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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빨간불 켜졌는데…' 한국은행의 역주행

신흥국 중앙은행과는 정반대 행보…금 매입도 소홀 '위기대응 가능할까'

2018.05.26(Sat) 10:00:08

[비즈한국]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 이유로 국내경제가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 한은의 행보는 다른 신흥국 중앙은행과는 정반대여서 시선을 끌고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들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안전자산인 금을 사 모으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은 국제 금융업계에서 올해 하반기 신흥국 금융위기, 내년 하반기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도래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6개월 연속으로 동결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1.50~1.75%)와 역전된 상태인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조짐이다.

 

연초만 해도 한은 내부에서도 5월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평가가 주였지만 최근 고용시장 악화로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미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취업자 증가폭이 3개월 연속 10만 명대 그친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에다 최근 다른 신흥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신흥국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지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처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 선진국 및 신흥국 중앙은행과는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터키 중앙은행은 22일 금통위를 긴급 소집해 기준금리를 연 13.50%에서 16.50%로 3%포인트나 올렸다. 올해 1월과 2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던 루마니아도 5월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인상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올해 들어 1월과 3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요르단,  파키스탄, 필리핀 등도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융업계는 아르헨티나가 4월 27일과 5월 3일, 4일 연속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2.75%포인트나 올렸음에도 외환위기에 빠지는 것을 목격한 신흥국들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욱 빨리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국제투자은행인 노무라는 최근 ‘신흥시장 이해’ 보고서에서 “미국 등 주요국 통화 정책 정상화(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을 고려하면 올 3분기까지 신흥국 리스크가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가 내년 하반기부터 침체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다른 신흥국들과 달리 동결을 유지 중인 한은의 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국제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5월에 조사한 펀드매니저 서베이에 따르면 가장 많은 31% 정도가 2019년 하반기에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한은이 현재 기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경제 침체기가 도래했을 때 기준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사용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또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안전자산인 금을 사 모으고 있는데 반해 한은이 금 보유량을 늘리지 않는 것에도 우려의 시선이 더해진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올해(1~3월 기준)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을 33.1t이나 사들였다. 카자흐스탄은 올해 들어 금 보유량을 7.1t, 터키는 6.3t, 콜롬비아는 1.1t, 키르기스는 0.7t,  이집트는 0.5t 늘렸다.

 

반면 한은은 2013년 1분기에 금을 20t 사들인 뒤 5년째 매입을 하지 않고 있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4t으로 세계 주요 100개국 중 33위지만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은 1.1%로 95위다. 미국은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이 75.0%,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55.3%나 된다.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외환위기에 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흐름 때문에 신흥국 금융위기,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데 한은은 이에 대비한 카드 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추가경정예산 국회 통과로 고용 악화 대비책이 마련된 만큼 지금부터라도 다른 신흥국 중앙은행들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번에 금융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적절하다고 정한 수준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환율 급등을 감당하지 못했다”​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역시 환율 급등에 많은 외환보유액에도 외환위기 문턱까지 갔었던 상황을 고려해 안전자산인 금 보유수준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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