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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 '대만의 역습' 옵토마 SUHD66 리뷰

200만 원 이하 4K 프로젝터 '가성비'…간헐적인 프리징·긴 예열시간 단점

2018.08.22(Wed) 10:39:10

[비즈한국] 대만(타이완)은 부품 산업과 OEM으로 유명한 나라다. 전 세계 PC의 50%, 노트북의 80%를 생산하며 부품의 완성도나 가격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졌다.

 

애플의 성공신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던 폭스콘, 맥북과 애플워치 등을 생산하는 콴타 컴퓨터, 거의 모든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코팅을 담당하는 고릴라 글래스, 메모리의 샌디스크, 트랜센드, LCD 패널의 AOU까지. 대만 부품 및 제조사 업체 리스트는 그 면면이 화려하다.

 

하지만 완제품 업체는 상대적으로 화려함이 떨어진다. MSI, 에이서, 에이수스 등이 노트북 쪽에서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 외의 분야는 조용하다. 그런데 최근 조금씩 점유율을 높여가는 분야가 있다. 프로젝터다. 대만 프로젝터 회사는 벤큐와 옵토마 등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옵토마 SUHD66은 훌륭한 스펙을 가진 프로젝터로 성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마치 한국 대학생 같다.

 

옵토마 4K 프로젝터 SUHD66. 사진=김정철 제공

 

프로젝터에 전혀 관심이 없던 분들을 위해 우선 기본 상식을 알아보자. 프로젝터는 광원에 따라 레이저, LED, 일반 램프, 하이브리드 등이 있다. 구동 메커니즘에 따라 CRT(최근에는 거의 안 쓰인다), LCD, DLP 방식이 있고 LCD 칩을 3원색으로 각각 나누어 화질에 집중한 3LCD 방식도 있다.

 

일반적으로 3LCD에 레이저 광원을 사용한 엡손 프로젝터나 소니 프로젝터 등의 화질이 가장 좋다. 3LCD 프로젝터는 색감이 정확하다. 단점으로는 전기를 많이 먹고 가격도 비싸다.

   

DLP 프로젝터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의 DLP 칩을 사용한 프로젝터를 뜻한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의 특허이므로 모든 DLP 프로젝터에는 같은 회사의 칩이 쓰인다. DLP 프로젝터는 반응이 빠르기 때문에 영상뿐만 아니라 게임용으로도 적합하다.

 

단점은 레인보우 이펙트가 발생하고 색감이 3LCD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이것도 20세기적 정의에 가깝다. 최근에는 각 구동 방식이 서로 발달해서 두 방식의 장단점이 희석되고 있다.

 

프로젝터는 주로 어두운 환경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리모컨에 조명을 달았다. 사진=김정철 제공

 

옵토마 SUHD66은 DLP 방식의 프로젝터로 가성비를 강조한 모델이다. 4K 해상도 프로젝터를 200만 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엄밀히 말해 옵토마 SUHD66은 리얼 4K는 아니다. 2K 영상을 고속 스위칭으로 4K 수준으로 확장하는 유사 4K다. 하지만 가상화 기술이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각 잡고 봐도 리얼 4K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일반적인 네이티브 4K 프로젝터는 SUHD66 가격의 두 배가 넘는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SUHD66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화면상에 830만 개 픽셀을 표현하므로 소비자기술협회(CT)의 4K 사양에 부합한다.

 

프로젝터는 밝기에 따라 낮에 사용할지가 결정된다. 많은 사람이 밝은 프로젝터를 선호하지만 무조건 밝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사진=김정철 제공

 

밝기는 2600루멘이다. 이 정도면 대낮에도 암막 없이 감상이 가능하다. 무조건 밝다고 좋은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3000루멘을 넘어가면 검은색이 회색에 가깝게 보여 몰입감이 떨어진다. 또 전기도 많이 먹어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 영화 좀 보겠다고 지구를 멸망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가정용은 1000~3000루멘 사이의 적당한 밝기에 소음을 줄이고 전력소비도 줄인 제품이 적당하다.

 

50만 대 1의 명암비도 훌륭한 스펙이다. 우리나라 메이저 언론이 진실을 말할 확률하고도 비슷한 수치다. 색감도 좋다. 3LCD 레이저 프로젝터와 비교해도 단점을 찾기 힘들 정도다. HDR10 호환으로 다이내믹 레인지를 강화해 검은색 표현도 훌륭하다. 영화나 게임, 업무용 어디에 써도 만능인 프로젝터다.

 

그간 대만산 프로젝터에서 단점으로 지적되던 유저 인터페이스는 이제 제법 세련된 느낌을 준다. 사진=김정철 제공

 

메뉴 구성이나 설정에서도 대만 제품들의 완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웹OS를 지원하는 LG 프로젝터처럼 스마트 프로젝터는 아니지만 깔끔한 메뉴 구성과 UI는 일본 프로젝터보다 앞선다. 일본은 아직 20세기 UI가 적용된 제품이 많다. 소음도 적다. 소음기 측정 앱으로 재보니 24데시벨(dB) 정도 나왔다. 이 정도면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레이저 프로젝터의 경우는 30dB을 넘는 모델이 많다.  

 

단점도 있다. 일부 설정을 전환하거나 메뉴를 바꿀 때 잠깐씩 프리징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크게 거슬리는 것은 아니지만 조마조마해진다. 빌트인 스피커가 있긴 하지만 음질은 비닐이 부스럭거릴 때 나는 소리 비슷하게 난다. 간이 스피커로는 모르겠지만 홈시어터 스피커로 쓰는 것은 말리고 싶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무선 기술도 지원하지 않는다.

 

2개의 HDMI 2.0 단자와 VGA, D-Sub 등 구형 단자를 고루 지원한다. 사진=김정철 제공

 

일반 램프를 썼기 때문에 예열 시간이 필요한 것도 단점이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스타트까지 시간을 재보니 50초 정도 걸렸다. 토끼의 경우 약 17번의 수정이 가능한 시간이다. 대신 램프 수명을 1만 5000시간까지 늘렸다. 하루 2시간 시청 시 20년 가까이 시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레이저 광원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수명이다.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되고 있기 때문에 프로젝터가 꼭 필요한지 되묻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100인치 화면을 만들려면 옵토마 SUHD66은 190만 원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LCD TV는 아직 3000만 원이 필요하다.

 

또 일반 TV는 습관적으로 보게 되지만 프로젝터로 TV를 보려면 예열을 해야 하고 스크린을 내리고 소스를 선택해야 하는 등 거추장스럽다. 결과적으로 TV를 잘 안 보게 된다. 애들도 마음껏 TV를 틀 수 없다. 좋게 생각하면 계획성 있게 TV를 보는 습관을 만들기 좋다. TV를 아예 없애는 게 너무 잔인하다면 대안으로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필자 김정철은? ‘더기어’ 편집장.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욱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김정철 IT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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