유치했지만 대부분 지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규 직원 2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액티비티 시장에 뛰어들기에 앞서 돈을 끌어올 단계인 것이다.  

 

심 대표는 “여행 시 어디에서 숙박하고, 무엇을 즐길지 포털이나 소셜 채널이 만족스런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며 “여기어때가 ‘주말이나 퇴근 후 가족과 연인, 친구와 무얼 하며, 즐길까’​라는 질문에 가장 명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여기어때의 비전을 제시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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